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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다시는 이천 안 갈 겁니다"…'0.429' 독기의 결실, 7년 눈물 끝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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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항상 콜업될 때마다 이천(두산 2군 훈련지)에서 나올 때 '다시는 오지 말자' 하고 오거든요. 이번에는 꼭, 다시는 이천 안 갔으면 좋겠습니다."

두산 베어스 내야수 전민재는 최근 꿈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전민재는 3루수 허경민(34)이 허벅지 근육통으로 휴식이 필요해 지난 14일 잠실 LG 트윈스전에 9번타자 3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올 시즌 첫 선발 출전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전민재는 3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하면서 9-5 승리에 힘을 보탰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전민재의 14일 LG전 플레이를 지켜본 뒤 본격적으로 기회를 주기 시작했다. 전민재는 16일부터 18일까지 대구에서 치른 삼성 라이온즈와 주중 3연전은 물론이고, 19일 잠실 키움 히어로즈전까지 5경기 연속 선발 출전했다. 전민재는 이 기회를 놓치기 싫어 꽉 붙잡았다. 5경기에서 타율 0.429(21타수 9안타), 1홈런, 3타점, OPS 1.000으로 맹활약하면서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전민재는 19일 잠실 키움전에는 7번타자 2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개막부터 개근한 1루수 양석환에게 휴식을 주기 위해 2루수 강승호를 1루수로 돌리고, 전민재를 2루수로 기용한 결과였다. 전민재는 6타수 3안타 2득점으로 맹활약하면서 19-8 대역전승에 힘을 보탰다. 전민재가 한 경기에 3안타를 기록한 건 2018년 프로 데뷔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다.

경기 뒤 만난 전민재는 "약간 운이 좋은 안타가 나와서 그 뒤에 계속 타석에 들어갈수록 자신감이 붙어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 원래 나는 타격은 주가 아니고, 수비가 주인 선수였다. 이렇게 한 경기 한 경기 나갈 때마다 안타가 나오니까 '나도 잘 치네' 이런 생각도 들고, 더 자신감도 생기고 그러면서 공격적으로 하게 되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전민재는 대전고를 졸업하고 2018년 2차 4라운드 40순위로 두산에 입단할 때부터 수비가 매우 좋은 내야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타격이 당장 1군에서 자리를 잡을 정도가 되지 않았다. 또 베테랑 김재호, 허경민을 당장 뛰어넘기에는 너무도 높은 산이었다. 두산은 전민재와 함께 이유찬을 내야의 미래로 보면서 육성에 공을 들였다.

전민재는 냉정히 올해 개막 엔트리 구상에 없는 선수였다. 이 감독은 스프링캠프 기간 주전 유격수로 박준영을 낙점했다. 지난해 활약을 근거로 삼은 결정이었다. 캠프 당시 베테랑 유격수 김재호가 연봉 계약이 늦어 합류하지 못한 가운데 내야에서 유격수가 유일한 빈자리로 남았고, 지난해 공수에서 가장 빼어난 활약을 펼친 박준영이 우선권을 얻었다. 여기에 박지훈, 오명진 등을 새로운 백업으로 가능성이 있는지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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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프로 7년차가 된 전민재는 조바심이 날 법했지만, 차분히 때를 기다렸다. 그리고 허경민이 부상으로 휴식을 취한 14일 LG전에서 좋은 인상을 남기면서 지금까지 버티고 있다. 전민재는 유격수, 3루수, 2루수가 모두 가능하다. 주전 내야수들이 휴식이 필요할 때 1순위로 전민재를 쓸 수 있고, 기대만큼 아직 타격이 올라오지 않은 박준영과 경쟁 구도를 그릴 수도 있다. 지금까지는 전민재가 박준영을 가장 자극할 수 있는 성적을 내는 백업 내야수다.

올해 갑자기 맹타를 휘두르는 특별한 비결은 없다. 전민재는 "크게 다른 시도를 한 것은 없다. 무조건 정확히 방망이에 맞히자는 이런 생각으로 치고 있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가능한 1군 생존 경쟁에서 오래 버티고 싶은 마음이 크다. 전민재는 "항상 콜업될 때마다 이천에서 나올 때 '다시는 오지 말자' 이러고 맨날 나온다. 이번에는 꼭 다시는 안 갔으면 좋겠다. 내가 그동안 잔부상이 많았기 때문에 일단은 다치지 않는 것을 첫 번째 목표로 하는 게 가장 중요할 것 같다"고 힘줘 말했다.

두산 2군 코치진은 선수를 1군으로 보낼 때면 "다시는 이천 오지 마라"라고 인사하곤 한다. 이번에 전민재를 보낼 때는 "잘하려고 하지 말고, 하던 대로만 해라"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2군 코치진은 이천에서 7년 동안 눈물 젖은 빵을 먹은 전민재가 1군에서 연일 선발 출전해 활약하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전민재의 활약이 가장 반가운 건 역시나 가족이다. 전민재는 "부모님이 이제 TV에 내가 자주 나오니까 많이 좋아하신다. 그래서 앞으로도 TV에 자주 나올 수 있도록 잘하고 싶다"고 답하며 멋쩍게 웃었다.

두산 팬들에게도 한마디를 남겼다. 전민재는 "팬분들한테는 내가 이제 7년차인데, 너무 늦게 내 야구를 보여드리는 것 같아서 살짝 죄송한 마음이 있다. 이제라도 보여드릴 수 있어서 좋은 마음도 있다. 감사하다"며 앞으로도 팀에 활기를 불어넣는 선수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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