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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사면 결정 철회’ 협회 정몽규, “다시 기회 주는 게 수장 소임이라 여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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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31일 임시 이사회 통해 징계 축구인 사면 결정 철회

정몽규 회장, "다시 봉사할 기회 주는 게 수장의 소임이라 여겼지만 사려 깊지 못했다"

이데일리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이 징계 축구인 사면 결정을 철회하고 사과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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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허윤수 기자]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이 징계 축구인 사면 결정을 철회하고 입장을 밝혔다.

협회는 31일 오후 4시 축구회관에서 임시 이사회를 개최했다. 이날 임시 이사회에는 재적 이사 29명 중 27명이 참석했다.

앞서 협회는 지난 28일 2차 이사회를 통해 징계 중인 축구인 100명 사면을 결정해 발표했다. 2011년 프로축구 승부 조작에 연루됐던 48명을 포함해 각종 비위 행위를 저지른 전현직 선수, 지도자, 심판, 단체 임원 등이었다.

우루과이전 시작 한 시간여를 앞두고 벌어진 기습 사면은 많은 논란을 낳았다. 월드컵의 성과가 비위 행위자의 사면으로 이어지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또 승부 조작이라는 타이틀만 내세웠을 뿐 사면 대상자 명단을 공개하지도 않았다.

언론, 팬들의 반발이 거세자 협회도 물러섰다. 임시 이사회를 열어 징계 사면 건 재심 위에 들어갔다. 약 50분간의 이사회 끝에 사면 결정을 사흘 만에 철회하는 촌극을 빚었다.

정 회장은 이후 의견문을 통해 “승부 조작이 스포츠의 근본정신을 파괴하는 범죄 행위라는 점에는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며 “2011년 발생한 K리그 승부 조작 가담자들의 위법 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로 재직하며 가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통해 다시는 승부 조작이 우리 그라운드에 발붙일 수 없게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바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 회장은 “2년여 전부터 일선 축구인들을 통해 ‘그들이 오랜 세월 충분히 반성했고 죗값을 어느 정도 치렀으니 이제 관용을 베푸는 게 어떻겠느냐’라는 건의를 계속 받았다”라며 “이런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예방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계몽, 교육을 충실하게 하는 게 더 중요한 시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중징계를 통해 모두에게 울린 경종의 효과도 상당했다고 판단했다”며 “카타르 월드컵 이후 한국 축구가 다시 새롭게 출발하는 시점에서 징계 대상자들이 지난날의 과오를 벗어나 다시 한번 봉사할 기회를 주는 것도 한국 축구 수장으로 할 수 있는 소임이라 여겼다”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결과적으로 그 판단은 사려 깊지 못했다”며 “승부 조작 사건으로 축구인과 팬들이 받았던 엄청난 충격과 상처를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한층 엄격해진 도덕 기준과 함께 공명정대한 그라운드를 바라는 팬들의 높아진 눈높이도 고려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정 회장은 “이번 사면 결정 과정에서 저의 미흡했던 점에 대해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저와 협회에 가해진 질타와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보다 나은 조직으로 다시 서는 계기로 삼겠다”라고 전했다.

<다음은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의 입장문>

입장문

승부조작이 스포츠의 근본 정신을 파괴하는 범죄 행위라는 점에는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습니다.

2011년 발생한 K리그 승부조작 가담자들의 위법 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가 없다는 것을 저 역시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하기에 제가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로 재직하던 당시, 가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통해 다시는 승부조작이 우리 그라운드에 발붙일 수 없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바도 있습니다.

저는 그들이 저지른 행동이 너무나 잘못된 것이었지만, 그것 또한 대한축구협회를 비롯한 우리 축구계 전체가 함께 짊어져야 할 무거운 짐이라고 늘 생각했습니다.

2년여 전부터 “10년 이상 오랜 세월동안 그들이 충분히 반성을 했고, 죄값을 어느 정도는 치렀으니 이제는 관용을 베푸는 게 어떻겠느냐”는 일선 축구인들의 건의를 계속 받았습니다.

이러한 제안을 받아들이지는 않았지만, 최근에는 해당 선수들만 평생 징계 상태에 묶여 있도록 하기보다는 이제는 예방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계몽과 교육을 충실하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한 시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하게 됐습니다.

중징계를 통해 축구 종사자 모두에게 울린 경종의 효과도 상당히 거두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카타르 월드컵 이후 한국 축구가 다시 새롭게 출발하는 시점에 승부조작 가담자를 비롯한 징계 대상자들이 지난날 저질렀던 과오의 굴레에서 벗어나 다시 한 번 한국 축구에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도 한국 축구의 수장으로서 할 수 있는 소임이라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판단은 사려 깊지 못하였습니다. 승부조작 사건으로 인해 축구인과 팬들이 받았던 그 엄청난 충격과 마음의 상처를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한층 엄격해진 도덕 기준과 함께, 공명정대한 그라운드를 바라는 팬들의 높아진 눈높이도 감안하지 못했습니다.

대한체육회를 비롯한 관련 단체와 사전 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무겁게 받아들입니다.

이번 사면 결정 과정에서 저의 미흡했던 점에 대해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저와 대한축구협회에 가해진 질타와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보다 나은 조직으로 다시 서는 계기로 삼겠습니다.

축구팬, 국민 여러분에게 이번 일로 큰 심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 번 머리숙여 사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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