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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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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탈출해 도쿄 패럴림픽 나갔던 태권도 선수 쿠다다디, 유러피언 챔피언십 금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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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간 프랑스에서 훈련...“조국의 여성들을 위해 내년 파리 패럴림픽 금메달 노리겠다”

조선일보

자키아 쿠다다디가 14일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열린 2023 유럽 파라(PARA) 챔피언십 태권도 여자 47kg급 우승을 차지한 뒤 기뻐하고 있다. 왼쪽은 쿠다다디의 훈련을 도와준 프랑스의 여성 코치. /유럽패럴림픽 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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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유럽 파라 챔피언십 태권도 여자 47kg급 금메달리스트인 아프가니스탄 출신의 자키아 쿠다다디. /유럽패럴림픽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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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도쿄 패럴림픽에 출전하기 위해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했던 태권도 선수 자키아 쿠다다디(25)가 2023 유러피언 파라(Para) 챔피언십에서 금메달을 걸었다.

쿠다다디는 14일(현지 시각)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열린 파라 태권도 여자 47kg급 결승에서 튀르키예의 누르지한 에킨지를 눌렀다. 쿠다다디는 2라운드 후반까지 4-6으로 뒤지다 동점을 만든 뒤 골든라운드(연장)에서 먼저 2점을 얻어 극적으로 승리했다.

아프가니스탄 출신 여성 태권도 선수가 메이저 대회 금메달을 획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튀르키예의 에킨지는 작년 유럽 선수권 챔피언이자, 2021 세계선수권 은메달을 딴 강자였다.

유럽 지역의 ‘미니 패럴림픽’격인 유러피언 파라 챔피언십(8일~20일)은 올해 첫 대회를 맞았으며, 40여국 선수들이 10종목에 참가하고 있다. 내년 파리 패럴림픽 출전 자격을 얻는데 필요한 포인트가 걸려 있다.

쿠다다디는 “내게는 정말 큰 메달이다. 정말 행복하다”면서 “나는 아프가니스탄 출신이지만, 조국이 여성(인권)에 많은 문제를 안고 있어 난민 자격으로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

왼팔꿈치 아래가 없는 선천성 장애를 안고 태어난 쿠다다디는 2021년 도쿄 패럴림픽에 남자 파라 육상의 호사인 라소울리(28·멀리뛰기)와 함께 아프가니스탄 대표로 참가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장악하며 국내 정세가 극도로 불안해졌고, 공항이 마비되며 선수들의 발도 묶였다.

결국 아프가니스탄 패럴림픽위원회 측은 도쿄 대회 조직위에 불참을 통보했다. 그러자 쿠다다디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여성의 권리를 보호하는 모든 단체와 전 세계 각국 정부에 부탁한다. 아프가니스탄 여성으로서, 패럴림픽 선수로서 우리의 권리를 박탈당하지 않도록 도와달라. 우리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열심히 노력해왔다”고 호소했다.

이에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와 유엔난민기구 등 여러 국제기구와 국가가 나섰고, 쿠다다디와 라소울리는 카불을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고된 여정 끝에 프랑스를 거쳐 도쿄에 도착한 쿠다다디는 패럴림픽에선 1승도 거두지 못했다. 예선 없이 치러진 16강전과 패자전에서 모두 졌다. 쿠다다디와 라소울리는 아프가니스탄 국기를 들고 폐막식에 참석했다.

둘은 패럴림픽 이후 프랑스에서 지내며 훈련했다. 지난달 프랑스 파리에서 끝난 2023 파라 육상세계선수권대회 기간엔 앤드루 파슨스 IPC 위원장과 다시 만나기도 했다.

고국을 떠난 지 2년 만에 파라 태권도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건 쿠다다디는 “내 나라와 고향을 떠나 마음이 아팠다”면서 “이제는 2024 파리 패럴림픽에 집중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과 난민팀을 위해 금메달을 노리겠다”고 말했다.

쿠다다디는 그동안 훈련을 허락해준 프랑스 태권도 연맹에 감사 인사를 하면서, 앞으로도 세계태권도연맹의 난민팀을 대표해 활동하겠다고 밝혔다. 쿠다다디는 세계연맹이 설립한 비영리단체 태권도박애재단(THF)의 코치를 맡고 있다. 쿠다다디는 “파리 패럴림픽 메달은 나에게 정말 중요다. 아프가니스탄의 모든 여성에게 메시지를 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성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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