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부터 재정 역량에 의구심…KBL , 허재·박노하에 책임 묻기로
네이밍스폰서·모기업 지원 약속에 자격 받았지만 한 시즌 만에 '사상누각'
허재, '고양캐롯점퍼스' 창단식서 포부 밝혀 |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의구심 속에 시작해 재정난·임금체불 등 부정적 소식으로 점철된 고양 데이원의 1년여 여정이 결국 '프로농구 사상 초유의 퇴출'이라는 최악의 결말로 마무리됐다.
선수·팬·농구계를 울린 '데이원 사태'의 시작 장면은 2021-2022시즌까지 팀을 운영한 고양 오리온의 농구단 '깜짝 판매' 소식이었다.
지난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매각설이 흘러나왔는데도 '사실무근'이라 일축하던 오리온은 같은 해 4월에 거래 상대인 데이원자산운용의 존재를 인정하고 팀을 매각 중이라고 공개했다.
실제로 거래가 이뤄지면서 적당한 상대가 등장한 듯해 보이자 단숨에 구단을 떠넘겨버린 모양새가 됐다.
당시 데이원자산운용은 대우조선해양건설의 관계사였는데, 이 기업 구조의 최상단에 있는 이가 김용빈 회장이었다.
이런 점에서 KBL 제명으로 마무리된 데이원 사태는 시작부터 내재적인 불안을 안고 갈 수밖에 없었다.
창단 소감 말하는 허재 |
김용빈 회장은 자본시장법 위반과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된 끝에 올해 4월 기소됐다.
검찰은 김용빈 회장이 허위 공시로 부당이득을 취하고 회삿돈으로 가치 없는 주식을 고가에 매수했다고 본다.
1년 2개월이 지났지만, 오리온 역시도 양수도 계약에 따른 대금을 다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농구 대통령' 허재를 명목상 대표로 내세운 데이원스포츠의 재정 역량에 나머지 9개 팀이 의구심을 감추지 못했고, 데이원의 KBL 가입도 깔끔하게 이뤄지지는 못했다.
지난해 6월 두 차례 임시 총회 끝에 네이밍 스폰서 유치 자료를 제시한 데이원이 KBL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지기는 했다.
김용빈 대우조선해양건설 회장 영장실질심사 |
작년 6월 24일 진행된 두 번째 임시 총회에서 KBL과 9개 팀이 자생적 재정 역량이 없는 법인인데도 데이원을 받아준 이유는 2가지였다.
그러나 KBL은 관련된 문건을 제출받는 수준을 넘어 모기업이 과연 지속적 지원을 보증할 튼튼한 기업인지 직접 나서서 검증할 필요가 있었다.
데이원이 그간 프로농구에 속했던 기업과는 전혀 다른 형태로 운영된 '특수 법인'이라는 점을 최우선으로 염두에 뒀다면, 이런 약속들이 '사상누각'이 될 가능성을 따져봐야 했던 셈이다.
실제로 모기업인 김용빈 회장의 대우조선해양건설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데이원은 시즌 개막 두 달 만인 지난해 말부터 팀을 인수하거나 자금을 후원할 새 기업을 물색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이미 지난해부터 제 기일에 임금을 주지 못한 데이원은 1월부터는 사무국 등 직원, 3월부터는 선수단에 급여를 주지 못했다.
임금 체불액만 현재 12억원이 넘었고, 농구단 운영에 필요한 협력 업체에 지불해야 하는 대금도 3억원 이상이 쌓인 것으로 파악된다.
KBL, 고양 데이원 회원자격 박탈 |
재정난에 따른 경기 외적 논란이 쌓여가자 네이밍 스폰서로 나섰던 캐롯손해보험이 3월에 후원 계약을 중단하는 악재까지 맞았다.
우여곡절 끝에 데이원이 이 돈을 내면서 2022-2023시즌 플레이오프를 무사히 치른 프로농구는 '데이원 리스크'를 끝내 피하지 못했다.
주장 김강선을 비롯해 급여를 받지 못한 선수들은 지난 14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 섰다.
김강선은 "신발도 선수들이 (개인 돈으로) 사서 신었고, 식사도 마찬가지였다"며 "결혼 준비하는 선수도 있는데 돈이 없어서 힘든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이 자리에 함께한 이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문화체육관광부를 통해 이 사안을 조사하고, 상황을 개선하는 데 앞장서겠다"며 "상임위원회나 국정감사를 통해 표준계약서 이행 여부, 임금 체불 문제 등을 꼼꼼히 따질 것"이라고 했다.
16일 최종적으로 데이원의 제명을 결정한 KBL은 경영총괄 박노하 대표, 스포츠 총괄 허재 대표에게 행정·법률적 책임을 물을 계획이다.
'플레이오프행 문 열릴까?' |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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