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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이슈 손흥민으로 바라보는 축구세상

손흥민 멱살잡자 이강인 주먹질…태극전사 사분오열 '충격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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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엑스포츠뉴스 최원영 기자)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2023 카타르 아시안컵 4강에서 요르단에 참패한 가운데, 준결승전 전날 공격을 이끄는 두 에이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주먹까지 날리며 다툰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끈 축구대표팀은 지난 10일 폐막한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요르단에 0-2로 패하며 준결승에서 탈락했다.

클린스만호는 대회 내내 졸전을 거듭했다. 요르단과 경기에서는 유효슈팅을 단 하나도 기록하지 못하는 등 무기력한 모습만 보여 비판 여론이 크게 일었다. 한국은 상대의 공격 듀오인 무사 알타마리와 야잔 알나이마트에 각각 한 골씩 허용하며 무너졌다. 2골만 내준 것이 다행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축구팬들과 국민들을 충격에 빠트린 경기였다. 특히 역대 최강이라는 평가까지 받은 선수들을 데리고 최악의 경기 내용을 보여준 클린스만 감독에 대해 경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가운데 영국 매체 '더 선'이 14일 한국 대표팀 내 심각한 불협화음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더 선과 연합뉴스 보도를 종합하면, 사건은 요르단전 바로 전날인 현지시간 5일 저녁 식사시간에 일어났다.

대표팀에서 경기 전날 모두가 함께하는 만찬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결전을 앞두고 화합하며 '원 팀'임을 확인하는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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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날 이강인과 설영우(울산), 정우영(슈투트가르트) 등 대표팀 내 어린 축에 속하는 선수들이 저녁 식사를 별도로 일찍 마쳤다.

이어 탁구를 치러 갔다. 살짝 늦게 저녁을 먹기 시작한 선수들이 밥을 먹는데 이강인 등이 시끌벅적하게 탁구를 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건 아니다' 싶었던 주장 손흥민이 제지하려 했지만, 이들은 좀처럼 말을 듣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격분한 손흥민이 이강인의 멱살을 잡았다. 이강인은 주먹질로 맞대응했는데 이는 손흥민이 피했다. 다른 선수들이 둘을 떼놓는 과정에서 손흥민의 손가락이 탈구됐다는 게 보도의 종합적인 맥락이다. 이후 손흥민은 요르단전, 그리고 토트넘 복귀 뒤 열린 브렌트퍼드와의 홈 경기에서 손가락 두 개를 테이프로 붙인 채 그라운드를 누볐다. 이를 두고 설이 끊이지 않았는데 영국 최대 타블로이드지가 보도했고, 대한축구협회가 즉각 확인했다.

이후 고참급 선수들은 이강인의 행동에 분노해 클린스만 감독을 찾아간 뒤 이강인을 요르단전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이강인을 제외하지 않았다. 이강인은 부임 초반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던 클린스만호가 지난해 하반기 5연승으로 반등을 이루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한 '황태자'였다. 실제로 이번 아시안컵에서 3골 1도움을 기록하며 한국은 물론 동아시아 선수 중 유일하게 대회 베스트11에 이름을 올렸다. 클린스만 감독은 수수방관했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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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강인과 손흥민 등 고참 선수들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던 터였다. 이번 아시안컵에서 '탁구 사건'이 두 선수의 감정을 폭발시킨 것으로 보인다.

요르단전은 심각한 갈등 속에 킥오프했다. 손흥민과 이강인은 앞선 조별리그 3경기, 토너먼트 2경기에서와 마찬가지로 요르단전에서도 90분 내내 각자 따로 놀았다. 이강인은 요르단전에서 무척 부진했다. 후반 초반엔 자신에게 볼이 오지 않자 측면을 버리고 알아서 중원으로 갔다.

요르단과의 경기 후 손흥민이 갑작스레 대표팀 은퇴 시사 발언을 해 화제였다. 손흥민은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내가 앞으로 대표팀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면서 "감독님께서 나를 더 이상 생각 안 하실 수도 있고 앞으로의 미래는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당시엔 단순히 요르단전 졸전으로 인해 손흥민이 실망한 나머지 이런 발언을 한 것으로 해석됐으나 이번 '탁구 사건'과 일부 선수들의 건의에도 이강인을 계속 신임한 클린스만 감독의 선택을 놓고 보면, 손흥민이 어떤 맥락에서 한 말인지 추측해볼 수 있다.

아시안컵 전후로 축구계에선 대표팀 선수들이 연령별로 무리 지어 다니며 훈련했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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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설영우·정우영·오현규(셀틱)·김지수(브렌트퍼드) 등 어린 선수들, 손흥민·김진수(전북)·김영권(울산)·이재성(마인츠) 등 고참급 선수들, 그리고 황희찬(울버햄프턴)·황인범(즈베즈다)·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 1996년생들이 주축이 된 그룹이 각자 자기들끼리만 공을 주고받았다.

조별리그 1차전을 대비한 훈련 때부터 마지막 요르단전 훈련 때까지, 각 그룹의 면면에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 토너먼트 경기를 앞둔 훈련에서 한 해외파 공격수가 자신에게 강하게 몸싸움을 걸어오는 국내파 수비수에게 불만을 품고 공을 세게 차며 화풀이하는 장면이 취재진에 포착되는 등 국내파와 해외파가 갈등을 빚는 듯한 장면도 있었다.

비단 이번 아시안컵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중국과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원정 경기를 마친 뒤 손흥민, 김민재, 황희찬, 이강인 등 유럽파 선수들이 한국에 일찍 돌아가기 위해 사비로 전세기를 임대해 귀국하기도 했다. 원정 일정이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개인 행동'을 한 셈이다. 대표팀, 대한축구협회가 '허락'한 일이었다고 하지만, 국내파 선수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결국 해외파 선수들은 경기 직후 전세기를 타고 빠르게 한국에 왔다. 국내파들은 경기 장소인 중국 선전에서 하룻밤 잔 뒤 국적기를 타고 귀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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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스만 감독은 지난해에도, 올해 아시안컵에서도 아무것도 '정리'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인 스타 플레이어 출신이라 전술 능력과 별개로 대표팀 내 유럽파 선수들을 휘어잡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받았으나 클린스만 감독은 사실상 모든 사태를 지켜보기만 했다.

선수들 심리 장악에 능하다는 것이 클린스만 감독이 그나마 받았던 긍정적인 평가였는데, 이 또한 무색해졌다. 오히려 팀이 최악의 상황에 치달을 때까지 손을 놓고 있었다.

사퇴든 경질이든, 한국 축구와 클린스만 감독의 결별은 피할 수 없어진 분위기다. 축구협회는 15일 클린스만호의 카타르 아시안컵 성과를 평가하는 전력강화위원회를 연다.

사진=연합뉴스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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