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7 (일)

이슈 한국인 메이저리거 소식

류현진 '아름다운 커브' 받아쳐 홈런… “류현진 상대 홈런 특별한 일”, 친 선수도 몰라서 ‘깜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포티비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스포티비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팔꿈치인대재건수술(토미존 서저리) 재활로 1년 넘게 자리를 비웠음에도 불구하고 건재를 과시 중인 류현진(36토론토)은 27일(한국시간) 홈구장인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클리블랜드와 경기에서도 5이닝 3실점(2자책점)으로 잘 던지며 시즌 3승째를 수확했다.

최근 3경기에서 14이닝 동안 자책점이 단 하나도 없었던 류현진은 자신의 경력 평균보다 꽤 떨어지는 포심패스트볼의 구속을 가지고도 잘 버텼다. 역시 최근 현지 언론에서 ‘극찬’하고 있는 다양한 구종의 조합과 구속의 차이를 둔 완급 조절이 환상적이었다. 올 시즌 리그에서 좌완을 상대로 가장 무기력한 타선인 클리블랜드는 그런 류현진의 좋은 먹잇감이었다.

이날 류현진의 포심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시속 90.8마일이었으나 대다수가 88마일 수준이었다. 실제 이날 포심 평균 구속은 88.2마일로 시즌 평균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구속 상승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아직’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그러나 꼭 공이 빠를 필요는 없었다. 주무기인 체인지업은 물론 올해 대단한 위력을 떨치고 있는 커브의 제구가 모두 잘 됐다.

커터까지 네 가지 구종을 묶은 류현진의 팔색조 피칭에 클리블랜드 타자들은 노림수를 가져가지 못한 채 헛스윙만 남발했다. 포심을 던진 그곳에 다시 체인지업을 떨어뜨리고, 또 그곳에 다시 커터를 떨어뜨리는 제구력은 예술 그 자체였다. 여기에 포심과 30㎞의 구속 차이가 있는 무지개 커브를 뚝 떨어뜨리니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게다가 구종들의 딜리버리 모두 눈으로 구분하기 어려웠다. 능구렁이 그 자체였다.

메이저리그 투수 분석 사이트인 ‘피칭 닌자’를 운영하는 랍 프리드먼 또한 자신의 SNS에서 ‘류현진의 64.6마일(104㎞)짜리 커브는 올 시즌 (메이저리그) 선발 투수 중 가장 느린 구속으로 헛스윙을 유도한 공’이라면서 ‘구속을 체크하는 게 재밌다. 대다수 선수들은 얼마나 빠른지를 체크하는데, 류현진은 얼마나 느린지를 체크한다’며 감탄을 드러냈다.

헛스윙 비율에서 이날 류현진 투구의 퀄리티를 느낄 수 있다. 이날 류현진의 전체 헛스윙 비율은 29%로 11번의 헛스윙을 이끌어냈다. 커브는 무려 57%였다. 7번 방망이가 나왔는데 콘택트는 4번에 그쳤다. 구사 비율이 19%로 아주 높지는 않았지만 약방의 감초였다. 그런데 이런 류현진의 커브를 딱 한 명이 제대로 공략했다. 신예 내야수 테일러 프리먼(24클리블랜드)이 그 주인공이었다.

스포티비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스포티비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스포티비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회 첫 타석에서는 3루 땅볼에 그친 프리먼은 팀이 1-5로 뒤진 5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나와 류현진의 초구 커브를 좌월 솔로홈런으로 연결했다. 류현진은 이날 2자책점 모두가 솔로홈런이었다. 1회 라미레스에게 맞은 홈런은 분명한 패스트볼 실투였다. 하지만 5회 프리먼에게 맞은 공은 꼭 실투라고는 볼 수 없었다. 프리먼이 노림수를 가지고 잘 받아쳤다고밖에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사실 초구부터 커브를 노리고 들어가는 타자는 별로 없다. 커브는 투수들이 던지는 구종 중 가장 느리다. 이 커브를 노리고 있으면 다른 공들은 모두 타이밍이 늦을 수밖에 없다. 확신이 없다면 위험한 도박이다. 그런데 프리먼은 이를 기다리고 있었고 정확한 타이밍이 받아쳐 홈런을 만들었다. 사실 운도 조금 따랐다. 30개 구장 중 12개 구장에서만 넘어가는 비거리였다. 홈구장인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도 안 넘어갔을 타구였다.

이 홈런이 기억에 남을 것은 프리먼의 메이저리그 첫 홈런이기 때문이다. 프리먼은 지난해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24경기에 뛰었다. 하지만 홈런은 없었다. 올해 첫 43경기에서도 홈런은 없었다. 사실 메이저리그 통산 장타율이 0.315에 머물 정도로 장거리 타자는 아니다. 그런 프리먼이 잊지 못할 홈런을 때린 것이다. 프리먼은 더그아웃에 들어가 동료들의 축하를 받았고, 그때서야 긴장이 조금 풀린 듯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류현진의 커브는 올해 장타 허용이 거의 없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피안타율은 0.111에 불과하고, 그나마 그 안타도 단타였다. 스탯캐스트 시스템으로 측정한 타구 속도가 비거리 등 ‘질’을 고려한 예상 피장타율에서도 0.183이었다. 기본적으로 외야로 강하게 날아가는 타구 자체가 많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했다. 어쩌면 프리먼은 올 시즌 들어 류현진의 커브에 잘 대처한 첫 타자였을 수도 있다.

토론토 주관 방송사인 ‘스포츠넷’ 현지 중계진도 프리먼의 메이저리그 첫 홈런을 조명했다. 물론 ‘스포츠넷’ 중계진으로서는 클리블랜드 선수가 반대 편에 있는 느낌도 있겠지만,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라면서 격려했다. 그것도 류현진과 같은 투수를 상대로 홈런을 뽑아냈다는 점에서 더 자신감이 붙는 계기가 될 것이라 평가했다.

스포티비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스포티비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스포츠넷’의 베테랑 해설가인 벅 마르티네스는 프리먼의 홈런을 두고 “빅리그에서도 베테랑인 류현진과 같은 선수를 상대로 자신의 첫 홈런을 쳤다는 건 (프리먼과 같은 신예선수들에게는) 특별한 일이다”면서 “그는 캘리포니아에서 자랐고, 류현진이 그곳에서 던지는 것을 기억하고 있을지 모른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실제 프리먼은 캘리포니아 출신이고, 류현진은 캘리포니아주의 대표 도시인 LA에서 오랜 기간 활약했다.

프리먼도 경기 후 겸손하면서도 기쁨을 숨기지는 않았다. 프리먼은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등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솔직히 (타구가) 어디로 갔는지도 몰랐다”면서 “팀원들이 뛰고 난리가 났다. 처음 들은 목소리는 스티브 콴이었다. 멋졌고, 멋진 순간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류현진도 홈런을 맞기는 했지만 그래도 자신과 팀이 이겼고 자신이 메이저리그에서 인정받는 베테랑이라는 것을 확인했다면 그렇게 크게 머리에 두지 않아도 될 홈런이었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