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팀 다 '사전 계획' 확실해…무너뜨리려 서로 대응책 내는 중"
전희철 감독 '파울 아니에요?' |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치열하게 전개되는 올 시즌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후반부의 화두는 지역방어다.
정규리그 우승팀 안양 KGC인삼공사가 서울 SK의 전희철 감독이 꺼내든 '3-2 지역방어'에 골머리를 앓고 있어서다.
지역방어란 수비자 한 명이 공격자 한 명을 맡는 일반적인 '맨투맨 수비'와 달리 5명이 각자 지정된 위치에서 공간을 점유해 상대 공격을 방해하는 전술이다.
SK가 포워드 허일영을 톱에 세워 자유투 라인 부근으로 공이 투입되는 것을 막자 유기적인 인삼공사의 패스 흐름도 정체됐다.
4차전에서 전 감독이 1쿼터부터 이 전략을 선보이자 초반 고전한 인삼공사는 2, 3차전 연승한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91-100으로 경기를 내줬다.
3일 펼쳐진 5차전에서도 전 감독은 이 수비를 적절히 활용했다.
2쿼터 종료 8분 전 수비 대형에 가장 앞에 선 허일영이 인삼공사 박지훈이 톱에서 건넨 패스를 끊어낸 장면이 상징적이었다.
1쿼터 23점을 올린 인삼공사는 2쿼터에는 5점에 그쳤다.
경기 전 "지역방어에 대비했다"고 자신감을 드러낸 인삼공사의 김상식 감독은 당혹스러웠을 터다.
침이 바싹 마르는 경기 |
지역방어를 무너뜨리기는커녕 지공에서는 사실상 제대로 된 슛 기회를 내지 못할 지경에 이르자 김 감독도 경기 중 대응책을 내놔야 했다.
김 감독은 하프타임에 '정답'을 찾아냈다.
상대 선수들이 수비 위치를 찾아 이동하기 전에 '빠른 농구'로 몰아치는 것이다.
3쿼터 시작과 함께 인삼공사 선수들은 활동량과 공격 속도를 높이면서 13점 차로 끌려가던 경기 흐름을 뒤집기 시작했다.
그러자 SK도 집중력을 발휘하며 더욱 지역방어의 완성도를 올렸고, 경기도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인삼공사는 톱에서 3점슛, 코너에서 돌파 등 다양한 공격 경로로 상대 지역방어의 틈을 찾았지만 아쉬운 마무리가 발목을 잡으며 점수를 내지 못했다.
SK 역시 승부처였던 4쿼터 필드골 성공률이 31%에 그쳤지만, 오재현이 경기 종료 4분여 전 과감한 롱 패스로 김선형의 속공 득점을 도운 데 이어 종료 38초 전 3점을 터뜨리며 어렵게 66-60으로 승리를 챙겼다.
이 해설위원은 "지역방어를 쓴다는 건 기본적으로 맨투맨으로 상대를 수비하기 버겁다는 걸 인정하는 방증이기도 하다"고 했다.
김선형 '이제 챔피언까지 단 1승' |
이 해설위원이 보는 SK 지역방어의 효과는 2가지다.
인삼공사의 주포 스펠맨을 벤치로 보내면서 김선형이 1대1 수비에서 지는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이번 시리즈에서 김선형은 가공할 점프력을 자랑하며 맹위를 떨치는 필리핀 선수 렌즈 아반도를 주로 막고 있다.
아울러 인삼공사가 5차전 후반 시작과 함께 공격 속도를 높이며 맹추격한 점도 유효한 대응이라고 짚었다.
이 해설위원은 "바로 그때 보여준 모습이 인삼공사의 농구다. 그 농구를 잘해서 여기까지 올라온 팀"이라며 "기록으로 잡히지 않는 속공이 많다. 자신들이 원하는 속도대로 경기를 풀어가는 능력이 인삼공사의 장점"이라고 해설했다.
그러면서 "나도 해설을 준비하면서 작전 타임에 지시도 듣고, 경기 전 라커룸 인터뷰도 들어가서 듣는다. 이번 챔프전에서는 특히 양 팀 감독님께 농구인으로서 배우는 점이 많다"며 "두 팀 모두 사전 경기 계획이 확실하다. 상대 계획을 무너뜨리기 위해 서로 계속 대응책을 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SK가 3승 2패로 앞선 가운데 5일 오후 6시 안양체육관에서 6차전이 펼쳐진다.
준우승의 위기에 몰린 인삼공사로서는 SK의 지역방어를 헐어버리는 것이 급선무다.
이 해설위원은 "지역방어 대응은 지도자의 성향·관점에 따라 달라진다"며 "슈터가 필요하다면 배병준을 투입할 수도 있지만 그만큼 문성곤·아반도의 출전 시간이 줄어든다. 이런 대응책을 비롯한 전술·전략은 각 팀 수장들이 나름의 합리적인 판단에 따라 결정한 것이라 봐야 한다"고 전했다.
용병의 자존심 대결 |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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