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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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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투수들 놀라게 했던 그 선수… 류현진과 사뭇 다르다, 아슬아슬한 FA 행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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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지난 2월 한화의 애리조나 캠프에는 뜬금없는 선수가 찾아와 선수들의 관심을 모았다. 이 선수들이 경기장을 방문했다는 소식이 떠돌자, 연습을 마친 한화 투수들까지 휴대전화를 들고 다시 필드로 내려가 투구를 영상에 담기 시작했다.

메이저리그 사이영상 수상 경력자들인 잭 그레인키(40캔자스시티)와 댈러스 카이클(35미네소타)이 그 주인공이었다. 메이저리그 스프링트레이닝은 보통 2월 중순부터 시작한다. 2월 1일부터 캠프를 시작해 보름 정도 기술 및 체력 훈련 시간을 갖는 KBO리그 선수들과 다르게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캠프 시작 전에 이미 몸을 다 만들고 들어간다. 그래야 일주일 남짓 훈련을 한 뒤 곧바로 시범경기 일정에 들어갈 수 있어서다.

그레인키와 카이클도 스프링트레이닝에 돌입하기 전 애리조나에 위치한 사설 트레이닝 센터에서 몸을 만드는 과정이었다. 우연하게 한화 선수들과 동선이 겹친 것이다. 한화 선수들이 언제 있을지 모를 기회에 휴대전화를 든 건 다 이유가 있었다. 전성기는 아니지만 경력이 너무나도 대단한 선수들이었다.

메이저리그 통산 200승을 돌파한 그레인키는 말할 것도 없고, 카이클도 대단한 경력을 보유한 선수였다. 2012년 휴스턴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카이클은 2014년 첫 두 자릿수 승수(12승)에 이어 2015년에는 33경기에서 232이닝을 던지며 20승8패 평균자책점 2.48이라는 어마어마한 성적으로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그리고 MVP 투표 5위에 올랐다.

2017년에도 14승, 2015년에도 12승을 거두며 정상급 투수로 군림한 카이클은 2020년 시즌을 앞두고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3년 총액 5550만 달러에 계약하며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도 나름대로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사이영상 수상 당시만큼의 가치는 아니었으나 그래도 선발 로테이션을 돌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2020년 시즌을 앞두고 류현진(36토론토)과 동일한 시기에 FA 시장에 나와 우리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행보는 험난했다. 코로나19로 단축 시즌이었던 2020년 좋은 활약을 했으나 2021년부터는 뚜렷한 내리막을 타기 시작했다. 2021년 32경기에서 9승9패를 기록했지만 평균자책점은 5.28에 머물렀다. 카이클의 경력다운 성적이 아니었다. 2022년에도 반등하지 못하자 화이트삭스는 계약 기간이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방출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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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출 후 애리조나와 계약했지만 역시 부진 끝에 다시 방출됐고, 텍사스와 계약했지만 그곳에서도 부진하자 이제는 찾는 팀이 사라졌다. 2022년 전체 성적은 14경기에서 2승9패 평균자책점 9.20으로 완전히 망가진 선수가 됐다. 한화 선수들이 그를 봤을 때, 카이클은 소속팀이 없어 다른 팀들의 연락을 기다리는 초라한 신세였다.

카이클의 ‘무적’ 신세는 꽤 오래 지속됐다. 6월에야 겨우 미네소타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을 정도였다. 곧바로 메이저리그에 올라오며 반전의 기회를 잡았지만 아슬아슬하다. 13일 현재 6경기(선발 5경기)에서 1승1패 평균자책점 4.78을 기록 중이다.

카이클도 구위는 예전만 못하다. 어마어마한 강속구 투수는 아니었지만 정교한 변화구와 커맨드, 그리고 공의 남다른 힘을 바탕으로 선전했던 카이클은 급격한 노쇠화 곡선을 그렸다. 올해도 9이닝당 탈삼진 개수가 4.8개에 불과하다. 맞혀 잡는 피처가 됐는데, 그러다보니 경기마다 기복이 심하다. 제구가 잘 되고 운이 조금 따르는 날은 나름 호투하지만, 그렇지 않은 날은 난타를 당하기 일쑤다.

같은 시기 FA 계약을 한 류현진 또한 2020년 사이영상 투표 3위에 오른 뒤 2021년부터는 다소간 내리막이 있었다. 2022년에는 치명적인 팔꿈치 수술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복귀한 이후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13일 텍사스와 경기에서는 복귀 후 첫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하기도 하는 등 8경기에서 3승3패 평균자책점 2.93을 기록 중이다.

올 시즌 뒤 나란히 FA 자격을 얻는 두 선수다. 경력도 화려하고, 베테랑 좌완에, 구속에 의지하지 않는다는 나름대로의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보장 계약은 받을 수 있을 것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카이클은 아직 그 수준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조금만 삐끗하면 다시 마이너리그 계약 전선에 몰릴지 모른다. 비슷한 나이에 활용성도 비슷할 가능성이 있는 두 선수의 FA 시장 대우가 관심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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