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인천, 지형준 기자] 28일 오후 인천 중구 운서동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제59회 백상예술대상이 열렸다.개그맨 피식대학 정재형, 김민수, 이용주가 레드카펫을 밟고 있다. 2023.04.28 /jpnews@osen.co.kr

[OSEN=김채연 기자] 공중파에서 공개 코미디가 사라진 이후 개그맨들은 각자도생으로 자신의 개그를 이어갔다. 가장 많은 개그맨들이 이동한 무대는 바로 유튜브. 자신만의 채널을 만들어 개그감을 뽐내거나, 개그 코너 속 캐릭터처럼 유튜브에서 부캐를 만들거나, 혹은 자신과 합이 맞는 동료끼리 모여 채널을 개설해 여러 아이템을 올리는 경우도 잦다.

특히 지난달 28일 진행된 ‘제59회 백상예술대상’에서는 플랫폼 환경의 변화와 시청자들의 이용 패턴 변화에 발맞춰 TV, OTT 플랫폼에서 방송된 프로그램을 비로해 1인 크리에이터들의 웹 콘텐츠, 웹 예능까지 심사 범위를 확장했다. 유튜브 속 개그맨들의 아이템이 시상식에서도 인정받기 시작한 것.

실제로 예능상에도 같은 기준이 적용돼 ‘다나카’로 인생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개그맨 김경욱은 물론, 신도시 엄마보다 더 신도시 엄마 같은 ‘서준맘’ 박세미도 생애 최초 백상 예능상 후보에 올랐다.

공개 코미디가 사라진 뒤 유튜브로 주 무대를 옮겨 사랑받은 개그맨들의 변천사를 살펴봤다.

[OSEN=박준형 기자] 6일 오전 서울 명동에 위치한 롯데백화점에서 키엘 팝업스토어 오픈행사가 진행됐다. 다나카상(김경욱)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01.06 /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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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개 코미디에서는 무명 개그맨? 유튜브에서는 유명 개그맨 커플 ‘엔조이커플’

2014년 tvN ‘코미디 빅리그’로 데뷔했던 손민수와 SBS 공채 개그맨 15기로 코미디언 생활을 시작한 임라라가 함께 만든 ‘엔조이커플’은 코미디 무대가 사라진 뒤 자신들이 준비한 개그를 보여주기 위해 시작됐다.

동료이자 연인으로 서로를 응원했던 두 사람은 유튜브를 통해 자신들의 일상을 공개하고, 유튜브에서 유행하는 콘텐츠를 시작으로 영상을 하나씩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2017년 9월 엘리베이터 방귀 몰카 영상이 인기를 끌며 ‘엔조이커플’은 개그맨보다 유명한 유튜버가 됐다.

해당 영상의 누적 조회수는 현재 1420만 회로, 이 영상을 계기로 엔조이커플은 현재 255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얻을 수 있게 됐다. 이 외에도 오래된 연인만 할 수 있는 ‘헤어질 각오하고 하는 장난’이나 ‘몰래 카메라’ 등이 인기를 얻었고, 먹방, 개그, 데이트 등 여러 콘텐츠로 누적 조회수 10억을 넘는 인기 채널이 됐다.

최근 10년 열애를 끝내고 결혼을 발표한 두 사람은 오는 5월 21일 서울 모처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돈 없는 무명 개그맨으로 시작해 부부의 연을 맺게 된 두 사람에게 구독자들은 더욱 큰 박수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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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혼 브이로그로 전하는 실제 이혼 심경, 강유미의 ‘좋아서 하는 채널’

엔조이커플이 실제 연인간의 관계를 낱낱이 드러낸다면, 강유미는 조금 결이 다르다. 강유미의 채널에는 강유미가 없다. 어디서 본 듯한 인물을 흉내내는 ‘롤 플레이’ 영상 등으로 막내 메이크업아티스트, 인기 아이돌, 일진, 도믿걸, 타투이스트, 동네미용실 사장님 등 다양한 직업군을 흉내내며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받았다.

특히 유튜브에서 인기가 있는 브이로그 스타일을 그대로 차용해 인스타갬성브이로그를 공개하거나, 퇴사를 앞둔 직원으로 변신한 퇴사 브이로그, 실제 이혼 심경을 담은 이혼 브이로그까지 공개하며 강유미인듯 아닌듯 채널을 운영해갔다. 뿐만 아니라 MBTI를 형상화한 ‘유미의 MBTI들’로 각각 MBTI 성격을 표현해내는 연기로 웃음을 안기기도 했다.

그의 엄청난 연기에 극찬이 이어졌고, 강유미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영광이다. 캐릭터 연구 비결은 망상이다. 망상이 저의 원동력”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KBS ‘개그콘서트’를 통해 ‘사랑의 카운슬러’, ‘분장실의 강선생님’ 등 다양한 코너로 인기를 끌었던 그는 유튜브를 통해 제2의 전성기를 얻는 것은 물론, 1인극의 대가로 거듭나고 있다.


# 레트로부터 50대 산악회 아저씨까지..정재형, 김민수, 이용주의 재발견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이 없어지고 개그맨 유튜브 채널이 하나둘씩 개설됐다면, 이렇게 젊은 개그맨들이 재능이 있다는 걸 알린 것은 바로 피식대학이다. 피식대학은 정재형, 김민수, 이용주가 주축 멤버가 돼 여러 세계관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뻗어나가고 있다.

현재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지만, 피식대학을 처음 알린 것은 바로 ‘05학번 is back’과 ‘한사랑 산악회’였다. 추억을 회상하는 것을 목적로 2000년대로 돌아간듯 당시 패션과 유행 아이템을 그대로 입고 나온 개그맨들이 UCC라는 이름으로 찍는 콘텐츠다. 프리스타일의 ‘Y’가 배경으로 깔리고, 동대문 밀레오레 댄스배틀이 언급됐고, 극중 쿨제이(김해준 분)의 여친으로 등장한 길은지 역의 이은지는 이 캐릭터를 맡으며 큰 인기를 얻기도 했다.

피식대학의 특징은 세계관을 그대로 공유한다는 점이다. ‘05학번 이즈 백’의 주인공 김민수는 ‘한사랑산악회 회장’ 김영남의 아들이고, 배용남은 배용길의 아들, 정재혁은 정광용의 아들이다. 또 한사랑산악회 멤버 중 한명인 이택조의 딸이 ‘05학번 이즈백’에 나오는 반유니이며, 반유니는 배용남의 전 여자친구이기도 하다.

이러한 세계관이 엮이면서 구독자들은 새로운 프로그램이 나타나도 금방 몰입하며 세계관을 수월하게 이해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05학번이즈히어’, ‘피식쇼’ 등 새로운 프로그램을 제작해 선보이고 있으며, ‘피식쇼’의 경우 올해 개최된 백상예술대상에서 예능 작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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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이 없었죠” 김해준 아니고 최준

피식대학이 막 뜨기 시작했을 때, 채널명보다 유명했던 부캐는 김해준이 연기한 최준이었다. 피식대학 프로그램 중 하나인 ‘B대면 데이트’를 통해 공개된 최준은 유학을 많이 다닌 금수저로, 시도때도 없이 남발하는 애드립과 오글거리는 말투로 2030여성들에게 극과 극의 반응을 보였다.

처음 들으면 진절머리를 치지만, 갈수록 중독되는 말투와 행동에 최준을 연기한 김해준은 그해 가장 유명한 개그맨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준 특유의 3인칭 화법과 “철이 없었죠. 커피가 좋아서 유학을 했다는 자체가”라는 말투로 비롯된 유행어로 인기를 얻었다. 실제로 몇몇의 여자 연예인이 직접 팬이라고 밝히며 애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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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감대 형성으로 떴다, ‘숏박스’

‘숏박스’ 채널의 운명을 바꾼 건 단 하나의 영상이었다.

김원훈, 엄지윤, 조진세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숏박스’는 말 그대로 짧은 콩트를 담은 영상을 올리는 개그 유튜브 채널로, 대부분의 영상이 10분 미만의 짧은 상황극으로 진행된다. ‘스포일러’, ‘너라면 어떻게 할거야?’, ‘휴지 있으세요?’ 등 누구나 공감하기 쉬운 영상을 올리던 숏박스 멤버들은 ‘모텔이나 갈까?’라는 제목으로 올린 장기연애 커플 영상으로 인기를 얻었다.

장기연애 커플이 흔히 겪는 일을 가감없이 담아낸 영상은 물론, 이와 연결된 ‘찐남매’ 콘텐츠로 사랑받았다. 일상에 초밀착해 담아내는 스케치 코미디 채널을 큰 호불호 없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숏박스 외에도 너덜트, 빠더너스, 별놈들, 킥서비스 등 다양한 스케치 코미디 채널이 개그 유튜브 채널로 인기를 얻고 있다.


# 꼬ㅊ보다 다나카, 김경욱

나몰라패밀리 김경욱은 2018년부터 밀었던 부캐 ‘다나카’로 뒤늦게 빛을 봤다.

다나카는 일본 호스트 업계에 종사하고 있으나, 매번 지명받지 못하는 설정으로 특유의 말투와 함께 인기를 끌었다. 특히 업계 용어를 사용한 “다나카 지명받았습니다”라는 말이나, “꼬ㅊ가루를 날려”, “아마조루조루조루” 등 한국어와 일본어를 섞은 한본어로 웃음을 안기기도 했다.

부캐로 성공한 김경욱을 본 심진화는 “이렇게 성공한 모습을 보니 좋다”며 오열하기도 했고, 여러 선후배는 그동안 고생하다 뒤늦게 빛을 본 김경욱에 응원을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다만 다나카에게 긍정적인 반응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다나카 캐릭터는 결국 일본 화류계 종사자의 특징을 가지고 와 만들어진 캐릭터이기 때문. 타 개그맨들이 어디서 본 듯한 이미지를 차용해 부캐로 만들었다면, 다나카의 경우 한국에서 접하기 생소한 이미지로 인기를 얻었다. 특히나 업계 용어를 그대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유흥업소 종사자에 대한 친근감을 유발한다는 우려도 등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김경욱은 다나카로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은 물론, 다나카로 광고를 찍는 등 여전한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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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줌마 그 자체, ‘서준맘’ 박세미

‘한사랑산악회’, 최준 이후 부캐에 별다른 인기가 없었던 피식대학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캐릭터가 있다면 바로 서준맘이다.

‘서준맘’은 ‘05학번이즈백’에 등장한 배용남의 여자친구 류인나가 ‘05학번이즈히어’에서 배용남과 결혼한 뒤 전업주부로 지내면서 보여주는 일상을 그대로 담아냈다. 신도시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특징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 특유의 자식 사랑,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동네 언니의 모습을 담아내며 인기를 얻었다.

서준맘을 부캐로 삼은 박세미는 자신의 유튜브를 통해 서준맘의 브이로그를 보여주는 것은 물론, TV 예능도 ‘서준맘’으로 출연하고, 라디오, 화보도 찍는 등 인기를 이어갔다. 최근에는 ‘서준맘’ 부캐로 백상예술대상 여자 예능상 후보에도 오르며 남다른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cykim@osen.co.kr

[사진] OSEN DB, 유튜브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