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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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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女탁구의 투혼...“브라질이 축구·배구만? 탁구는 이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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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에 일본계 자매로 구성된 팀

한 팔로 단체전 나선 알렉산드르

비장애인 선수와 경쟁하며 투혼

‘에이스’ 언니 브루나 앞장선 다카하시 자매도 선전

눈부신 도전은 멈췄지만, 여정은 계속된다. 브라질 여자 탁구 대표팀(세계 14위)은 지난 21일 2024 단체전 부산세계탁구선수권 16강전에서 한국(5위)에 매치 점수 1대3으로 패배했다. ‘에이스’ 브루나 다카하시(24)가 신유빈(20)을 상대로 1단식에서 역전승을 일구며 분전했지만, 3인 5단식(11점·5게임)제 경기 가운데 나머지 2·3·4단식에서 모두 지며 고배를 마셨다.

브라질은 전통적으로 탁구 강호로 분류되진 않는다. 축구와 배구 등에선 세계를 호령했지만, 탁구에서는 아직 ‘도전자’로 통한다. 이번 대회에서도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그럼에도 이들이 보여준 열정에 찬사와 격려가 쏟아진다. ‘한 팔 탁구 선수’ 브루나 코스타 알렉산드르(29·단식 227위)와 브라질 여자 탁구 쌍두마차로 꼽히는 다카하시 자매의 투혼이 아름답다는 반응이다. 이들은 “우리 팀이 자랑스럽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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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여자 탁구 대표팀. 브루나 다카하시(왼쪽부터), 줄리아 다카하시, 브루나 코스타 알렉산드르, 코치 호르헤 판크. 이들은 '삼바 탁구'의 세계적인 비상을 꿈꾼다. /부산세계탁구선수권 조직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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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지는 선택을 한 알렉산드르

알렉산드르는 부산 대회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선수다. 그의 경기 외적 ‘인생사’ 때문이다. 그는 태어난 지 3개월 만에 백신으로 인한 혈전증으로 오른팔을 절단해야 했다. 워낙 어릴 적 팔을 잃어 그는 자신이 원래 오른손잡이였는지 왼손잡이였는지도 모른다. “부모와 오빠가 모두 왼손잡이라 저도 왼손잡이로 태어났다고 유추할 뿐입니다.”

알렉산드르는 먼저 탁구를 쳤던 오빠를 따라 7살에 라켓을 잡았다. 브라질에서 압도적인 인기를 누리고, 발만 쓰는 축구를 그도 어릴 적엔 했다. 근데 결국 탁구를 골랐다. “테이블을 하나 두고 신속하게 지략 싸움을 펼치는 모습, 스핀을 섞으며 까다롭게 치는 게 매력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두려움도 없었다. “오른팔이 있었다가 (사고 등으로) 없어졌으면 매우 불편하고 스포츠에 뛰어드는 게 망설여졌겠죠. 근데 이렇게 살게 됐고, 비장애인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생각에 선택했습니다.” 10살 때부터 본격적으로 선수의 길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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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나 코스타 알렉산드르. /부산세계탁구선수권 조직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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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알렉산드르는 경기 시발점인 서브에서부터 애를 먹었다. 비장애인 선수들은 오른손잡이면 왼손, 왼손잡이면 오른손을 이용해 공을 띄워 서브를 한다. 하지만 알렉산드르는 오른팔이 없다. 그래서 그는 왼손에 쥔 탁구채 위에 공을 올려 놓고, 엄지로 고정시킨 다음 이를 높이 띄워 서브하는 본인만의 방법을 개발했다.

지금이야 낙차 큰 스핀을 섞어 능숙하게 서브를 구사하지만, 그는 “서브다운 서브를 하기 위해 2~3년 서브 연습에만 몰두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제 변칙적인 서브는 오히려 그의 주무기 중 하나. 알렉산드르는 “주변에서 ‘너는 할 수 있다’며 응원도 많이 해줘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했다. 스스로 동기부여도 한다. 그의 팔엔 “인생은 선택의 연속, 강해질 수 있는 선택을 하라”는 의미의 문신이 새겨져 있다. 그는 한국 드라마로 고된 훈련에 지친 심신을 달랜다고도 했다. 가장 재미있게 본 드라마는 ‘사랑의 불시착’. “주연이었던 두 배우(현빈과 손예진)가 실제로 결혼까지 해 너무 놀랐던 기억이 있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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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팔 탁구 선수 브루나 알렉산드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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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르는 장애인 탁구에선 최강자다. 이번 대회에서도 비장애인 선수들을 상대로 4승2패를 기록했다. 마지막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는 패럴림픽 금메달. 2016년 안방에서 열린 리우 패럴림픽 여자 단식과 단체전에서 동메달, 3년 전 도쿄 패럴림픽에선 단식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다가오는 파리 패럴림픽에선 꼭 꿈을 이루고 싶다”며 눈을 반짝였다.

◇브라질 탁구 이끄는 다카하시 자매

현재 ‘삼바 탁구’를 이끄는 주역은 브루나와 줄리아(19) 다카하시 자매다. 브루나는 현재 단식에서 세계 22위, 줄리아는 86위. 자매는 세계 100위권 안에 있는 ‘유이한’ 브라질 선수다. 특히 언니 브루나는 브라질 여자 탁구의 ‘선각자’로 꼽힌다. 그는 2022년 6월 단식 17위까지 오르며 브라질 여자 탁구 사상 최초로 ‘톱 20′ 벽을 격파했다.

브루나는 8살에 탁구를 시작했고, 줄리아는 언니를 따라 탁구장에 갔는데 “재밌어 보여서” 6살에 입문했다. 아직 언니가 실력에선 ‘한 수 위’지만, 브루나는 동생이 국가대표로 발탁되고 매일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뿌듯해한다. “이번 대회에서 매 경기 실력이 향상되는 것을 보며 참 대견했어요. 동생이 주니어 무대에서 성인 무대로 넘어가는 중요한 시기에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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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브루나(왼쪽), 줄리아 다카하시 자매. /부산=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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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하시’란 성에서 유추할 수 있듯 이들은 일본계 브라질인 아버지를 뒀다. 브라질에선 이를 ‘니포-브라질인(Nipo-brasileiros)’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일본인들은 20세기 초부터 브라질로 이민 가 거대한 공동체를 일궈냈다. 브라질 인구 2억명 가운데 약 200만명이 일본계인 것으로 추정된다.

다카하시 자매는 브라질이 축구와 배구만 잘한다는 ‘편견’을 깨고 싶어 한다. 이번 파리 올림픽 무대에도 함께 향할 가능성이 높다. 브루나는 “당장 브라질 탁구를 세계 강호 반열에 올려놓을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면서도 “한 단계씩 나아가며 계속 성장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부산=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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