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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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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위해 성격까지 바꾸고 韓 피겨 새역사 쓴 김현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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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김현겸이 29일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대회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뒤 태극기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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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아이스아레나에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상상이 현실이 됐다. '피겨스케이팅 기대주' 김현겸이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대회(이하 강원 2024)에서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한국 남자 피겨스케이팅 선수로는 이 대회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현겸은 29일 강원도 강릉시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대회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77.29점, 예술점수(PCS) 70.16점을 받아 합계 147.45점을 기록했다. 쇼트프로그램 점수(69.28점)를 더해 총점 216.73점을 받은 김현겸은 2위 아담 하가라(216.23점·슬로바키아)를 0.5점 차로 따돌리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극적인 역전 우승이었다. 쇼트프로그램에서 몇 차례 아쉬운 실수를 범하며 3위에 이름을 올렸던 김현겸은 이날 프리스케이팅에서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레퀴엠' OST 선율에 맞춰 연기를 펼친 김현겸은 첫 과제이자 고난도 기술인 쿼드러플(4회전) 토루프 점프를 깔끔하게 성공했다. 이어 마무리까지 모든 점프와 스핀을 클린하게 해냈다.

경기가 끝나자 김현겸은 1위를 예감한 듯 양손을 불끈 쥐었다. 최고의 경기를 지켜본 홈팬들은 김현겸에게 기립 박수를 보냈다. 김현겸은 "애국가가 경기장 전체에 울려 퍼지는데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앞으로 쉽게 잊히지 않을 특별한 순간이 될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겨울방학 특강으로 우연히 접한 피겨스케이팅은 운명처럼 다가왔다. 축구, 발레 등도 해봤지만 어떤 것보다 피겨스케이팅을 가장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그는 초등학교 2학년 때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되기로 결심했다.

시작은 평범했다. 전국 대회에서 늘 메달권 바깥이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고교생이 되고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2021~2022시즌 주니어 그랑프리 선발전에서 2위를 차지하면서 두각을 드러냈다. 지난해에는 시니어 국가대표로도 처음 선발됐다.

국제 무대 경험이 쌓이고, 쿼드러플 토루프를 주무기로 내세운 뒤로는 자신감이 더해졌다. 지난해 12월 김현겸은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은메달을 땄다.

많은 국내 피겨스케이팅 선수들이 그렇듯, 김현겸도 '우상' 김연아와 차준환 등을 보면서 꿈을 키웠다. 1인자에 올랐던 '우상'을 보면서 김현겸은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경기를 치르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김현겸은 성격을 좀 더 차분하게 바꿨다. 말과 행동을 하기 전 한 번씩 더 생각했다. 김현겸이 바꾼 변화는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으로 그대로 나타났다.

2012년 처음 시작된 동계청소년올림픽 피겨스케이팅에서 한국 남자 선수가 메달을 따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현겸은 "앞으로 이뤄야 할 게 많다. 시니어 무대에서도 실력이 통하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릉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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