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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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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통합우승 4연패의 ‘일등공신’ 임동혁의 소신 “우리의 정규리그 1위는 결코 운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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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2024 V리그 남자부의 주인공은 이번에도 대한항공이었다. 2020~2021시즌부터 V리그를 지배하며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을 모조리 집어삼켜온 ‘대한항공 왕조’는 이번에도 두 타이틀을 석권하며 전인미답의 고지인 통합우승 4연패를 기어코 달성해내며 왕조의 치세를 1년 더 늘렸다. 어쩌면 V리그 역사상 최강의 왕조로 꼽히는 ‘삼성화재 왕조’도 뛰어넘을 수도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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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험난했던 정규리그 4연패의 과정, 버팀목이었던 임동혁

올 시즌의 통합우승을 향한 과정은 앞선 세 시즌과는 달리 무척이나 험난했다. 토종 에이스 정지석이 허리 부상으로 2라운드까지 개점휴업에 들어갔고, 복귀 후에도 주전급 선수로 올라선 2015~2016시즌 이후 최악의 성적표를 냈다.

외국인 농사도 흉년에 가까웠다. 3년차 외국인 아포짓 스파이커 링컨 윌리엄스(호주)는 허리부상으로 2라운드 중반부터 코트에 서지 못했다. 링컨 없이 국내 선수로만 한 달여간 경기를 치르다 대체 외국인 선수로 무라드 칸(파키스탄)을 데려왔지만, 부족한 기본기로 인해 기복이 심했다.

이런한 공격력의 공백을 온몸으로 메운 게 7년차 아포짓 스파이커 임동혁(25)이었다. 주전과 ‘더블 스위치’의 한 자리를 번갈아 맡으며 묵묵히 자기 역할을 다 해냈다. 임동혁의 눈부신 성장이 없었다면 통합우승 4연패의 전제조건인 정규리그 4연패는 불가능했다. 임동혁은 득점 7위(559점), 공격종합 1위(56.02%)에 오르며 유력한 정규리그 MVP 후보로 떠올랐다.

임동혁의 분전에도 예년보다는 다소 약해진 전력으로 독주하지 못하고 우리카드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선두 경쟁을 펼치던 대한항공은 지난달 6일 우리카드와 6라운드 마지막 맞대결을 펼쳤다. 정규리그 1위 타이틀을 결정짓는 ‘승점 6짜리’ 매치에서 대한항공은 0-3으로 완패하며 자력으로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할 수 기회를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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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리그 1위 4연패가 좌절될 절체절명의 위기였지만, 하늘은 대한항공의 편이었다. 남은 2경기에서 1승만 추가해도 정규리그 1위를 확정할 수 있었던 우리카드는 거짓말 같이 2연패를 당했다. 반면 남은 2경기에서 1승1패를 거둔 대한항공은 승점 71(23승13패)로 우리카드(승점 70, 23승13패)를 승점 1 차이로 제치고 기적적으로 정규리그 1위를 달성했다.

◆ 일등공신임에도 챔프전 ‘조커’ 역할 받아들인 임동혁

대한항공의 4년 연속 챔프전 직행의 일등공신이었지만, 챔프전에서의 임동혁의 역할은 스타팅 멤버가 아니었다. 대한항공의 통합우승 4연패를 위해 무라드 대신 왼손잡이 아포짓 막심 지갈로프(러시아)를 데려왔기 때문. 선수 개인으로는 억울할 법 했지만, 임동혁은 통합우승 4연패라는 ‘대의’를 위해 자신의 역할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지난 2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임동혁은 우승 확정의 순간 코트를 지킬 수 있었다. 마치 올 시즌 대한항공의 오른쪽의 주인은 자신이라는 것을 선언하는 듯한 활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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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 출장한 막심은 3세트까지 주전으로 코트에 나섰으나 OK금융그룹 레오의 집중 견제에 막혔다. 3세트까지 막심의 성적은 공격 성공률 54.17%로 준수했으나 무려 5번이 상대 블로킹에 막혔다. 공격 효율은 19.51%에 불과했다.

3세트까지 세트 스코어 1-2로 뒤지자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은 4세트부터 스타팅 멤버를 대거 교체했다. 세터는 한선수 대신 유광우로, 아포짓은 막심 대신 임동혁을 내세웠다. 아웃사이드 히터 한 자리도 곽승석 대신 정한용이 나섰다. 대한항공의 뎁스가 얼마나 두터운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기존 주전 정지석, 김규민, 김민재에 백업 유광우, 임동혁, 정한용으로 주전과 백업이 한데 어우러진 대한항공은 강했다. OK금융그룹의 뜨거운 기세를 식혀내며 4세트를 따내 승부를 기어코 5세트로 끌고갔다. 임동혁은 4세트에만 63.64%의 공격 성공률로 8점을 몰아치며 주포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운명의 5세트. 임동혁의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정지석과 함께 66.67%의 공격 성공률을 기록하며 나란히 4점씩을 터뜨렸다. 정한용은 13-13에서 챔피언십 포인트에 도달하는 시간차 공격을 성공시켰고, 14-13에선 원포인트 블로커로 들어온 미들 블로커 조재영이 세터 이력을 살려 디그 된 공을 미들 블로커에게 속공 패스를 건넸고 김민재가 이를 OK금융그룹 코트에 꽂으며 승부를 끝냈다. 4월29일 상무 입대를 앞둔 임동혁에겐 너무나 드라마틱하고 소중한 통합우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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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챔프전 MVP 대신 정규리그 MVP 받고 싶어요...우리의 우승은 결코 운이 아니다”

임동혁은 경기 뒤 정한용, 정지석과 함께 인터뷰실을 찾았다. 챔프전 MVP를 수상한 정지석이 “오늘은 동혁이를 위한 그림이었는데, 내가 (임)동혁이의 챔프전 MVP를 뺏은 것 같다”고 말한 것에 대해 묻자 임동혁은 “정규리그에서 지석이형이 스트레스를 얼마나 받은지를 옆에서 지켜봤다. 챔프전에서 제 기량을 찾은 것 같다. 누가 MVP를 받은 우승한 것에 만족한다. 저는 정규리그 MVP를 받고 싶다”고 더 큰 MVP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대한항공은 지난 시즌 통합우승 3연패 달성 후 곧바로 통합우승 4연패를 목표로 내세웠다. 변수가 많은 장기레이스인 정규리그 1위가 전제되는 통합우승은 선수들에게 커다란 압박감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임동혁은 “제가 올해 7년차인데, 올 시즌이 가장 힘들었다. 우리 경기가 끝나도 다른 팀 경기를 봐야하는 상황이었다. 쉬는 날에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배구를 보면서 스트레스를 받았다. 저희 스스로가 통합우승을 목표로 내세웠고, 주변에서도 우린 정규리그 1위가 아니면 실패라고 낙인찍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대한항공의 통합우승은 우리카드의 막판 뒷심 부족으로 인해 얻은, ‘어부지리’, ‘행운’ 등의 단어로 표현하곤 한다. 이에 대해 임동혁은 결코 운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우리의 정규리그 1위는 결코 운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외국인 선수의 공백이 많았음에도 우리가 쳐지지 않고 선두권율 유지했기에 자력은 아니지만, 막판에 정규리그 1위를 거머쥘 수 있었던 것이다. 저희 힘으로 해낸 것이다. 결코 운이 아니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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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군 입대를 한 달도 채 남겨놓지 않았다. 임동혁에게 계획을 묻자 여행 얘기를 꺼냈다. 대한항공 막내라인 중 수장인 임동혁을 제일 큰 형으로 해서 국내여행을 계획하고 있단다. 임동혁은 “팀 동생들이랑 여행을 가려고요. 좋은 펜션이나 큼직한 돈이 들어가는 것은 제가 내고, 기름값이나 먹을 것 장보고 하는 비용은 동생들이 나눠내기로 했다. 그래야 후배들이 부담을 덜 것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 옆에 있던 정지석은 안 데려가냐고 묻자 임동혁은 “지석이형은 이제 육아해야죠. 그동안 형수님께서 아린이를 도맡아 육아했으니 이제 지석이형은 육아에 전념하셔야 할 것 같다. 유부남이니까요”라며 깨알 디스를 했다.

임동혁의 정지석을 향한 깨알 디스는 더 이어졌다. 임동혁은 “아마 제가 지석이형보다 후배들한테 쓴 돈이 더 많을걸요?”라고 말했다. 가장 후배인 정한용에게 확인하자 정한용은 “지석이형은 크게 한 번씩 쏜다면 동혁이형은 밥도 자주 먹고 해서 자주 쓰죠. 합치면 동혁이형이 더 많을 것”이라고 확인사살을 했다 이에 정지석은 “조만간 또 한 번 크게 쏴야겠네요”라고 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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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경기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챔피언결정전 3차전 대한항공과 OK금융그룹의 경기에서 승리하며 프로배구 사상 첫 통합 4연패를 달성한 대한항공 선수들과 코치진이 우승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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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혁은 초중고 시절을 함께 한 절친인 임성진(한국전력)에게도 메시지를 날렸다. 임동혁은인천에서 열린 챔프전 2차전을 보러왔던 임성진에게 3차전도 와야 우승턱을 쏜다고 약속을 했다. 임동혁에게 오늘 임성진 왔냐고 묻자 그는 “오늘 성진이 안왔어요. 이 자리를 빌어서 얘기할께요. 성진에게는 남는 게 하나도 없지 않을까. 우승의 기쁨은 팀 동료들과 가족과만 누리겠다”고 선언했다.

안산=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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