(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차준환(22·고려대)이 한국 남자 피겨 선수로는 최초로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메달을 따내는 쾌거를 일궈냈다.
지난해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5위를 차지했던 차준환은 25일 일본 사이타마 슈퍼아레나에서 열린 2023 ISU 피겨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105.65점, 예술점수(PCS) 90.74점을 얻어 합계 196.39점을 기록했다.
이틀 전 쇼트프로그램에서 99.64점을 챙긴 차준환은 이날 프리스케이팅 점수를 합쳐 총점 296.03점으로 일본의 간판 우노 쇼마(301.14점)에 이어 은메달을 차지했다. 동메달은 프리스케이팅에서 쿼드러플 악셀을 뛴 일리야 말리닌(미국·288.44점)에게 돌아갔다.
한국 남자 피겨 선수가 세계선수권에서 시상대에 오르기는 올해 차준환이 처음이다. 지난 2019년부터 한국 대표로 이 대회에 참가하기 시작한 차준환은 첫 출전에서 19위에 그쳤고, 2년 뒤 2021년엔 10위를 차지하는 등 세계선수권과 큰 인연은 없었다.
그러나 자신의 3번째 세계선수권에선 혼신을 다한 연기로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을 모두 '클린'으로 마치며 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피겨는 지난해까지 세계선수권에서 '피겨퀸' 김연아가 금·은·동메달을 각각 2개씩 거머쥐며 총 6번 입상했으나 2013년 대회에서 그가 여자 싱글 금메달을 따낸 뒤 10년간 입상자가 없었다.
하지만 지난 24일 이해인이 여자 싱글에서 은메달을 따낸 것에 이어 차준환이 동메달을 손에 넣는 등 이번 대회에선 국제 피겨계에 한국 선수들이 정상급에 다다랐음을 확실히 알렸다.
지난달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프리스케이팅이 흔들려 입상하지 못했던 차준환은 한 달 만에 치른 이번 세계선수권에선 점프 7개를 모두 착지하는 등 안정적이면서 깔끔한 연기로 피겨 인생 최고의 순간을 써냈다.
영화 007 제임스 본드 시리즈 '노 타임 투 다이(No Time To Die)'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에 맞춰 연기를 시작한 차준환은 첫 번째 연기 과제인 고난도 점프 쿼드러플 살코(기본점수 9.70)를 성공하며 수행점수(GOE)를 4.16점이나 얻고 깔끔한 출발을 알렸다.
이어진 쿼드러플 토루프(기본점수 9.50점)와 트리플 러츠-트리플 루프(기본점수 10.80점)에서도 각각 3.53점과 1.52점의 GOE를 받으면서 메달권에 서서히 진입했다.
트리플 플립(기본점수 5.30) 단독 점프 때 에지사용 주의를 받아 GOE가 오히려 -0.08점 깎였으나 이어진 플라잉 카멜 스핀(레벨4)으로 연기 완성도를 높인 뒤 유연한 스텝 시퀀스(레벨4)로 전반부 연기를 마무리했다.
지난달 4대륙선수권에서 난조를 드러냈던 후반부 연기(가산점 10%)도 이날은 달랐다.
트리플 악셀-더블 악셀 시퀀스(기본점수 12.43점) 점프와 트리플 악셀(기본점수 8.80) 단독 점프, 트리플 러츠-싱글 오일러-트리플 살코(기본점수 11.77점) 콤비네이션 점프에서도 계속해서 1점 이상의 GOE를 받으며 모든 점프 과제를 마친 차준환은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과 플라잉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이상 레벨4), 코레오 시퀀스로 연기를 마무리했다.
'클린 연기'로 프리스케이팅을 끝낸 차준환은 격정적인 환호가 아닌, 모든 것을 해냈다는 안도의 미소를 지으며 '키스 앤드 크라이존'으로 향했고 그 때까지 총점 1위에 오르며 남은 두 선수 결과에 상관 없이 메달 획득을 확정지었다.
그리고 바로 다음에 나온 말리닌이 차준환보다 낮은 점수를 챙기면서 은메달로 메달 색깔을 바꿨다.
사진=로이터, EPA/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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