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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도하, 권동환 기자)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 사우디아라비아전 승부차기 1번 키커로 나서 성공시킨 뒷이야기를 밝혔다.
손흥민은 31일(이하 한국시간) 오전 카타르 도하 알에글라 훈련장에 나타나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카타르 8강 호주전을 앞두고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라고 밝혔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31일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2023 AFC 아시안컵 카타르 16강 맞대결에서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승리했다.
이날 한국은 후반 1분 만에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후반전 교체로 들어간 조규성(미트윌란)이 추가시간 극적인 헤더 동점포를 터트리며 경기 균형을 맞췄다. 이후 승부차기에서 한국 1~4번 키커가 모두 성공한 반면에, 수문장 조현우(울산HD)가 사우디 3, 4번 키커를 연달아 선방해 내면서 한국이 4-2로 승리했다.
승부차기 때 손흥민은 1번 키커로 나와 깔끔하게 킥을 성공시키며 팀 분위기를 끌어 올렸다. 사우디를 격파한 한국은 오는 2월 2일 오전 0시30분 카타르 알와크라 앗수마마 스타디움에서 인도네시아를 4-0으로 완파한 호주를 8강에서 상대한다.
당초 손흥민은 경기가 끝나고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 나타나 취재진과 인터뷰를 가질 예정이었으나, 경기에 나선 선수들 중 무작위로 선정해 금지 약물 복용 여부를 확인하는 도핑 테스트 대상자가 돼 인터뷰를 하지 못했다.
도핑 테스트는 경기를 뛴 선수의 소변이나 혈액을 채취해 검사를 진행하는데, 당시 손흥민은 120분 풀타임을 뛰느라 몸에 탈수가 심하게 와 도핑 테스트를 받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검사 시간이 길어지고 선수의 피로도를 고려해 손흥민의 믹스트존 인터뷰는 취소됐다. 대신 다음 날 오전 훈련을 시작하기 전에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기로 약속했다.
숙면을 취하고 훈련장에 나타난 손흥민은 취재진 앞에서 승부차기 1번 키커를 맡은 이유에 대해 한국 축구 레전드 박지성이 후회하고 있는 2011 아시안컵을 반복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당시 한국은 준결승에서 일본과 승부차기를 했는데, 어린 선수들이 1~3번 키커로 나선 뒤 모두 실축하면서 패했다. 이 때 박지성은 자신이 1번 키커를 자처하지 않은 점을 두고두고 후회했다.
손흥민도 "가장 중요한 건 첫 번째와 마지막 키커라 그 중 하나를 원했고, 감독님께서도 첫 번째로 차라고 해서 아무런 거부감 없이 찰 수 있었던 거 같다"라고 말했다.
이제 손흥민은 지난 2015 아시안컵 때 결승전에서 만났던 호주를 8강에서 격돌한다. 당시 한국은 손흥민이 후반 추가시간 동점골을 터트리며 개최국 호주와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지만, 1-2로 패해 끝내 준우승에 머물렀다.
아픈 기억이 있는 호주와 준결승행 티켓을 두고 맞붙게 된 손흥민은 "그때 상당히 마음이 아파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 중요한 경기인 만큼 잘 회복해서 좋은 경기 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며 각오를 굳혔다.
다음은 손흥민의 일문일답.
-말레이시아전이 끝나고 취재진과 만날 자리를 원했는데, 오늘 하고 싶은 말이 있나.
말레이시아전이 끝나고 했던 말과 비슷한 맥락인 거 같다. 우리가 하나가 돼서 한 가지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인데, 서포트를 받아야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더 뛸 수 있는 원동력이 생기는 거 같다. 어제가 가장 좋은 예시라고 생각한다. 선수들이 힘든 상황 속에서도 하루하루 진짜 엄청나게 노력하고 있고, 또 많은 팬들에게 웃음을 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으니 이런 부분을 좋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지금 대한민국이 결승까지 생각하면 2주도 안 남았는데, 우리가 한 가지 목표만 달려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클린스만)감독님께서 얘기하셨던 것처럼 비판은 대회가 끝나고 해주시면 좋을 거 같다. 어제도 어려운 순간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선수들이 좋은 역할을 해줘서 너무나 기쁘다
-사우디전 승부차기 때 막중한 1번 키커를 맡은 이유가 있었나.
우스갯소리로 난 아직 (박)지성이 형을 되게 많이 원망하고 있다. 나랑 관계가 워낙 좋으니깐 웃으면서 2011년 이야기를 할 수 있는데, 그런 후회를 조금도 하고 싶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건 첫 번째와 마지막 키커라 그 중 하나를 원했고, 감독님께서도 첫 번째로 차라고 해서 아무런 거부감 없이 찰 수 있었던 거 같다.
-승부차기 전에 조현우와 무언가 이야기를 나눴던데.
특별한 이야기는 안 했고, 조금이라도 힘을 주고 싶었다. 선수들은 (킥을)차야 되는 입장이고, (조)현우 형은 막아야 하는 입장이다. 차는 사람 입장에서 현우 형이 좀 막아줬으면 하는 기대감과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줘서 현우 형이 막아 우리가 다음 라운드로 진출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을 만들고 싶었는데, 현우 형이 우리는 8강으로 보내줬다.
-승부차기 전에 '못 넣어도 괜찮다. 책임은 내가 진다'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 페널티킥 3번을 모두 성공시켰는데 자신감의 비결은 무엇인가.
자신감이라기 보다는 연습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매번 남아서 훈련할 때 페널티킥을 많이 연습하고, 다른 거에 흔들리지 않으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 승부차기할 때 선수들한테 '오로지 공과 내가 차고자 하는 방향만 신경 써라', '야유, 분위기 이런 거 전혀 신경 쓰지 말고, 내가 어디로 보낼지, 어디로 차고 싶은지 공과 골대와 발만 신경 써라'라고 말했는데, 말은 내가 그렇게 했지만 선수들이 강한 책임감을 가지고 경기장에서 페널티킥에서 멋있는 모습을 보여줘서 상당히 자랑스럽다.
-호주는 2015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맞붙었던 상대다. 어떤 경기가 될 것으로 예상하나.
분명히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거 같다. 너무나 어려운 경기가 될 거 같고, 우리도 상당히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는데 축구라는 스포츠는 항상 이변이 발생한다. 그리고 2015년 이야기를 또 꺼내기는 그렇지만, 그때 상당히 마음이 아파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 중요한 경기인 만큼 잘 회복해서 좋은 경기 할 수 있도록 하겠다.
-사우디전 승리가 대표팀 반등에 얼마나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나.
우리가 더 단단하게 뭉칠 수 있는 계기가 된 거 같다. 선수들뿐만 아니라 기자님들도 그런 감정을 느꼈을 것이고, 한국에서 응원해 주신 팬분들과 현장에서 응원해 주신 팬분들 모두가 어제 경기로 더 가까워지고, 단단해지고, 조금 더 가족 같은 분위기를 형성할 수 있게 된 거 같다. 어제 같은 시간은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라고 생각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거기에 너무 젖어 있지 않고, 오늘부터 바로 다 잊어버리고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게 우리의 임무이다. 우리가 앞으로 해야할 숙제이니, 잘 준비해서 좋은 경기 할 수 있도록 하겠다.
사진=도하 알에글라 훈련장, 권동환 기자, 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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