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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국가대표 모범생’ 이재성, 베테랑의 품격을 보여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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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센추리 클럽(A매치 100경기 이상 출전) 가입을 앞두고 있다.

국가대표 미드필더 이재성(32·마인츠)에게 지난 15일 이라크와 벌인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 4차전은 92번째 A매치였다. 이강인(23·파리 생제르맹)과 오현규(23·헹크), 배준호(21·스토크시티) 등 젊은 공격수들과 함께한 베테랑은 1골 1도움 맹활약으로 한국에 3대2 귀중한 승리를 안겼다.

후반 29분 악착같이 상대 공을 빼앗아 오현규에게 어시스트를 연결한 이재성은 9분 뒤 이명재의 크로스가 왼쪽 측면에서 날아오자 몸을 날려 머리를 갖다대 골망을 흔들었다. 지난 11일 요르단과 벌인 원정 3차전에서 헤더 선제골을 뽑아낸 그의 A매치 2경기 연속 골.

헤수스 카사스 이라크 감독은 패인을 묻자 “한국의 10번(이재성)이 인상적이었다. 10번의 움직임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이재성은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화려한 스타일의 선수는 아니다. 180㎝, 70㎏으로 호리호리한 체격의 그는 어린 시절 교정을 하러 다녔을 만큼 심한 ‘오(O)자형 다리’로 쉴 새 없이 그라운드를 누비면서 공수 균형을 잡아준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 박지성처럼 활동량을 바탕으로 한 수비적인 공헌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이번 2연전에선 결정력까지 발휘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이후 한국이 치른 A매치 25경기에 모두 출전한 유일한 선수인 그는 올해에만 A매치 4골을 터뜨리고 있다.

이라크전이 끝나고 평소 활약에 비해 과소평가받는 것이 아니냐는 취재진 질문에 이재성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내 위치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뿐”이라고 했다.

이재성은 한국 축구의 ‘황금 세대’로 통하는 1992년생이다. 손흥민과 이재성, 황의조, 손준호, 김진수, 권경원은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을 이룬 벤투호의 주축을 이뤘다.

하지만 황의조와 손준호가 불미스러운 일로 대표팀에서 멀어졌고, 김진수는 기량 저하로 뽑히지 않는 등 2년도 채 지나지 않아 손흥민과 이재성만 대표팀에 남았다.

손흥민마저 부상으로 빠지며 1992년생 가운데 유일하게 이번 대표팀에 이름을 올린 이재성은 부주장으로 2연전 기간 후배들을 끊임없이 격려하며 라커룸 분위기를 다잡았다. 그는 “고참으로서 경기장 안에서나 생활 면에서 솔선수범하려고 한다. 그런 부분이 경기장에서 잘 나타나지 않더라도 초심을 잃지 않고 후배들에게 길잡이가 되는 선배가 되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7년째 뛰는 이재성은 유럽 무대를 꿈꾸는 후배들에겐 본보기와 같은 선수다.

2017년 전북 현대 유니폼을 입고 K리그 MVP에 오른 그는 당시 중동·중국 리그 팀에서 거액의 러브콜을 받았지만, 이를 마다하고 이듬해 여름 독일 2부 리그 팀인 홀슈타인 킬 유니폼을 입었다. 킬에서 3시즌 동안 23골 25도움을 올린 뒤 2021-2022시즌을 앞두고 마인츠로 이적하며 빅리그로 통하는 분데스리가 1부 무대를 밟았다.

마인츠에서 네 번째 시즌을 맞이하며 18골 12도움을 기록 중인 이재성은 특유의 헌신적인 플레이로 현지 팬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이재성의 활약에 만족한 마인츠는 지난여름 미드필더 홍현석을 영입했다.

태극 문양을 달고 올해 최고 활약을 펼치는 이재성은 2018 러시아, 2022 카타르 대회에 이어 세 번째 월드컵 출전을 노리고 있다.

이번 월드컵 예선 2연전에서 후배 공격수들과 환상의 호흡을 보인 그는 “기회를 잡은 어린 선수들이 훌륭한 실력을 보여준 점이 요르단·이라크전의 가장 큰 소득”이라며 “나보다 더 뛰어난 실력을 가진 후배들이 유럽에서 활약 중인데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장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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