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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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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실책한 후배 불러 세웠다…"기죽지 마, 고개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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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못 막아줘서 미안하다고, 고개 들고 하라고 했어요."

중앙일보

류현진이 24일 잠실 LG전을 더그아웃에서 지켜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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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투수 류현진(36)은 지난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정규시즌 개막전에서 4188일 만에 KBO리그 마운드에 올랐다. 메이저리그(MLB)에서 11년을 뛰고 온 '제구 아티스트' 류현진의 복귀전에 야구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류현진은 3과 3분의 2이닝 동안 6피안타 3볼넷 5실점(2자책점) 하고 패전 투수가 됐다.

불운이 따랐던 건 사실이다. 류현진은 2-2로 맞선 4회 2사 1루에서 신민재를 2루수 쪽 땅볼로 유도했다. 그런데 이때 한화 2년 차 2루수 문현빈이 타구를 잡지 못하고 뒤로 빠트렸다. 이닝이 끝났어야 할 상황이 2사 1·3루 위기로 이어졌다. 흔들린 류현진은 연속 적시타를 맞고 3점을 더 내줬다. 호투하고도 수비 도움을 받지 못해 애를 먹었던, '과거의 류현진'이 오버랩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류현진은 4회가 종료되고 야수들이 더그아웃에 돌아오자마자 문현빈을 불러세웠다. 프로에서 날개를 펴야 할 젊은 후배가 행여 미안한 마음에 주눅이라도 들까 염려해서다. 류현진은 24일 "현빈이에게 '내가 (후속 타자들을) 못 막아서 미안하다'고 했다. 실책 후에 대량실점을 해서 기가 죽어 있을까봐 '고개 들고 하라'고 말해줬다"고 했다. 자책하고 있었을 문현빈에게는 큰 위안이 될 한마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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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이 23일 잠실 LG전에서 4회 5실점(2자책점) 한 뒤 아쉬워하며 마운드를 내려가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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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은 복귀전에서 고전한 원인을 '야수 실책'이 아닌 자기 자신에게서 찾았다. 그는 "직구가 초반에는 괜찮았는데, 마지막에 가운데로 몰리면서 맞아나간 것 같다. 변화구 제구도 아쉬웠다"며 "컨디션이 아무리 좋아도 역시 투수는 제구가 가장 중요하다는 걸 다시 느낀 경기였다"고 돌이켰다.

이날 직구 최고 구속이 평소보다 빠른 시속 150㎞까지 나왔지만, 류현진은 거듭 "구속은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시속 150㎞를 던져도 (제구가 안 되면) 한국 타자들의 콘택트 능력이 좋아서 소용 없다. 반면 시속 140㎞대 초반이 나와도 제구 코너워크가 된다면, 좀 더 좋은 성적이 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첫 경기에서는 예방 주사를 한 번 맞았다고 생각하고 다음 경기를 잘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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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이 23일 잠실 LG전에서 4회 5실점(2자책점) 한 뒤 아쉬워하며 마운드를 내려가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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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은 29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리는 KT 위즈와의 홈 개막전에서 올 시즌 두 번째 선발 등판을 한다. 그는 "23일 경기는 한 시즌의 첫 게임이라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성적으로는 그렇지 못했지만 긴장했었던 것 같다"며 "홈 개막전에서는 좀 더 제구에 신경 쓰고 투구 수 관리부터 잘해야 할 것 같다. 선발 투수 역할을 다 해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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