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차준환 이후를 고민하던 한국 남자 피겨에 샛별이 떴다.
올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주니어 그랑프리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김현겸(한광고)이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동계유스올림픽)에서 깜짝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김현겸은 29일 강원도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대회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 점수(TES) 77.29점, 예술 점수(PCS) 70.16점, 합계 147.45점을 받았다.
김현겸은 이틀 전 기록한 쇼트프로그램 점수 69.28점을 합해 총점 216.73점을 기록, 슬로바키아 대표로 나선 아담 하가라(216.23점)를 불과 0.50점 차로 제치고 시상대 맨 위에 섰다. 동메달은 중국계 뉴질랜드 선수인 리옌하오(208.84점)가 차지했다.
쇼트프로그램에서 1위에 올랐던 제이콥 산체스(미국)는 프리스케이팅에서 연이은 실수로 123.90점 획득에 그치며 총점 200.28점으로 4위에 그쳤다. 일본의 나카타 리오(198.29점), 이탈리아 대표 라파엘레 프란치스코 지흐(189.84점), 일본의 가키우치 하루(185.88점)가 각각 5위와 6위, 7위를 차지했다.
깜짝 금메달이다. 2012년 시작해 이번에 5회째를 맞는 동계청소년올림픽 피겨스케이팅에서 한국 남자 선수가 메달을 딴 건 이번이 처음인데, 색깔마저 금색으로 만들었다. 한국은 4년 전 스위스 로잔 대회에서 한국 여자 피겨 사상 최초로 트리플 악셀을 성공시킨 주인공 유영이 여자 싱글 금메달을 따낸 적이 있지만 남자 싱글에선 그간 메달이 없었다.
김현겸은 쇼트프로그램에서 3위에 올라 메달 꿈을 키우더니 프리스케이팅에서 최고의 연기를 펼치며 역전 우승을 일궈냈다.
프리스케이팅 주제곡 '레퀴엠'의 선율에 맞춰 몸을 움직인 그는 첫 번째 과제인 고난도 쿼드러플(4회전) 토루프 점프를 깔끔하게 성공했다. 그는 이 점프를 통해 기본 점수 9.50점, 수행점수(GOE) 0.41점을 챙겼다. 이후 앞으로 뛰어 3바퀴 반을 도는 트리플 악셀(기본점수 8.00)까지 클린처리하며 GOE 1.37점을 추가했다.
3번째 과제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에선 러츠 점프에서 어텐션(에지 사용주의)이 나왔지만, 감점 없이 기본점수 10.10점을 다 받은 김현겸은 트리플 플립(기본점수 5.30)까지 실수 없이 연기한 뒤 플라잉 카멜 스핀을 우아하게 펼치며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최고레벨인 레벨4를 얻었다.
이후 가산점 10%가 붙는 후반부 연기에 돌입한 김현겸은 차분하게 큰 실수 없이 자신의 연기를 펼쳐나갔다. 후반부 첫 점프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에서도 앞선 콤비네이션 점프처럼 러츠 점프 때 어텐션이 나왔으나 기본점수 11.11에서 1.43점이 깎이며 무난하게 수행한 김현겸은 트리플 루프-더블 악셀-더블 악셀 시퀀스 점프(기본점수 12.65), 트리플 살코 단독 점프(기본점수 4.73)에서 연이어 쿼터 랜딩(점프 회전수가 90도 수준에서 모자라는 경우) 판정을 받았지만 역시 크게 넘어지진 않으면서 GOE 감점을 최소화했다.
프리스케이팅에 주어진 점프 7개를 무난하게 마친 김현겸은 코레오 시퀀스에 이어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레벨4)과 플라잉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레벨4)으로 연기를 마무리했다.
연기를 마친 그는 만족한 듯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웃었다. 이후 쇼트프로그램에서 2위와 1위에 올랐던 하가라와 산체스가 자신의 점수를 넘지 못하면서 짜릿한 역전 우승을 일궈냈다.
김현겸은 2023-2024시즌 들어 주니어 무대에서 부쩍 두각을 나타내며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은메달리스트 차준환의 뒤를 이을 것으로 기대받는 유망주다.
지난해 1월 국내 종합선수권에서 237.23점(비공인)을 기록, 차준환(271.27점)에 이어 준우승을 거두고 비상을 알린 김현겸은 2023-2024시즌부터 국제무대에서 입상하며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9월 ISU 주니어 그랑프리 오스트리아 대회에서 은메달(211.76점)를 따낸 그는 같은 달 주니어 그랑프리 헝가리 대회에선 222.15점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해 12월 왕중왕전 성격의 ISU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선 223.61점을 획득, 나카타(227.77점)에 이어 준우승을 차지했는데 한 달여 만에 열린 이번 동계청소년올림픽에서 나카타를 5위로 훌쩍 밀어내고 메달 색깔을 금빛으로 바꿨다.
김현겸은 내달 26일부터 대만 타이페이에서 열리는 ISU 주니어 세계선수권에서 다시 한 번 메달에 도전한다.
김현겸은 금메달을 따낸 뒤 선배 차준환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됐다고 알렸다. 차준환은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6년 전 열렸던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15위를 차지하며 대성을 알렸다.
김현겸은 "(차)준환이 형이 웜업 후 관중석을 둘러보면서 마인드 컨트롤에 집중하라고 조언해줬는데 큰 도움이 됐다"라며 "이번 대회를 치르면서 준환이 형이 평창 동계올림픽 때 얼마나 큰 부담을 느꼈을지 짐작이 됐다. 좋은 결과를 얻게 돼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쇼트프로그램에선 난생처음 큰 환호를 받아 긴장을 많이 했다"라며 "오늘은 적응해서 관중들의 응원 소리가 큰 힘이 됐다"고 돌아봤다. "첫 점프(쿼드러플 토루프) 중요성이 컸기에 부담을 많이 느꼈는데, 성공해서 편안하게 경기할 수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김현겸은 같은 학교에 다니는 동갑내기 쇼트트랙 선수 주재희(한광고)와 약속을 지켰다는 점에서 더 의미 있다. 두 선수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동반 금메달을 따자고 다짐했고, 그 약속을 지켰다.
주재희 역시 지난 20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500m에서 우승했다. 김현겸 같은 곳에서 또 애국가를 울렸다. 김현겸은 "(주)재희가 쇼트프로그램 경기 전날 연락을 해서 꼭 금메달 따라고 했다"라며 "좋은 기운을 받은 것 같다"고 했다.
한국은 30일엔 같은 장소에서 여자 싱글 기대주 신지아가 메달에 도전한다. 2022년과 2023년 ISU 주니어 세계선수권에서 연달아 은메달을 따냈던 신지아는 28일 열린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66.48점을 얻어 3위를 차지했다. 같은 종목 김유성도 63.64점으로 4위에 오르면서 메달 가능성을 남겼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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