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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탁구 女복식 신유빈·전지희 은메달에, 현정화 “후배들이 잘해줘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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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 세계선수권에서 韓 선수 최초로 女단식 금메달

“사실 30주년이 되는 이번 달을 특별하게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마침 후배들이) 잘해줘 기쁘네요.”

본지와 28일 연락이 닿은 한국 여자탁구의 ‘전설’ 현정화(54) 한국마사회 탁구단 감독은 조금은 들뜬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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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화 한국마사회 탁구단 감독.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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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감독에게 올해 5월은 특별한 달이다. 정확히 30년 전인 1993년 5월에 그는 스웨덴 예테보리 개인전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여자단식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미 1988년 서울올림픽 여자복식 금메달, 1989년 도르트문트 세계선수권대회 혼합복식 우승, 1991년 지바 세계선수권대회 여자단체전 우승 등 탁구 신화를 썼던 그에게도 이 금메달은 유독 소중했다. 누구와 짝을 이뤄서 달성한 게 아닌 온전히 개인 기량으로 해낸 성과였기 때문이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중 하나로 1993년 예테보리 세계선수권 여자단식 우승을 지목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 감독 이후 30년 동안 세계선수권 개인전 단·복식을 통틀어 한국 여자 선수가 결승전에 올랐다는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다.

올해도 크게 다르지 않을 듯 했다.

그러나 지난 27일 신유빈(19·대한항공)-전지희(31·미래에셋증권·이상 복식 12위) 조가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2023 ITTF(국제탁구연맹) 개인전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 복식 결승전에 올랐다는 낭보가 이어졌고, 28일 열린 결승전에서 둘은 중국의 왕이디(26)-천멍(29·이상 복식 7위) 조에 0대3(8-11 7-11 10-12)으로 석패하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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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2023 국제탁구연맹(ITTF) 개인전 세계선수권대회 여자복식 결승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신유빈(왼쪽)-전지희가 시상대에 올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한탁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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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각으로 오전 2시를 넘어 열린 결승전을 생중계로 지켜봤다는 현 감독은 “신유빈은 단단한 수비를 앞세워 (점수를 낼 수 있게 해주는) 메이커(maker) 역할을 안정적으로 해냈고, 전지희는 주 득점원으로 활약했다. (2019년부터)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춰 서로의 장단점을 잘 알고 있는 게 눈에 보였다”고 평가했다.

둘이 합작한 은메달의 의미에 대해선 “탁구 대회 결승에 진출하기 위해선 준결승에서 한 번은 중국을 넘어야 하는 상황이 오는데, (세계 최강으로 군림하는) 중국의 벽을 넘어설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신유빈-전지희 조는 준결승에서 세계 1위인 중국 쑨잉사(23)-왕만위(24) 조를 3대0으로 완파하며 파란을 일으켰다.

그러면서 신유빈-전지희 조의 최대 장점으론 오른손(신유빈)-왼손(전지희) 조합에서 나오는 유기적인 플레이를 꼽았다. 탁구 복식에선 한 선수가 두 번 이상 공을 치면 안 되고, 반드시 번갈아가면서 쳐야 한다. 그래서 두 선수가 같은 손을 쓰면 동선이 꼬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빠른 스트로크가 필수적인데, 이 과정에서 부정확한 샷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진다. 현 감독은 “이런 부분에서 두 선수가 확실히 유리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했다.

다음 대회에선 ‘만리장성’을 넘어 정상에 오르기 위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쑨잉사-왕만위 조 및 왕이디-천멍 조처럼) 중국 선수들은 같은 손잡이인 경우가 많아 빠른 스트로크 부분에서 약점을 보이곤 한다”며 “이런 부분을 공략해 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회가 오면 딱 잡을 수 있어야 한다”는 등 선수들이 배짱을 길러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이번 선수권대회는 끝났지만 오는 9월 평창에서 열리는 아시아선수권대회를 시작으로 항저우 아시안게임, 내년 부산 세계탁구선수권 단체전과 2024 파리올림픽 등 굵직한 탁구대회가 줄줄이 예정돼 있다.

현 감독은 신유빈-전지희 조가 한국 여자복식의 에이스로 거듭나고 있다는 점을 흐뭇해하며 “메달을 향한 청신호가 켜졌다”고 했다.

[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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