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7 (수)

이슈 손흥민으로 바라보는 축구세상

'4강 탈락' 쓰라린 손흥민…"아시안컵 얘기, 다신 하고 싶지 않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엑스포츠뉴스


(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대한민국 캡틴 손흥민이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탈락한 아쉬움을 쉽게 떨쳐내지 못했다. 소속팀인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에 복귀한 후에도 아시안컵 결과에 대한 진한 아쉬움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손흥민은 12일(한국시간) 영국 매체 이브닝스탠더드와 인터뷰에서 "아시안컵에 대한 이야기는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고 안타까워하면서 "(준결승전 패배는)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지만, 이 역시 축구의 일부"라고 인정한 뒤 "정말 아픈 경험이지만, 축구로 극복할 것"이라고 자신을 애써 위로했다.

토트넘의 주장 완장을 차고 있는 손흥민은 구단에 복귀해 한국 대표팀의 아시안컵 탈락으로 인한 고통을 치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엑스포츠뉴스


손흥민은 지난 달 12일부터 지난 7일까지 한국 축구대표팀을 이끌고 2023 아시안컵에 참가했다. 64년 만의 우승을 목표로 대회에 임했지만 이번에도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다.

조별리그부터 4강까지 졸전의 연속이었다. 지난 대회 8강보다는 좋은 성적을 거둔 건 사실이지만 내용 자체가 너무 좋지 않았다. 한 수 아래로 평가 받는 바레인, 요르단, 말레이시아와의 조별리그 경기는 물론 우승후보로 거론되던 사우디아라비아나 호주를 상대로도 명확한 우위를 가져가지 못했다. 아시아 축구의 맹주라는 칭호에 걸맞지 않은 내용과 성적이었다.

조별리그 첫 경기였던 바레인전에서는 황인범의 선제골로 앞서가다 동점골을 얻어맞고 힘겨운 경기를 펼치더니 이강인의 멀티골을 내세워 간신히 승리를 거뒀다.

요르단과의 2차전에서는 손흥민의 페널티킥 선제골이 나오며 일찌감치 리드를 잡고 편안한 경기를 펼치는 듯 했지만 잇따라 2실점을 내줘 역전을 허용했다. 후반 추가시간 황인범의 슈팅이 상대 몸에 맞고 자책골로 연결되지 않았다면 패했어도 이상할 게 없는 경기였다.

엑스포츠뉴스


엑스포츠뉴스


3차전 말레이시아전은 더욱 심각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30위에 불과한 말레이시아에게 무려 3실점을 헌납하는 졸전을 펼쳤다. 요르단전과 마찬가지로 선제골을 넣고도 1-2로 역전을 허용했고, 이강인과 손흥민의 골로 재역전에 성공했지만 후반 추가시간 통한의 동점골을 허용하며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다.

말레이시아전 직후 손흥민은 "사실 조별리그에서 안 좋은 모습이 보이고, 이를 빨리 깨우치는 게 어떻게 보면 토너먼트를 준비할 때 도움이 될 때가 많다"라며 "항상 마지막 경기가 될 수 있다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해야 한다. 절대 원하는 결과는 아니었지만 끝까지 싸워 승점 1점을 가져가겠다는 말레이시아 의지를 통해 축구선수로서 많은 걸 느끼게 해 준 경기였다"라고 자책했다.

이어 "중요한 건 우리가 16강에 올라갔다는 것이고, 16강부터 더 좋은 경기력으로 승리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 지금 상황에선 내가 MOTM(Man of the Match)를 받았다는 것보다 우리 선수들이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경기력을 펼칠 수 있을지를 더 많이 생각하게 만든 경기였던 거 같다"라고 더욱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모든 부분에서 다 발전이 돼야 된다. 내가 공격 부분에서도 좀 더 깔끔하게 처리를 해야 되는 장면이 분명히 있고, 수비에서도 많은 실점을 했기에 이를 줄여 나가야 된다"라며 "특별히 한 부분이 더 좋아지는 것보다 훈련을 통해 모든 부분에서 조금 더 발전해야 한다. 전술 문제보다 선수들의 의지가 더 중요하기에 16강을 준비하면서 잘 보완해야 할 거 같다"라고 덧붙였다.

엑스포츠뉴스


엑스포츠뉴스


당초 조 1위로 16강에 진출할 것으로 여겨졌지만 조별리그 3경기가 모두 치러진 후 대표팀 순위는 2위였다. 일본을 피했다는 안도감이 있었으나 F조 1위를 차지한 사우디와의 16강전 역시 만만치 않았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선제 실점한 대표팀은 경기 종료 직전까지 패색이 짙었으나 조규성의 극장 헤더 동점골이 터지며 연장전으로 끌고 갔다. 승부차기까지 이어진 끝에 조현우의 2연속 선방이 나오면서 기적적으로 8강에 진출했다.

120분을 뛰며 모든 걸 다 쏟아낸 손흥민은 도핑테스트 대상자가 됐으나 탈수 증상으로 검사 시간이 길어져 인터뷰도 하지 못했다. 그 정도로 온 몸을 불살라 대표팀의 8강행을 이끌었다.

8강에서 만난 우승후보 호주에게도 먼저 실점을 내줬다. 후반 중반 호주가 수비 라인을 내려선 후에야 조금씩 공격 기회를 잡았다. 지친 몸을 이끈 캡틴 손흥민이 사력을 다해 페널티킥을 얻어넀고, 황희찬이 이를 성공시키며 사우디전에 이어 다시 연장전에 돌입했다. 이어 연장 전반 13분 손흥민의 마법 같은 프리킥 역전 결승골이 터지며 극적인 4강 진출을 이뤄냈다.

손흥민은 "이러한 승리가 원하는 바는 아니지만 팀 분위기가 한 번 더 올라가는 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며 "모든 선수들의 희생과 도전정신에 감명 받았다. 모든 선수들이 칭찬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득점 장면에 대해서도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이 없었는데 선수들이 도움을 많이 줬다. 선수들이 힘들어 할 때는 내가 한 번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라며 "박스 안으로 들어가면서 상대가 위험 지역에서 태클을 했고, 그런 상황을 공격수로서 노리고 박스 안 움직임을 가져갔기 때문에 좋은 장면을 많이 만들었다고 생각한다"라고 동료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엑스포츠뉴스


엑스포츠뉴스


그러나 요행이 계속될 수는 없었다. 요르단전에서는 상대 전략에 완벽하게 말려들면서 유효슈팅 0개라는 굴욕적인 경기를 펼쳤다. 2연속 연장전을 치른 여파 탓에 체력 저하가 눈에 띄게 드러났고, 패스 미스가 잦고 슈팅 기회조차 잡지 못했다. 실점 장면에서는 요르단 공격수 야잔 알나이마트, 무사 알타마리를 자유롭게 놔두는 등 집중력도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요르단에 0-2로 패하면서 아시아 정상을 향한 도전은 막을 내리게 됐다. 이 과정에서 손흥민은 페널티킥으로 2골, 프리킥으로 한 골을 넣으며 분투했지만 요르단전 패배를 막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손흥민은 요르단전 이후 방송사 인터뷰를 가졌으나 좀처럼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렇게 10초 이상의 시간이 흐른 뒤에야 입을 열었다. 손흥민은 "뭐라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다. 너무 죄송하다"고 말한 뒤 "선수들은 아쉽지만 최선을 다했다. 우리 실수로 경기가 이렇게 마무리 돼 죄송하다. 너무 아쉽다"라고 말했다.

이어 진행자가 늦은시간까지 응원해준 국민들께 한마디 부탁하자, 손흥민은 "너무 감사드리고 죄송하고 늦은 시간까지 말도 안되는 성원을 보내주셨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좋은 모습을 못보여드려 죄송하다. 축구선수로 더 발전되고 국가대표팀이 더 발전할 수 있도록 정말 많이 노력하겠다. 죄송합니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또한 손흥민은 "앞으로 대표팀을 계속 할 수 있을지 생각을 해야 할 것 같다. 감독님께서 더 이상 나를 원하지 않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손흥민의 발언 이후 일각에서는 손흥민이 은퇴를 시사했다고 분석하기도 했을 정도로 심각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엑스포츠뉴스


엑스포츠뉴스


토트넘으로 복귀한 후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많은 분들이 기대해 주셨던 아시안컵 대회를 치르면서 온통 경기에만 집중하다보니 감사 인사가 너무 늦어졌습니다"라며 "경기를 마치고 런던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무겁고 아쉬웠지만 잘 도착했습니다"라고 전했다.

이어 "제가 주장으로서 부족했고 팀을 잘 이끌지 못했던거 같습니다"라며 "이런 상황 속에서도 정말 많은 사랑주시고 응원해주셔서 대한민국 축구선수임이 너무 자랑스러웠습니다. 감사하고 죄송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아시안컵 실패를 뒤로하고 손흥민은 소속팀 토트넘에 집중해야 했다. 현지에서는 손흥민이 브라이턴과의 경기에 곧바로 선발 복귀할 거라고 예상했다.

영국 풋볼런던은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파페 마타르 사르가 지난주 복귀한 데 이어 주장 손흥민과 이브 비수마(코트디부아르)가 각각 아시안컵과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서 복귀해 선발 선택을 할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손흥민에 대해선 "요르단과의 준결승에 뛰었고 목요일 훈련 복귀 전 런던으로 오랜 비행을 했다. 주장에게 빠른 전환이지만, 그는 요르단전 패배를 자신의 시스템에서 벗어나게 하려고 할 것"이라며 선발 출전 예상의 이유로 밝혔다.

그러면서 "만약 손흥민이 선발 명단에 복귀한다면 티모 베르너가 토트넘 임대 합류 이후 처음으로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는 베르너, 그리고 브레넌 존슨이나 데얀 쿨루세브스키가 교체에서 나와 게임체인저가 될 것을 의미하며 이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부족해 했던 점"이라고 덧붙였다.

엑스포츠뉴스


엑스포츠뉴스


현지 매체 예상과 달리 손흥민은 지난 11일 열린 브라이턴과의 프리미어리그 24라운드 경기에서 후반 교체 출전했다.

아시안컵 참가 여파는 없었다. 손흥민은 가벼운 몸놀림을 보여줬다. 후반 19분 존슨과 한 차례 호흡을 맞췄다. 존슨이 손흥민의 패스를 받아 박스 안에서 슈팅을 때렸다. 하지만 골키퍼 품에 안겼다.

후반 추가시간 6분에는 왼쪽 측면에서 공을 잡아 낮게 깔리는 크로스를 올렸다. 이를 쇄도하던 존슨이 밀어넣으며 역전 결승골을 뽑아냈다. 2-1로 역전승을 거둔 토트넘은 리그 4위로 뛰어올랐다.

손흥민은 "팀에 도움이 되고 싶어 (아시안컵이 끝난 뒤) 최대한 빨리 돌아왔고, 우리는 브라이턴전에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 냈다"고 뿌듯해했다.

또한 손흥민은 "동료들과 감독님을 위해 뛰고,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재차 말하면서 "시즌이 이제 몇 달밖에 남지 않았는데, 벌써 결과를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 최선을 다하면 결과는 따라올 뿐"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아시안컵에서의 악몽을 잊으려는 모습이었다.

엑스포츠뉴스


한편, 손흥민과 달리 클린스만 감독은 전혀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4강 탈락이 확정된 요르단과의 경기가 끝난 후 미소를 유지했다. 요르단 감독과 악수할 때도 환하게 웃었다.

상식적이지 않은 상황에 외신들도 의문을 제기했다. 글로벌 스포츠 매체 ESPN은 "클린스만 감독은 그의 팀이 패배한 뒤 미소를 지으며 요르단 감독을 축하하는 모습이 포착돼 한국 팬들과 기자들의 분노를 샀다. 특히 몇몇 한국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눈물을 흘리는 것과는 대조적이었다"라고 지적했다.

입국 기자회견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클린스만 감독은 사퇴 의사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좋은 질문이다"라고 웃어보였다. 그러면서 "이 팀을 이끌게 돼 상당히 행복하게 생각하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좋은 점도 상당히 많았다"라고 답했다.

엑스포츠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엑스포츠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4강 탈락이라는 성적에 대해서도 "실패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라며 "4강에 진출했다는 부분에 있어서는 상당히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선수들을 칭찬하고 싶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부분들이 많았기에 그런 부분들을 좀 생각하고 싶다"라며 절대 실패를 인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선수들을 지적하기도 했다. 요르단전 유효슈팅 0개의 원인을 묻자 "우리가 기회를 전혀 만들지 못했다. 이런 밀집 수비를 상대하는 게 처음은 아니지만 상당히 실망스럽다"라며 "황희찬, 이강인, 손흥민 등 전방에 있는 선수들에게 슈팅 기회를 전혀 주지 않았다. 경기 후에도 상당히 화가 나고 실망스러운 부분이 있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다음 주쯤 출국할 예정이다. 짧은 휴식을 취한 뒤 유럽으로 넘어가 이강인, 손흥민, 김민재 등 선수들의 경기를 볼 계획이다"고 밝혔으나 한국에 이틀가량 짧게 머문 뒤 10일 곧바로 비행기에 올라 자택이 있는 미국으로 향했다.

경질 요구가 빗발치는 가운데 대한축구협회는 이번 주 안으로 클린스만호의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성과를 평가하는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를 연다고 12일 밝혔다.

축구협회는 "이날 오전 축구협회 황보관 기술본부장과 마이클 뮐러 전력강화위원장이 아시안컵과 관련해 미팅했다"라며 "이번 주 안에 전력강화위 위원들의 일정을 조정해 아시안컵에 대한 리뷰(분석) 회의를 열 예정"이라고 전했다.

사진=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