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모비스는 10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 고양 캐롯과의 2022-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71-77로 패배, 시리즈 전적 2승 3패로 업셋의 희생양이 됐다.
KBL 출범 이래 최대 업셋 시리즈다. 현대모비스는 시즌 막판까지 4강 직행 경쟁을 한 팀. 주축 선수들의 몸 상태가 완전하지 않다고 해도 급여 미지급, 에이스 부상 등 온갖 악재가 겹친 캐롯과 비교하면 양반이었다.
‘작정현’을 어설프게 막았다간 혼난다. 사진=KBL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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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의 이번 업셋 원인은 너무도 많다. 조동현 감독은 공부하는 지도자로서 어쩌면 10개 구단 감독 중 배움에 있어 가장 진지한 사람이다. 다만 정규리그에 비해 플레이오프에서 보여준 그의 전술, 전략은 너무 단순했다. 준비한 것을 다 보여주지 못한 느낌을 줬다.
조 감독이 상대하는 김승기 감독은 KBL 역대 지도자 중 단기전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사람이다. ‘만수’ 유재학 감독조차 그를 상대로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결국 ‘코트 위의 여우’를 넘기 위해선 매 경기마다 전술 변화를 줬어야 했다. 그러나 조 감독은 곰이었다.
단 하나의 수비 전술만 봐도 이번 시리즈가 왜 업셋으로 끝났는지 알 수 있다.
조 감독은 이번 시리즈 내내 이정현에 대한 수비를 타이트하게 가져가지 않았다. 전문 디펜더 김영현과 김태완, 그리고 때에 따라 최진수, 서명진 등을 고루 활용했으나 결국 일대일 디펜스라는 건 변함이 없었다.
캐롯, 그리고 김 감독은 국내 빅맨을 스크리너로 활용, 이정현의 미스 매치 상황을 최대한 만들었다. 이에 대한 현대모비스의 수비는 단순했다. 스위치 디펜스, 결국 게이지 프림, 또는 저스틴 녹스가 이정현을 막는 장면이 수차례 나타났다.
여기서 가장 큰 문제점은 수비 라인이 너무 높았다는 것이다. 이정현은 자신보다 발이 느린 상대를 마음껏 농락할 수 있는 스피드와 드리블 스킬을 가지고 있다. 프림과 녹스는 이정현을 막을 수 없었다. 결국 이정현은 미드레인지 점퍼, 돌파로 현대모비스의 사기를 꺾었다.
그렇다면 현대모비스의 골밑에는 왜 아무도 없었던 것일까. 디드릭 로슨을 비롯해 캐롯 선수들이 좌우 코너에서 3점슛을 던지기 위해 서 있었기 때문이다. 코트 전체를 넓게 활용하는 게임에 익숙한 캐롯이었다. 장재석, 함지훈 등 발이 느리고 가로 수비가 약한 빅맨들이 빠르게 골밑 커버를 들어가기도 어려웠다. 그렇게 실점한 점수가 결국 누적돼 시리즈 흐름을 바꿔버렸다.
조동현 현대모비스 감독의 첫 플레이오프는 허무하게 끝났다. KBL 역대 최고의 업셋 희생양이 됐다. 사진=KBL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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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감독은 결국 이정현에게 줄 점수는 주고 다른 선수를 막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렇기에 골밑을 내주더라도 코너 3점슛은 주지 않는 수비를 펼쳤다. 이 방법이 통해 승리한 1, 3차전은 이정현에게 점수는 주더라도 다른 선수들의 야투가 터지지 않았기에 효과를 볼 수 있었다. 로슨을 집중 마크, 실점을 최소화한 것 역시 승리 요인. 하지만 전성현 복귀 후 반드시 변화를 줬어야 했던 현대모비스다. 같은 방법을 쓰기에는 전성현이란 존재가 부담스러운 입장. 이정현 역시 전보다 더 편하게 득점할 수 있었다. 이정현 외 다른 선수들의 3점포도 림을 가르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현대모비스는 끝까지 같은 방법을 고수했고 그 결과는 업셋이었다.
차라리 이정현을 봉쇄, 로슨에게 줄 점수를 줬다면 시리즈 결과는 달라졌을까. 결국 막판에 가선 로슨조차 막지 못한 현대모비스다. 물론 이번 시리즈에서 이정현의 퍼포먼스가 역대급이었던 만큼 이런 가정조차 쉽게 내리기 힘들다. 그래도 로슨보다 막을 수 있는 확률이 더 높았던 이정현에게 집중했다면 분명 업셋 가능성은 더욱 낮출 수 있었다.
결과론일 뿐이다. 캐롯이 이겼고 현대모비스는 졌다. 정규리그 내내 무자비한 3점슛을 얻어맞은 채 1승 5패를 했으니 이러한 수비 전술을 선택한 것 역시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다만 플레이오프와 같은 단기전은 결국 작은 흐름도 놓쳐선 안 된다. 현대모비스는 이 부분을 놓쳤다. 이정현을 너무 과소평가했을 수도 있다.
4강에서 기다리고 있는 안양 KGC는 어떤 수비 전술로 캐롯을 막아낼까. 현대모비스와는 달리 다양한 수비 카드, 그리고 전문 디펜더의 존재로 인해 충분한 대비책이 마련되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현대모비스가 캐롯에 어떤 방식으로 당했는지 충분히 지켜봤다. 더불어 김 감독의 농구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선수들이 많다. 이정현 대비 수비 전술을 지켜보는 것도 4강을 즐길 수 있는 포인트가 될 듯하다.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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