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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인터뷰]'복싱 레전드' 홍수환 "한국 복싱 침체, 분명히 깨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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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파이낸셜뉴스] "한국 복싱 침체기를 깨우려면 방송계·국가·지도자·선수 등의 노력이 '혼연일체' 돼야 합니다"

'4전 5기' 신화의 주인공이자 WBA 주니어 페더급·WBA 밴텀급 세계 챔피언 출신인 홍수환 전 권투위원회(KBC) 회장(73· 사진)은 1일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 복싱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간 한국 복싱은 20년 가까이 남자 세계 챔피언을 배출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난 1966년 고 김기수 선수가 국내 최초로 세계 챔피언을 지낸 뒤 43명의 세계 챔피언을 배출한 '복싱 강국'이었으나 긴 세월 동안 맥이 끊긴 것이다.

김 선수에 이어 한국의 두 번째 세계 챔피언이었던 홍 전 회장은 이같은 침체기가 온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고 지적한다. 우선, 복싱 경기가 TV로 중계가 되지 않는 점을 꼽았다.

홍 전 회장은 "방송계가 중계를 해주는 조건으로 빈약한 오봉 프로모터(이영웅 대표) 등 복싱 프로모터들에게 중계료를 받는 관행이 없어지고, 전세계의 흐름처럼 방송계가 중계권을 사서 중계를 해줘야 한다"며 "좋은 선수가 배출되고 경기 흥행이 되려면 팬들이 볼 수 있는 방송 중계 여건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악조건 때문에 방송에서 복싱 경기를 자주 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유튜브를 통해 복싱 경기를 중계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는데, 방송을 통해 사람들이 자주 선수들을 봐야 인지하고, 선수는 팬들의 기대로 성장할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가 차원에서도 아마추어 복싱과 프로 복싱을 동등하게 대우 해줘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올림픽·아시안게임 등에 출전하는 아마추어 선수들처럼 프로 선수들도 세계 챔피언 획득 등 '국위 선양'을 한다면 복지 등 대우를 동등한 조건으로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홍 전 회장은 "아마추어 선수들은 세계 대회에서 '전패' 해도 국가가 도와주는데, 프로 복싱은 대한체육회 소속도 돼 있지 않다"며 "프로에서 세계 챔피언 등이 되는 것도 굉장히 어려운 일이고 국가 위상을 높이는 것이기 때문에 아마추어·프로를 떠나 선수의 가치로 대우를 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마추어 선수들에 대한 지자체·국가의 대우가 좋다 보니, 상대적으로 대우가 좋지 못한 프로로 아마추어 선수들이 전향하지 않고 있다"며 "프로에 대한 대우·방송 중계 등이 있어야 국내 프로가 발전하고 나라의 위상을 드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그는 국내 복싱 선수와 지도자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홍 전 회장은 "복싱 선수라면 오전 7시 전에 일어나 밖에서 30~40분을 뛰어야 하는데, 요즘 선수들은 인터벌 러닝 등을 하지 않는다"며 "복싱에서 80% 이상을 차지하는 정신력과 체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복싱 기술이 나올 수 없기에 뛰지 않는다면 복싱을 그만둬야 한다. 절대적으로 기본기에 충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도자들도 자격증만 따서 선수를 교육시키는 게 아니라 링 안에서 '산전수전' 겪은 선수 출신의 지도자가 많이 나와야 선수들에게 경기 운영 등 노하우 등을 제대로 알려줄 수 있다"며 "한국 복싱 전성기 때는 훌륭한 지도자들이 많았고, 저 또한 경기나 훈련 때 힘을 줬던 지도자들의 진심 어린 충고가 있어 이 자리까지 오게 됐다"고 전했다.

홍 전 회장은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한평생 복싱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죽는 날까지 팬들에게 받은 사랑을 복싱으로 돌려주겠다"며 "후배 양성 등 국내 복싱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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