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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이슈 [연재] OSEN 'Oh!쎈 초점'

'7인의 탈출' 선 넘은 불쾌함, 김순옥도 나무에서 떨어지나[Oh!쎈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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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연휘선 기자] 주인공이 악인이기만 하면 피카레스크인가. '7인의 탈출'이 첫 방송부터 선 넘은 빌런 캐릭터들로 불쾌한 호기심만 남겼다.

SBS 새 금토드라마 '7인의 탈출'이 지난 15일 첫 방송됐다. '펜트하우스'를 성공시켰던 김순옥 작가와 주동민 감독의 재회가 시작부터 드라마 팬들의 이목을 집중케 했다.

시작은 7인의 악인이 탄생한 '그날'이었다. 지옥 같은 섬에서 살아남기 위해 서로를 죽고 죽이려는 인물들의 광기가 공포감마저 자아내며 시선을 끌었다. 극한 상황에서도 자신들을 향해 "우리 7명이 최후의 승자"라고 자위하는 풍경이 비장한 결말을 기대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다시 시작점으로 돌아가 방다미(정라엘 분)의 불행과 비극이 전개되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방다미는 친엄마 금라희(황정음 분)를 만나 새로운 인생을 꿈꿨지만 친할아버지 방칠성(이덕화 분) 회장을 만나기 위한 용도로 이용만 당했다. 또한 새롭게 전학간 학교에서도 한모네(이유비 분)에게 괴롭힘 당하고 휘둘리기만 했다. '펜트하우스'에서 소녀들의 비극으로 출발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는 구성이다. 지나치게 김순옥 작가의 전작들을 답습한 모습이 기시감을 남겼고, 신선함은 느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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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이해하기 힘든 극적인 전개가 널뛰듯 펼쳐졌다. 현금부자인 방칠성 회장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는 금라희가 친딸을 버리듯 방치해선 안 됐다. 그러나 금라희는 고등학생이 됐을 때야 친딸을 데려왔다. 더욱이 한모네가 감쪽같이 임신을 숨겼다가 아무도 모르게 학교에서 출산을 시도하는 일 등도 쉽게 납득할 수 없었다. 주인공들의 악인 설정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기 위해 더한 설정들이 작위적인 탓에 몰입과 흥미는 반감됐다.

물론 아직 첫 방송인 만큼 등장인물들의 비밀과 욕망이 자세하게 풀어지지 않은 탓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자극의 끝을 보여주는 첫 방송에서 더 이상의 반전을 보여준들 치밀한 전개의 놀라움을 느낄 수 있을까. 방다미를 괴롭히는 학교폭력은 예삿일, 친딸을 버린 엄마, 학교에서 아이를 낳고 남에게 뒤집어 씌우는 고등학생 등 웬만한 반전은 놀랍지도 않을 만큼 자극이 쏟아진 여파다. 여기서 더한 자극이나 반전을 더한들 억지스러운 비틀기에 지나지 않을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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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옥 작가의 전작이자 흥행드라마였던 '펜트하우스' 또한 출생의 비밀, 치정, 살인 등 온갖 자극적인 요소들이 용광로처럼 들끓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펜트하우스라는 유형의 산물을 향해 번들거리는 욕망을 숨기지 않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현실을 풍자하듯 보여줬고, 아슬아슬한 수위의 장면들도 있었지만 "말도 안 돼"라는 느낌까지는 주지 않았다. 그 열광에 도취된 탓일까. '7인의 탈출'은 적어도 첫 방송에서 모든 이야기를 설득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시작부터 아슬아슬하게 선을 넘는 김순옥의 마라맛을 두고 "불쾌하다"라는 평까지 나오는 이유다.

피카레스크식 구성을 취해 새로운 의미를 선사하겠다고 나섰던 '7인의 탈출'. 그러나 등장인물들이 악인이라고 해서 모든 작품이 피카레스크인 것은 아니다. 굳이 풀어서 설명하지 않아도 납득할 수 있는 개연성은 물론, 악인들이 주인공이어야만 하는 현실 풍자 혹은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이번 작품이 방송을 시작한 시즌1에 이어 내년 3월 시즌2까지 긴 호흡으로 전파를 탈 것으로 알려진 바. 김순옥 작가는 그만의 빌런 월드로 대중을 설득할 수 있을까. 첫 방송의 찌꺼기처럼 남은 불쾌감이 스스로 시청자들의 진입장벽을 너무 높인 것은 아닌지 안타까움을 남긴다. / monamie@osen.co.kr

[사진] 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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