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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섯 살 피겨소년 빙판역사 새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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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규, 韓 최초 주니어 선수권 남자 싱글 金

최종 230.75점… 2위에 1.44점 차

남녀 통틀어도 김연아 이후 18년 만

‘불모지’ 男피겨 차준환 후예 부상

트리플 악셀·콤비네이션 점프 등

지난 시즌 대비 기술력 ‘괄목성장’

향후 시니어 국제무대 활약 기대감

한국 피겨스케이팅의 역사는 ‘피겨여왕’ 김연아(34)의 등장 전과 등장 후로 나뉜다. 피겨여왕이 등장하기 전만 해도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김연아는 2004년 국제빙상연맹(ISU) 공인 국제대회에서 한국 선수로 첫 우승을 차지한 뒤 2006 주니어 세계선수권을 우승하면서 돌풍을 일으켰다. 이후 연이어 세계신기록을 경신하며 세계 최고 선수로 성장한 김연아는 2010 밴쿠버 올림픽에서 쇼트와 프리스케이팅 모두 세계신기록을 경신하며 총점 228.56점으로 금메달을 따냈다. 총점 220점을 넘은 최초의 여자 선수가 김연아다.

김연아의 올림픽 제패를 지켜본 많은 꿈나무들이 피겨에 입문했고, 많은 유망주들이 무럭무럭 성장하며 세계수준의 기량을 뽐내기 시작했다. 다만 여자 싱글에서는 유영, 김예림, 임은수, 이해인, 신지아 등 우수한 선수들이 쉬지 않고 배출됐지만, 남자 싱글은 여자 싱글에 비해 스타급 선수 배출이 적었다. 휘문중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낸 차준환이 10년 가까이 독주를 이어갈 정도로 새 얼굴이 부족했다.

세계일보

서민규가 2일 대만 타이베이 아레나에서 열린 2024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 타이베이=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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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남자 피겨에 드디어 차준환의 후계자가 등장했다. 주인공은 2008년생의 서민규(16·경신고 입학 예정). 차준환도 차지하지 못한 피겨 주니어 세계선수권을 제패한 선수이기에 서민규의 성장세가 더욱 주목된다.

서민규는 지난 2일 대만 타이베이 아레나에서 열린 2024 ISU 피겨 주니어 세계선수권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150.17점을 기록, 쇼트프로그램 80.58점을 합해 최종 230.75점으로 나카타 리오(일본·229.31점)를 1.44점 차이로 제치고 금메달을 따냈다. 동메달은 아담 하가라(슬로바키아·225.61점)가 받았다.

그야말로 깜짝 우승으로 서민규의 금메달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다. 한국 선수가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싱글 시상대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남녀 선수를 통틀어도 주니어 세계선수권 우승은 2006년 김연아 이후 18년 만이다. 차준환도 주니어 세계선수권은 2017년 5위가 최고 성적으로 메달은 획득하지 못했다.

여자 피겨 선수들은 보통 10대 후반의 나이에 전성기를 맞기 때문에 주니어 세계선수권에서의 성적이 시니어 무대에서도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반면 남자 피겨는 20대 이후에 전성기가 오기 때문에 주니어 세계선수권의 기량과 시니어 간의 기량 차이가 꽤 난다. 지난해 시니어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싱글 우승자인 우노 쇼마(일본)는 총점 301.14점을 받았다. 서민규의 최종 총점을 지난해 시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 대입하면 18위 수준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아직 고등학교도 입학하지 않은 서민규가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의 섬세한 연기로 주니어 세계선수권을 제패한 것은 그의 잠재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서민규의 기량은 급성장하고 있다. 2023~2023시즌 이전까진 서민규는 국제대회에서 공중에서 세 바퀴 반을 회전하는 트리플 악셀을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지난 비시즌 동안 기술력을 눈에 띄게 발전시켰다.

서민규는 지난해 9월에 열린 ISU 주니어 그랑프리 3차 대회에서 완벽하게 장착한 트리플 악셀을 앞세워 개인 최고점 231.30점을 받으며 차준환 이후 7년 만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주니어 세계선수권 쇼트프로그램에선 트리플 악셀 단독 점프를 성공시켜 1위에 올랐고, 프리스케이팅에선 트리플 악셀에 더블 토루프 점프까지 붙이는 콤비네이션 점프를 훌륭하게 수행하며 한국 최초의 성과를 거뒀다.

서민규가 향후 기술 훈련에 매진해 쿼드러플(4회전) 점프까지 장착한 뒤 표현력까지 키워낸다면 시니어 국제무대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평가다.

서민규는 소속사인 올댓스포츠를 통해 “처음 출전한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는 것이 꿈만 같다”며 “프리스케이팅에서 실수가 하나 나와서 아쉽지만, 뒤에 있는 과제들을 집중해서 수행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여자 싱글 쇼트 1위에 올랐던 신지아(16·세화여고 입학 예정)는 지난 1일 프리스케이팅에서 138.95점을 받아 총점 212.43점으로 동갑내기 라이벌 시마다 마오(일본·218.36점)에 이어 2위에 오르며 2022년부터 3년 연속 주니어 세계선수권 은메달을 따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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