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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두 팀의 전력 차가 이 정도였던가…흥국생명, 우승 확률 100%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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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팀의 차이가 이 정도까지였을까. 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이 챔프전 1,2차전을 모두 쓸어담으며 2018~2019시즌 이후 4년 만의 통합 우승을 향한 9부 능선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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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은 31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V-리그 여자부 챔피언 결정전 2차전에서 공격과 블로킹, 서브까지 모든 면에서 한 수 위의 전력을 자랑하며 도로공사에 3-0(25-18 25-15 25-21) 셧아웃 승리를 거뒀다. 지난 1차전 3-1 승리에 이어 이날도 완벽한 경기력으로 먼저 2승을 선점한 흥국생명은 빠르면 다음달 2일 김천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있다. 역대 17번 열린 여자부 챔프전에서 1,2차전을 승리한 팀이 이긴 것은 총 다섯 차례. 결말은 모두 우승이라는 ‘해피엔딩’이었다. 흥국생명으로선 확률 100%를 거머쥔 셈이다.

2018~2019 챔프전에서 맞붙었던 두 팀이 이번 챔프전에서 리턴 매치를 치르게 됐을 때, 당초 예상은 ‘백중세’였다. 좌우 양 날개의 화력은 흥국생명의 김연경-옐레나가 도로공사의 박정아-캣벨보다 더 낫다고 해도, 이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서는 객관적 지표 상 도로공사의 우위였기 때문.

정대영-배유나로 이어지는 도로공사의 ‘베테랑’ 미들 블로커는 큰 경기 경험이나 블로킹, 배구 센스까지도 흥국생명의 김나희-이주아보다 압도적으로 우위. 실제로 정규리그에서 팀 블로킹은 도로공사가 세트당 2.819개로 전체 1위, 흥국생명은 세트당 2.058개로 6위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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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명옥-문정원이 버티는 도로공사 수비 라인도 김해란-김미연의 흥국생명보다 우위다. 정규리그 리시브 효율 1,2위인 임명옥-문정원의 존재감 덕분에 팀 리시브 효율도 도로공사가 49.31%로 전체 1위. 흥국생명은 10%이상 낮은 38.62%로 6위다. 디그는 흥국생명이 세트당 21.686개로 도로공사(20.444개)로 다소 앞서지만, 리시브에서의 차이를 메울만한 수준은 아니다.

그나마 세터 싸움에선 흥국생명의 이원정이 도로공사의 이윤정보다 경험 면에서 우위긴 했다. 이원정은 신인이던 2017∼2018시즌 도로공사에서, 2020∼2021시즌엔 GS칼텍스 소속으로 통합 우승을 차지했지만, 역할은 백업 세터였다. V-리그 2년차인 이윤정은 올 시즌이 첫 ‘봄 배구’다.

여기에 열흘 정도 휴식을 가진 흥국생명이 체력적 이슈에선 앞서고 있다해도, 도로공사도 현대건설과의 플레이오프를 2전 전승으로 마쳤기 때문에 그리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오히려 흥국생명이 오랜 기간 실전을 치르지 않아 경기 감각 회복에서 더 불리할 수도 있다는 예상도 있었다. 과거 OK저축은행을 이끌고 우승을 차지한 김세진 감독은 “플레이오프를 2전 전승으로 끝낼 수 있다는 보장만 있으면, 플레이오프를 치르고 챔프전을 경기 감각 측면에서 더 낫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 김 감독의 OK저축은행은 2014~2015시즌에 2위를 차지한 뒤 한국전력과 플레이오프에서 2경기 모두 3-2 풀세트 접전으로 승리를 거두고 챔프전에 올라 삼성화재를 상대로 3전 전승으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최소 4차전, 길면 5차전까지 내다봤던 여자부 챔프전이 조기 마감 가능성이 커진 것은 예상치 못하게 도로공사 선수단을 덮친 감기였다. 지난 29일 열린 1차전을 앞두고 도로공사 김종민 감독은 “환절기라 그런지 선수들 중에 감기 걸린 선수가 많아 몸상태가 좋지 않다”고 밝혔다. 도로공사 공격의 주축인 배유나와 박정아는 1차전에서 시종일관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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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쉬고 맞이한 2차전에서도 도로공사 선수단은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에서 보여준 모습을 좀처럼 재현하지 못했다. 1세트 초반부터 0-6으로 크게 뒤지며 기선을 제압 당한 끝에 세트를 쉽게 내줬다. 2세트에는 세트 초반엔 팽팽히 승부를 이어나갔으나 세트 중후반부터 집중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노출하며 10점 차로 세트를 내주고 말았다.

1차전 1,2세트에는 도로공사의 집중 견제에 시달리며 부진했으나 3,4세트에 공격 리듬을 되찾아 시즌 평균과 거의 흡사한 성적표를 내며 팀 승리를 이끌었던 김연경은 2차전에선 경기 초반부터 특유의 공격력이 불을 뿜었다. 김연경에게 향하는 토스가 네트에 붙거나 높이도 들쑥날쑥한 적이 많았지만, 192cm의 큰 신장을 활용해 상대 수비의 빈 공간으로 연타 처리하는 노련함도 뽐냈다. 2세트까지 12점을 올린 김연경의 공격 성공률은 무려 75%. 여기에 1차전부터 매 세트 기복없는 공격력을 보여준 옐레나도 2차전에도 그 화력은 여전했다. 2세트까지 13점, 공격 성공률 57.89%를 기록했다. 양 날개가 모두 50%가 훌쩍 넘는 공격성공률을 기록하면 질래야 질 수가 없다.

3세트 들어 도로공사는 이대로 패할 수 없다는 듯 세트 후반까지 힘을 내며 21-20까지 앞서갔다. 4세트까지 가나 싶었던 순간, 김연경이 분연히 나서 ‘오늘 4세트는 없다’고 선언했다. 김연경이 퀵오픈 2개와 오픈을 연달아 성공시키며 단숨에 경기를 뒤집었다. 이어 옐레나의 오픈과 김연경이 오픈까지 바로 터져나오는 등 내리 5점을 몰아치며 이날 승부를 끝냈다. 팀 공격성공률 46%-34.06%, 블로킹 8-4, 서브득점 5-2. 흥국생명이 모든 면을 압도한 경기였다.

경기 뒤 김종민 감독은 전력 차를 인정했다. “할 말이 없네요”라고 입을 뗀 김 감독은 “감기라기 보다는 실력에서 차이가 많이 난다. 우리가 블로킹이 좋은 팀이긴 하지만, 흥국생명 상대로는 블로킹이 많이 나오지 않았다. 우리가 공격이 그리 좋은 팀이 아니기에 상대 공격을 수비로 걷어올리고 끈질긴 양상에서 블로킹으로 득점 올리는 장면이 나와야 하는 팀인데, 상대 공격이 워낙 좋다보니 한 방에 먹는 실점이 많아사 우리 페이스로 경기를 끌고 오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는 냉정히 봤을 때 전력을 7대3 정도로 상대 우위라 봤는데, 선수들의 몸 상태를 고려했을 때 뒤집기는 역부족인 것 같다. 그렇지만 잘 준비해서 김천에서는 반격해보겠다”고 덧붙였다.

인천=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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