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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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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A 1.89’ 류현진 에이스쇼에 구단-방송-라디오 다 호들갑… 토론토는 지금 ‘류현진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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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지난해 6월, 류현진(36토론토)이 팔꿈치인대재건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는다고 했을 때 많은 토론토 현지 언론들은 “류현진과 토론토의 인연이 이렇게 끝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또 예상했다.

이유가 있었다. 토미존 수술의 재활 기간은 보통 1년에서 길면 1년 6개월이다. 게다가 류현진은 30대 중반의 나이다. 또 경력 두 번째 토미존 수술이었다. 자연히 1년보다는 1년 6개월에 가깝게 보는 게 더 보수적이고 합리적인 관점이었다. 토론토와 류현진의 4년 계약이 올해로 끝나니 복귀 전 2023년 시즌이 끝난다고 본 것이다. 그렇다면 토론토 마운드에 선 류현진의 모습은 지난해 6월이 끝일 수도 있었다.

류현진이 2023년 후반기 복귀를 조준하고 공언했을 때도 현지 언론의 시선은 ‘반신반의’였다. 돌아온다고 해도 예전의 기량을 보여주기는 어렵다는 게 대세적인 관측이었다. 그래서 트레이드 마감시한을 앞두고 선발 투수를 영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하게 나왔다. 이건 토론토 구단을 취재하는 이른바 ‘담당 기자’ 사이에서도 자주 나온 의견이었다. 많은 나이와 긴 재활 탓에 성공적인 복귀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그런 류현진이 복귀해 4경기 선발 등판을 마무리한 지금, 이제 류현진을 의심하는 시각은 상당수 사라졌다. 구속이 예전만큼 안 나오고, 아직은 조마조마한 게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성적으로 모든 논란을 잠재우는 류현진이다. 이제는 미래에 대한 희망적인 시선이 싹트고 있다. 토론토의 포스트시즌 도전에서 가장 중요한 퍼즐 조각 중 하나로 류현진을 지목하고, 또 가을에서의 활약을 기대하는 시선도 늘어가고 있다.

류현진은 21일(한국시간) 미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에서 열린 신시내티와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4피안타 1볼넷 7탈삼진 2실점(비자책점)으로 호투하며 팀의 10-3 대승을 이끌고 시즌 두 번째 승리를 챙겼다. 경기 초반부터 타선 지원과 수비 실책이라는 이중적 얼굴에 당황했지만, 어쨌든 류현진이 안정적인 투구를 이어 가며 토론토는 잡은 승기를 놓치지 않고 승리에 이를 수 있었다.

이날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90마일(145㎞)이 채 안 됐다. 일반적으로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구속이다. 범타를 유도하는 구종 중 하나인 컷패스트볼은 여전히 감각이 ‘아직’이었다. 그러나 류현진은 달랐다. 악조건 속에서도 70마일대의 체인지업과 60마일대의 커브를 앞세워 승승장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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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 차이를 둔 세 가지 구종을 고루 선택하며 상대의 눈을 흔들었다. 여기에 코스와 높낮이까지 조절하며 예술적인 피칭을 이어 나갔다. 같은 구종을 연속으로 던지는 경우가 별로 없었다. 이른바 ‘가위 바위 보’ 싸움에 능했다. 운동 능력들이 굉장히 뛰어나지만 아직 경험이 부족하고 공격적인 성향이 너무 강한 신시내티 타자들이 류현진이 놓은 덫에 걸려들었다. 5이닝 동안 탈삼진만 7개. 복귀 후 한 경기 최다 탈삼진이었다.

류현진의 경기력, 그리고 구속 저하를 들어 아직은 완전히 믿지 못했던 현지 언론도 이제는 인정하는 기류다. 불안한 대목이 있기는 한데, 결과가 나오니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것이다. 류현진은 4경기에서 19이닝을 던지며 2승1패 평균자책점 1.89를 기록했다. 피안타율은 0.214, 이닝당출루허용수(WHIP)는 1.05에 불과하다. 세부 지표도 좋다. 약한 타구를 잘 유도한다. 복귀전을 뺀 나머지 세 경기에서는 14이닝 동안 단 하나의 자책점도 허용하지 않았다.

토론토 주관 방송사인 ‘스포츠넷’의 베테랑 해설가인 벅 마르티네스는 경기 중계마다 류현진의 투구에 감탄을 연발하고 있다. 마르티네스는 21일 신시내티전을 앞두고 류현진의 첫 3경기에 대해 “토미존 서저리 이후 4번째 등판이다. 그의 복귀 후 투구는 아주, 아주 좋았다(very, very well). 구속은 떨어지지만 로케이션은 아주 좋았다. 최근 2경기 9이닝 동안 2개 만의 안타를 허용했다. 좋은 커브가 땅볼을 유도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이날 경기 중에서도 류현진의 특징을 칭찬했다. 다양한 구종을 던지기에 다음 공이 무엇인지 전혀 예상할 수 없다는 것을 최대 장점으로 설명했다. 여기에 구종 사이에 구속 차이가 크기에 상대로서는 공을 잘 맞힐 수 없다는 점도 뽑았다. 마르티네스는 “60마일대 커브와 80마일대 패스트볼을 던지면 타자들이 이를 잘 분류하기 어렵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날 류현진은 총 83구 중 포심 38구(46%), 체인지업 18구(22%), 커브 16구(19%), 커터 11구(13%) 등 다양한 구종을 던졌다. 이날 평균 타구 속도는 84.6마일로 강한 타구를 억제하며 5회까지 쉽게 내달릴 수 있었다. 특히 커브의 헛스윙 비율은 43%에 이르렀다. 류현진도 경기 후 커브 점수를 매겨달라는 질문에 "100점"이라고 환하게 웃었다. 체인지업도 30%로 충분히 훌륭한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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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캐나다 스포츠네트워크 ‘TSN’의 토론토 담당기자 스티브 필립스 또한 자사의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류현진의 성공적인 복귀를 극찬했다. 필립스는 “류현진은 환상적이었다”고 운을 떼면서 “가장 놀라운 건 투구를 위한 감각이 가장 마지막에 돌아오는 것들이라는 점이다. 야구라는 스포츠를 조작하는 능력의 마지막 부분”이라면서 빠른 시간에 감각을 되찾은 류현진의 괴물 같은 적응력에 놀라움을 드러냈다.

보통 감각을 찾는 데 시간이 걸리고 절차가 있는데 류현진은 그 시간이 짧았다고 설명한 필립스는 이어 “어쨌든 류현진은 (구속보다는) 터치와 감각을 위주로 하는 투수이고, 그는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곳에 체인지업도 넣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그의 능력이고, 그는 여전히 정상권에 있다”고 능력을 인정했다.

토론토 구단 SNS도 류현진에 '거장'이라는 타이틀을 붙이면서 한글로 '류현진 폼 미쳤다'는 글귀를 달아 한국 팬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 또한 "류현진이 영리한 투구로 상대를 제압했다"면서 칭찬 릴레이에 가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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