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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7 (금)

‘드라마가 실화였다’ 소 잃었으니 외양간이라도 잘 고치자[김동영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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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장장석 전 KIA 단장. 사진제공 | KIA 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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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김동영기자] 드라마인줄 알았다. 알고 봤더니 ‘실화일 수도 있겠다’ 싶다. 그래서 더 무섭다. 드라마 대사처럼 ‘외양간 고칠’ 때다.

지난 2019년 ‘스토브리그’라는 드라마가 방영됐다. 20%에 가까운 시청률을 찍은 흥행 드라마다. KBO리그 구단 관계자들이 작업에 참여하며 ‘리얼리티’를 높였다. 팬들의 지지도 많이 받았다.

우스갯소리처럼 나온 말이 있다. “진짜 KBO리그에 있는 일 아냐?” 라는 것이다. 정말 농담처럼 흘렸다. 드라마와 현실은 다르기에.

그런데 시간이 흘러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 일이 생겼다. 무려 현역 단장이 선수와 협상을 하면서 ‘백 마진’을 요구했다는 신고가 접수된 것이다.

한쪽에서는 “농담조였다”고 한다. 다른 쪽에서는 “한 번은 농담이지만, 두 번은 아니다.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날을 세운다. 어쨌든 구단에서는 해당 단장의 해임을 결정했다. 여전히 시끄럽다. 초대형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이미 좋지 않은 상황이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1라운드 탈락이라는 수모를 당했다. 한 구단의 유망주가 미성년자 관련 성범죄 혐의를 받으면서 방출 당했다. 채 며칠 지나지 않아 프런트 수장인 단장이 해임을 당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한 야구팬은 “이게 이렇게까지 ‘연타’로 터질 일인가”며 한숨을 쉬었다. 특히 단장이 선수와 협상을 하면서 뒷돈을 요구했다는 사실 그 자체로 충격이라 했다. “돈도 많이 번 사람이 왜 그랬나”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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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장정석 단장(왼쪽)과 박동원이 지난해 10월1일 박동원의 통산 1000경기 출장 기념 시상식에서 나란히 포즈를 취했다. 시즌 후 박동원이 LG로 떠났고, 장정석 단장은 ‘뒷돈 파문’으로 해임됐다. 사진제공 | KIA 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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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 살짝 비슷한 에피소드가 있었다. 스카우트 팀장이 신인 드래프트를 앞두고 ‘지명할테니 돈을 달라’고 하는 장면이 나온다. 해당 선수는 돈을 줬지만, 그 팀에 지명을 받지는 못했다. 다른 팀이 뽑아갔다. 그리고 그 팀에서 신인왕이 됐다.

시간이 흘러 스카우트 팀장의 비위 행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그 선수가 ‘양심선언’을 했다. 해당 구단의 단장은 “돈 주고받은 줄 몰랐던 우리도 잘못했고, 돈을 준 선수도 잘못했고, 돈 받은 사람이 제일 잘못했다”고 했다.

이어 “소는 잃었다. 그러나 이제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 소 한 번 잃었는데 왜 안 고치나. 안 고치면 다시는 소 못 키운다”고 강조했다.

같은 맥락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일은 이미 터졌다. 선수는 선수대로 고심 끝에 신고했고, 해당 구단은 단장 해임을 결정했다.

‘어떻게 하면 좋은 경기력을 선보이고,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까’를 모두가 하나가 되어 고민해야 하는데, 애먼 곳에서 자꾸 일이 생긴다.

KBO리그 전체로 보면, 익숙하지 않은, 혹은 전혀 경험해보지 못했던 사건·사고가 잇달아 발생하는 중이다. 소를 하나도 아니고 여럿 잃은 모양새다. 그것도 개막이 코앞인 상황에서.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고개 숙일 것은 숙여야 한다. 진짜는 ‘재발 방지’다. 리그 구성원 전체가 각성하고, 튼튼한 외양간을 다시 지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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