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류현진이 12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 한화 이글스의 시범 경기에서 공을 던지고 있다. 대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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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윤세호 기자] 기계를 통한 볼·스트라이크 판정도, 상대로 마주한 막강한 타자들도 괴물의 예술투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메이저리그(ML) 무대를 정복했던 모습을 재현하듯 상대를 가리지 않고 임무를 완수했다. 한화 선발 투수 류현진(37)이 12년 만에 임한 KBO리그 시범경기에서 자신의 진가를 펼쳐 보였다.

류현진은 12일 시범경기 대전 KIA전에서 62개의 공을 던지며 4이닝 3안타 0볼넷 3삼진 1실점했다. 1회 선취점을 허용했지만 이후 3이닝은 철벽투였다. 경기 초반에는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을 시험하듯 탐색전을 벌였는데 ABS를 인지하고 나서는 아트 피칭에 돌입했다.

최고 구속 148㎞ 속구와 칼처럼 날카로운 컷패스트볼, 체인지업과 커브까지 네 가지 구종을 꾸준히 섞어 던졌다. 구종 분포도는 속구가 29개, 체인지업이 12개, 커브가 11개, 컷패스트볼이 10개였다. 지난 7일 청백전에서 144㎞였던 속구 최고 구속이 이날은 평균 구속이 됐다.

이닝을 거듭할수록 정교하고 강해졌다. 1회 이우성에게 던진 체인지업이 실투성으로 높게 형성돼 2루타가 됐다. 김도영에게 초구 속구를 공략당해 선취점을 내줬는데 이후 워밍업을 마친 듯 류현진 특유의 다채로운 볼배합이 나왔다. 나성범을 느린 커브 후 속구로 범타, 소크라테스 브리토도 몸쪽 속구로 범타 처리했다.

한화 류현진이 12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 한화 이글스의 시범 경기에서 공을 던지고 있다. 대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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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이 감을 잡자 KIA 타자들은 답을 찾지 못했다. 1회 공 하나 차이로 어긋난 ABS 스트라이크존에 아쉬움을 보인 류현진은 2회부터는 ABS 스트라이크존 모서리를 활용했다. 단순히 스트라이크존 좌우만 활용하는 게 아닌 스트라이크존 상단도 이용했다. 최형우를 하이 패스트볼로 헛스윙 삼진, 최원준도 하이 패스트볼로 좌익수 플라이 처리했다.

3회 이우성과 승부는 복수전이었다. 1회 이우성에게 던졌던 실투성 체인지업을 만회하려는듯 연속으로 체인지업을 던졌다. 결과는 바깥쪽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 문제점을 바로 풀어내는 류현진이었다.

마지막 이닝인 4회에는 예술투가 무엇인지 선보였다. 소크라테스를 상대로 1구 커브, 2구 컷패스트볼 3구 컷패스트볼로 삼구삼진 처리했다. 단순한 삼구삼진이 아니었다. 공 3개가 모두 ABS존 바깥쪽 끝에 걸쳐서 들어갔다. 소크라테스는 혀를 내두르며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12일 대전 경기 4회 류현진이 소크라테스 상대로 던진 3구 로케이션. 사진 | SPOTV2 중계 화면 캡쳐

ABS를 손바닥 위에서 갖고 논 류현진은 최형우와 김선빈도 범타로 돌려세우며 이날 투구를 마쳤다. 김선빈 타구에 다리를 맞았지만 류현진은 투수로서 수비도 특급이다. 빠르게 굴절된 타구를 잡아 1루로 던진 후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경기 후 류현진은 “12년 전에 나는 그저 포수의 사인대로만 던졌다. 이제는 내가 던지고 싶은 공을 던진다. 그런 부분이 많이 바뀐 것 같다”고 밝혔다. 빅리그에서 직접 상대 타선을 전력분석하고 경기 플랜을 짰던 류현진이다. 이날 KIA전을 앞두고는 따로 전력분석을 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정규시즌 전력분석에 돌입하면 괴물 등에 날개를 달 것으로 보인다.

계획대로 빌드업 중인 류현진은 오는 17일 사직 롯데전에 등판할 계획이다. 롯데전 다음 경기는 오는 23일 개막전이다. 잠실구장에서 디펜딩 챔피언 LG에 맞서 ‘괴물 리턴’ 시작점을 찍는다.

한편 이날 한화는 류현진 뒤로 문동주, 김서현이 나란히 등판했다. 한화의 미래를 책임질 문동주와 김서현도 막강한 구위를 뽐내며 새 시즌 한화 돌풍을 예고했다. 경기 전 비예보로 노심초사했던 한화 최원호 감독도 희망을 응시했다. 하늘도 보고 싶었던 류현진의 예술투였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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