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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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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게이트' 본 차범근의 작심발언..."이강인 부모님도 나도 회초리 맞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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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OSEN=김성락 기자] 이강인과 손흥민 간 갈등을 언급하며 쓴소리를 뱉은 차범근 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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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고성환 기자] "이강인의 부모님, 그리고 뻔히 방향을 알면서 알리려 애쓰지 않은 나 역시 회초리를 맞아야 마땅하다."

'한국 축구의 전설' 차범근(71)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한국 축구계에 쓴소리를 던졌다.

차범근 전 감독은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HW컨벤션센터 크리스탈홀에서 열린 '제36회 차범근 축구상' 시상식 축사자로 나섰다. 그는 시상을 마친 뒤 대표팀 내분을 언급하며 무거운 이야기를 꺼냈다.

차범근 전 감독은 "이 자리에서 축사를 할 때마다 축구를 잘하는 사람보다는 좋은 사람, 멋진 사람, 주변을 돌볼 줄 아는 큰 사람이 돼야 한다고 당부하고 얘기했다"라며 "오늘은 학부모님들과 이 얘기를 함께 나누려고 한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아시안컵이 끝났다. 마음이 무겁다"라며 "선후배나 어른이라는 개념이 없는 유럽에서는 동료들과 다투고, 선수가 감독에게 거칠게 대드는 모습이 그리 이상하지 않다. 지금 우리는 동서양 문화의 큰 차이에 세대 간 간극까지 더해져 매우 어렵고 중요한 시기다. 함께 뛰는 선배들조차 후배들의 세상을 얘기하기 쉽지 않게 됐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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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알 와크라(카타르), 지형준 기자]


얼마 전 불거진 이강인(23, 파리 생제르맹)과 손흥민(32, 토트넘 홋스퍼)의 충돌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스타인 두 선수는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을 치르던 도중 요르단과 준결승전을 하루 앞두고 부딪쳤다. 이 과정에서 손흥민이 오른쪽 손가락을 다치고 말았다.

이른바 '탁구게이트'는 영국 '더 선'이 처음으로 보도하면서 알려졌다. 게다가 놀랍게도 대한축구협회(KFA)가 빠르게 이를 사실이라 인정하면서 파장이 커졌다. 여기에 이강인이 이전부터 대표팀 고참들과 불화를 겪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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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손흥민 소셜 미디어.


이강인도 소셜 미디어를 통해 사과를 전하며 어느 정도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그의 법률대리인 서온 측은 "손흥민 선수가 이강인 선수의 목덜미를 잡았을 때 이강인 선수가 손흥민 선수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는 기사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라며 "나머지 내용에 대해서는 다시 입장을 정리해 밝히겠다"라고 예고했다.

다행히 갈등은 더 이상 커지지 않았다. 이강인이 런던으로 직접 날아가 손흥민에게 용서를 빌면서 사건이 일단락됐다. 손흥민도 이강인과 나란히 밝게 웃는 사진을 올리며 "강인이가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 번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 달라. 대표팀 주장으로서 꼭! 부탁드린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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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성락 기자]


차범근 전 감독은 이번 사태를 어른들의 잘못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다른 문화를 경험한 세대 간 마찰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교육하려 노력하지 않았다. 나는 이제 늙었고, 쉬어도 된다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하니 몹시 부끄럽다"고 자책했다.

그러면서 동양 문화가 가진 미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차범근 전 감독은 "동양적인 겸손과 희생이, 혹은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로서 책임감이 자칫 촌스럽고 쓸모없는 짓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앞으로는 더 많아질 것"이라며 "그러나 동양적 인간관계야말로 우리가 자연스럽게 물려받은 무기이고 자산"이라고 힘줘 말했다.

동양적 인간관계를 박지성과 본인의 성공 비결로 뽑기도 했다. 차범근 전 감독은 "우리 박지성 선수가 세계적인 명문 구단에서 사랑받고, 선수 생활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던 절반의 비결이다. 또한 내 비결이기도 하다"라며 "이런 소중한 무기를 버리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설사 아이들이 소중함을 모르고 버리려고 해도 어른들이 주워서 손에 꼭 쥐여줘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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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알 와크라(카타르), 지형준 기자]


이강인의 이름을 직접 꺼내기도 했다. 차범근 전 감독은 "아시안컵을 마치고 23살의 이강인 선수가 세상으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크게 놀랐을 것"이라며 "스페인이나 프랑스에서는 대수롭지 않던 일이 우리 팬들을 이렇게까지 화나게 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지어는 이강인의 부모님까지 언급됐다. 차범근 전 감독은 "이걸 가르치지 못한 이강인의 부모님과 뻔히 방향을 알면서 알리려 애쓰지 않은 나 역시 회초리를 맞아야 마땅하다"라며 "손흥민 같은 주장이 있어 정말로 다행이다"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그는 "이 자리에 계신 부모님들은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의 품위 있는 성공, 진정한 성공을 위해 무엇이 중요한지 우선 생각해야 한다. 꼭 부탁드린다"라고 다시 한번 당부했다.

/fineko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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