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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공화국’ 꿈꾸는 KLPGA, 누구를 위한 호도인가?[SS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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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KLPGA 주요 임원들이 지난달 29일 서울 강동구 길동에서 KLPGA빌딩 개소식에 참석해 커팅행사를 하고 있다. 사진 | KL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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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그러니까 이건 ‘프로 스포츠 단체’에서 상식으로 여기는 문제에 관한 얘기다. 공정하고 투명한 의사결정 과정, 무엇보다 팬을 위한 행정. 프로 스포츠 단체가 목숨처럼 지켜야할 가치다.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는 일반적인 프로 스포츠 단체와는 결이 다르다. 선수 또는 선수출신이 주요 구성원인 일종의 협의체 성격이어서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KLPGA도 엄연한 프로 스포츠 단체다.

프로 스포츠를 구성하는 요건 중 가장 중요한 것이 ‘팬’이다. 프로는 어쨌든 팬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라는 건 상식이다.

최근 KLPGA의 몇 가지 행보는 과연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좋게 표현하면 ‘좋은 면만 부각하는 행위’이고, 삐딱하게 보면 ‘진실을 호도하는 데 혈안이 된 집단’처럼 보인다. 긁어부스럼을 만들 필요까지는 없지만, 논란이 일거나, 드러난 사실이거나, 말그대로 오해의 소지가 있는 사안은 투명하게 공개하는 쪽이 프로 스포츠 단체다운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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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PGA 김정태 회장(가운데)을 비롯한 주요 임원진이 사옥 개소식에서 케이크 커팅식을 하고 있다. 사진 | KL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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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KLPGA 집행부 구성과 관련한 구설이다. 최근 개최한 이사회에서 수석부회장, 부회장, 전무 등 집행부 구성을 안건으로 상정했는데, 결과적으로 재논의키로 했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이사회를 재소집해 마무리한다는 게 협회 기본 방침.

올해 집행부 구성이 관심을 끈 이유는 KLPGA투어가 역대 최대 규모로 거행되고, 오구 플레이로 징계받은 윤이나가 전격 복귀하는 것 때문이 아니다. 수장인 김정태 회장의 사실상 임기 마지막해여서, 연임 이슈가 집행부 구성과 어떤 연관관계가 있을지에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올랐다.

재논의 과정이 흥미롭다. 김정태 회장이 수석부회장과 부회장, 전무 후보를 복수로 추천해 이사들의 표결에 맡겼다. 이른바 경선을 통해 최종후보를 가린 셈이다. 이사들로부터 다득표를 얻은 최종후보가 선정됐고, 이들을 대상으로 선임절차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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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PGA 김정태 회장이 최근 열린 총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 | KL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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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들의 표를 얻어 최종후보에 오른 집행부 주요 임원 세 명은, 선임과정에 실시한 동의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다. 제 손으로 뽑은 후보를 제 손으로 끌어내린 셈이다. 협회측은 “회장이 독단적으로 후보를 추천할 수도 있지만, 이사들의 의견을 구해 복수로 추천했다. 정관상 ‘임원은 회장이 추천하고, 이사 동의를 얻어 회장이 선임한다’고 명시 돼 있어, 동의를 구했는데, 이 과정에 부결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발생한 준회원 선발전에서 한 조를 이룬 세 명이 ‘스코어 조작’을 모의해 탄로난 사실도 눈길을 끈다. 골프선수로서 저지르면 안되는 중대 행위인데, “상벌위원회가 끝난 뒤 발표할 계획”이라며 쉬쉬했다.

이미 윤이나의 징계를 감면했더라도 비슷한 유형의 스포츠맨십 위반을 적발했을 때는 단호하고도 대대적으로 조치해야 한다. 골프 종목의 최대 가치인 ‘정직함’을 위반한 건 어떤 형태로든 엄벌하는 게 일반적이다. 대대적으로 알려야 경각심을 가질텐데, 언론보도로 알려진 뒤에도 “문의하는 곳에만 답변했다”고 문제없다는 태도로 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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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한 표정으로 퍼팅 라인을 살펴보는 윤이나. 사진 | KL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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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종목과 달리 골프는 사실상 심판이 없다. 플레이어의 양심을 믿는, 더 냉정하고 깨끗한 스포츠다. 협회도 같은 스탠스를 취하는 건 종목 특성에 부합하는 일이다.

KLPGA 측은 “내부 사정을 외부에 알릴지 여부는 전적으로 협회가 판단한다. 알릴 필요없다고 우리가 판단하면, 굳이 알리지 않는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유불리를 따져 호도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

그렇게 KLPGA는 ‘그들만의 행복 공화국’을 착실히 건설하고 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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