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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스타와의 인터뷰

'재벌X형사' 안보현 "철없는 재벌 3세 연기? 제가 봐도 재수없죠"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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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안보현이 '재벌X형사'를 통해 철없는 재벌의 모습과 묵직한 형사의 모습을 오갔다. 좋은 그림을 위해 요트 자격증을 땄고, 헤어 스프레이 반 통을 쓰면서 촬영에 임했다. 그의 진심이 통했는지 작품은 높은 시청률로 종영했고, 시즌2에 대한 가능성을 열었다.

안보현이 출연한 SBS 금토드라마 '재벌X형사'(극본 김바다/연출 김재홍) 철부지 재벌 3세 진이수(안보현)가 강력팀 형사가 돼 보여주는 수사기다. 진이수는 노는 데 목숨을 건 금수저다. 어마어마한 재려과 인맥을 이용해 창의적으로 노는 데 쓰는 이 시대 최고의 한량. 그러나 한 사건에 휘말려 하루아침에 경찰이 되고, 자신을 은근히 무시하는 형사들의 도발로 사건도 해결한다. 오랜만에 느낀 뿌듯함, 만족감, 보람에 진이수는 점차 수사에 진심이 된다.

그간 드라마에서 재벌이나 형사 캐릭터는 다수 등장했으나 재벌이면서 형사인 캐릭터는 드물었다. 진이수는 재벌이면서 동시에 형사인 인물. 안보현은 이런 진이수를 다채롭게 표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됐다. 재벌과 형사의 중간 지점을 잡고, 시청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힘쓴 것이다.

"제가 실제로 재벌, 형사를 만난 적이 거의 없어요. 매체를 통해 느낀 거죠. 진이수는 그 중간 지점인데 밉상 같고 꼴불견이지만, 그렇다고 마냥 밉지만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러기 위해 외적으로는 날티나면서 내적으로 연민을 불러일으키고 싶었습니다. 제가 체형이 유별나서 맞춤 수트를 제작했고, 헤어스프레이를 반 통씩 쓰면서 만화같은 헤어 스타일을 완성했어요. 약간 재수 없어 보이게요. 내적인 연민으로 융화시키려고 했습니다."

재벌을 연기하면서 요트, 헬기, 스포츠타, 오토바이 등 탈 수 있는 건 모두 타봤다. 그는 요트를 직접 운전하기 위해 촬영 전 면허를 땄다. 요트 운전을 할 수 있는 스턴트맨이 드물었기 때문. 덕분에 완성도 있는 그림이 나올 수 있었다.

"자격증이 없으면 요트를 운전할 수 없잖아요. 제가 직접 따고 싶은 욕심이 생겼습니다. 일주일 동안 9시부터 6시까지 다니면서 배웠어요. 직접 운전을 하니 재밌기도 했고요. 그림도 그럴싸하게 나온 것 같아서 만족스러워요. 재벌을 연기하면서 부러웠던 건 재력을 바르게 사용하는 부분이었어요. 장례식장 비용을 대고, 미술 전시회를 열어주는 건 돈 있는 사람만 할 수 있는 거잖아요. 현실에서 불가능하다 보니 연기하면서 멋있는 마음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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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을 연기할 때는 다소 철없는 모습을 보이다가도 점차 형사 일에 진심이 돼 가면서 성장하는 면모를 보인다. 극 초반 백화점을 통째로 빌려서 서바이벌 게임을 하는 모습이 철없는 재벌의 정점이었다면, 후반부로 갈 수록 인간적으로 변하는 게 포인트였다.

"진이수는 사람에 대한 온정을 느끼지 못한 인물이에요. 형 빼고는 다 등지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철없게 구는데, 초반 백화점 서바이벌 신은 '연기하기 싫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재수없었어요. 경찰서에서는 식구들과 하나되는 느낌을 받고, 사람들의 따뜻한 진심을 느끼면서 성장해요. 그 모습이 좋았습니다."

이렇게 완성된 작품은 시청률 5.7%(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으로 시작해 최고 시청률 11%를 찍으며 사랑받았다. '열혈사제', '모범택시' 시리즈를 잇는 SBS 금토극의 사이다 히어로물이라는 점에서도 괄목할 성적이다. 안보현은 이런 작품을 1번으로 끌고 가면서 부담감과 무게감을 느꼈다.

"명성이 어마어마한 SBS 금토극을 한다는 것만으로 감개가 무량했어요. 선배님들의 이름에 숟가락을 올릴 순 없었죠. 시청자들은 어떻게 판단할지 모르겠지만, 저희끼리는 5.7%로 시청률을 보고도 좋아했어요. 이후 시청률이 오른 건 운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본이 재밌어서 많은 분들이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이었는데, 올라가니 안심이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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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만큼, 시즌2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시즌2를 제작 중이라는 기사가 나왔고, 안보현은 감독과 만나 시즌2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안보현은 시즌2를 논의하는 것 자체로도 감개무량한 마음이 든다고 말하며 미소를 보였다.

"촬영 중간에 MT를 갔는데, 제가 '이 스태프, 배우 똑같이 시즌2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어요. 아마 이걸 CP님, 감독님도 똑같이 느끼셨던 것 같아요. 다만 조율이 쉽지 않은 만큼 아직 이야기만 오간 상황이에요. 만약 시즌2를 하게 된다면 시즌1의 장점을 살려 더 확실하게 풀어서 보여드리고 싶어요. 시즌1에서 풀어야 될 숙제가 남았는데, 시즌2에서 풀면 좋을 것 같아요."

안보현은 '그녀의 사생활', '이태원 클라쓰', '카이로스', '유미의 세포들', '마이 네임', '군검사 도베르만', '이번 생도 잘 부탁해'까지 1년에 2~3 작품씩 촬영하며 쉬지 않고 달려왔다. 그의 원동력은 순전히 연기에 대한 재미였다. 연기를 통해 다양한 직업을 경험할 수 있는 부분도 즐거움이었다.

"제가 평상시에 눈물이 없는 편인데 연기로는 연습하고 도전할 수 있어서 좋아요. 제가 작품을 선택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다른 색인데, 필모그래피도 그렇게 채우려고 노력했죠. 많은 분들이 볼 때 차이를 느꼈으면 해요. 안보현이 아닌 캐릭터 이름으로 불리고 싶은데, 거기에 중점을 맞추다 보니 여기까지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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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혜선 기자 sunsh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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