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연기력으로 짧은 분량으로도 이목 집중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피라미드 게임’은 고교생들의 폭력 시스템을 적나라하고 고발하고, 학생들 스스로 고장난 시스템을 바꾸겠다는 의지를 보여줘 긴 여운을 남기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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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배우 정애연(41)은 백연여고 이사장이자 백하린(장다아)의 엄마인 최이화로 나와 적은 출연분량으로도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박소연 감독께서 아이들 신을 공들여 찍었다. 선생과 부모의 역할보다는 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진행되는 이야기다. 박 감독께서 아이들에게 설명하고 아이들이 이를 연기로 표현하는 상황들을 보는 게 인상적이었다. 요즘 젊은 친구들이 유연하다는 걸 느꼈다."
'피라미드 게임'은 한 달에 한 번씩 비밀투표로 왕따를 뽑는 백연여고 2학년 5반에서, “가해자, 피해자, 방관자”가 모두 섞여버린 그곳에서 점점 더 폭력에 빠져드는 학생들의 잔혹한 서바이벌 서열 전쟁이다. 정애연은 "학교는 사회구조의 축소판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소년시대'를 찍고난 후 사정상 조금 늦게 출연진과 합류했지만, 팀웍이 워낙 좋아 시너지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정애연은 장다아의 엄마로 나온 만큼 두 사람 사이의 관계가 매우 중요했다. 정애연은 "다아를 처음 보고, 스키니한 몸매 등 역시 집안 내력은 못속이는 것 같다. 말투는 상냥했고 발레 하는 장면도 잘 소화했다"고 밝혔다.
정애연은 "다아가 연기한 백하린은 부모와는 별개다. 꼬맹이 때 눈빛이 보통이 아니었다. 변초순 회장님(남기애 분)이 독기 눈이 좋다며 입양해서 데리고 온 아이다. 그러니 부모는 안중에도 없다. 오로지 변초순 회장님(할머니) 앞에서만 잘하면 된다. 하린은 훈련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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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선생님도 하린에게 꼼짝 못한다. 교장도 백연그룹에서 돈을 받고 일하는 사람이니까 변초순과 하린에게 잘 보여야 하는 관계다. 정애연은 그런 관계를 염두에 두고 최이화 이사장을 연기했다고 밝혔다.
"그런 점에서 하린 할머니인 변초순 회장님을 연기하신 남기애 선생님의 연기를 보는 재미가 있었다. 말투 하나만으로도 포스가 장난이 아니다. 다정다감하던 분이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 뭔가 잘근잘근 눌러주는 느낌이 좋았다."
정애연은 백연여고 이사장이니 만큼 고급 패션을 마음껏 입었다. 그는 "티 내지 않는 고급스러움을 추구했다. 블랙 앤 화이트를 많이 이용했다. 열 몇벌 정도 입었다"고 전했다.
정애연은 엔딩도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후반에 백하린과 맞붙는 신이 잠깐 있었지만 아이들 이야기로 전개되고, 하린은 열린 결말처럼 사라지면서 우리 관계는 끝난다. 변초순도 하린을 포기한다."
정애연은 학폭과 왕따 소재 콘텐츠 속에서 부모 역할을 경험해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했다. 그는 "피라미드 구조의 게임안에서 관계성이 재미있었다. 매번 선택길에서 고민하고 배신해야 한다"면서 "부모님 이야기도 비슷한 구조속에 놓여있다. 이런 사회 이슈를 연기하면서 각성하고 공감하게 하는 게 배우의 역할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그것이 알고싶다' 같은 시사교양물에서 심각하게 다루는 방식과는 다른, 학원물 드라마 방식이 시청자 뇌리에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갈 것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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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에 연극배우로 데뷔한 정애연은 2005년 '홍콩 익스프레스' '소금인형' '골든 타임'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 '상어' '총리와 나' 등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에 출연하다가 어느 순간 공백이 생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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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가 있었는데 내가 소화를 잘 못한 것 같다. 포기하지 않고 대학로에서 연극을 하면서 연기를 다졌다. 이번에 하면 그때와는 다르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정애연은 연기력이 좋다. 40대 초반 여배우로서 연기가 무르익으면서 드러나는 존재감을 펼칠 수 있는 시기를 맞았다. 게다가 OTT 드라마는 개성적인 연기를 펼치는 정애연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이다.
"지금 제 나이가 좋다. 그때는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너무 큰 역할을 준 것 같을 때도 있었다. 이제는 연기자로서 좀 더 깊어질 수 있을 것 같다. OTT는 좀 더 다양한 장르에서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다. 선과 악이 명확하게 규정된 콘텐츠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이제 다양한 선과 악을 보여줄 수 있고, 그러면서 작품의 퀄리티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전은 그런 점을 영화에서만 볼 수 있었지만만 지금은 영화와 드라마 사이에도 다양한 성격의 OTT 시리즈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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