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1 (월)

이슈 한국인 메이저리거 소식

느린 커브로 헛스윙 유도 … 류현진의 '미친 제구력'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MLB 토론토 선발투수 류현진이 21일 열린 신시내티 레즈와 원정 경기에서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시속 105.4㎞. 강속구 투수가 많은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는 접하기 힘든 투구 속도다. 그러나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은 MLB 타자를 상대로 이 공을 던져 헛스윙 삼진을 잡았다. 때로는 시속 140㎞를 조금 넘는 공을 던지는 등 다양한 구종을 능수능란하게 섞어 투구했다. 류현진에게 팔꿈치 부상은 이제 먼 얘기가 됐다.

21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그레이트아메리칸볼파크에서 열린 MLB 신시내티 레즈와 원정 경기에서 류현진은 날카로운 제구력으로 5이닝 동안 4피안타 1볼넷 2실점으로 호투했다. 삼진은 7개를 잡았다. 이날 토론토가 2회 말 수비에서 실책 2개를 저질러 어수선했지만, 류현진은 집중력을 유지했고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초반부터 타선이 폭발한 토론토가 신시내티를 10대3으로 눌렀고, 류현진은 시즌 2승(1패)을 달성했다.

류현진은 이날 구속으로 주목받았다. 류현진은 경기 후 자신의 커브에 대해 "100점 만점에 100점"이라며 크게 만족했다. 메이저리그 전문매체 MLB.com은 "류현진이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는 아니다. 그렇지만 영리하다. 그는 상대 타자의 스윙을 잘 읽어낸다"고 평가했다.

MLB 투수들은 주로 빠른 구속으로 타자를 압도한다. 이날 신시내티의 선발투수로 올라선 헌터 그린은 최고 시속 100.3마일(약 161.4㎞)의 공을 던졌다. 그러나 그린은 3이닝 만에 내려갔다. 토론토 타선에 홈런 5개를 얻어맞고 9실점해 조기 강판했다. 류현진은 정반대였다. 이날 투구한 83개 공 중에 체인지업은 18개, 커브는 16개였다. 고비 때마다 던진 느린 구속의 공은 상대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류현진은 2회 말 조이 보토를 상대로 시속 65.5마일(약 105.4㎞) 바깥쪽 커브를 던져 헛스윙을 유도해 삼진을 잡았다. 경기 전까지 통산 전적 17타수 5안타 1홈런을 내줬던 보토를 느린 공으로 돌려세웠다. 5회 말에는 2사 1·2루 위기 상황에서 또다시 느린 공을 주무기로 내세웠다. 엘리 데라 크루스를 상대한 류현진은 볼카운트 2스트라이크에서 시속 66.8마일(약 107.5㎞) 커브를 던졌고, 데라 크루스는 스윙도 못 하고 서서 삼진을 당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89.6마일(약 144.1㎞), 평균 구속은 87.4마일(약 140.6㎞)이었다. 직전 경기였던 시카고 컵스전 때 최고 구속(시속 91.1마일·약 146.6㎞)보다는 조금 느렸지만 류현진은 자신 있게 던졌다. 이날 기록한 탈삼진 7개는 류현진이 부상에서 복귀한 뒤 한 경기에서 잡은 최다 삼진 기록이었다.

류현진은 "상대 타자들이 매우 공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그래서 최대한 빠르게 카운트를 잡으려고 했는데 그것이 잘됐다"고 말했다. "류현진이 최고 90마일까지는 찍었다"면서 농담조로 웃어 보인 존 슈나이더 토론토 감독은 "전형적인 류현진의 모습을 보여줬다. 모든 제구가 좋았다"며 칭찬했다.

류현진의 평균자책점은 1점대(1.89)까지 내려갔다. 이날 기록한 2실점은 모두 수비 실책이어서 비자책으로 기록됐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3경기 연속, 14이닝 연속 비자책 기록도 이어갔다.

지난해 6월 왼쪽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은 류현진은 이달 초 복귀한 뒤 호투를 이어가고 있다. 구단과 캐나다 매체들 반응도 긍정적이다. 토론토 구단은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류현진의 투구 사진과 영상을 전하면서 '몬스터 마스터클래스(Monster Masterclass)'라는 영어와 '폼 미쳤다'는 한글을 함께 올려 눈길을 모았다. 캐나다 지역 매체인 토론토 스타의 마이크 윌너 기자는 "14개월 이상 재활을 거친 선수가 이렇게 좋은 제구와 구위를 뽐내는 게 놀랍다"고 전했다.

[김지한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