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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박건하의 한·일전 분석 “과감한 로테이션·맞춤형 전술 ‘무실점 전승’ 인상적... 정상빈·이강희 성장 흐뭇” [이근승의 믹스트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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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U-23 축구 대표팀이 ‘숙적’ 일본을 제압하고 조 1위 8강에 올랐다.

한국은 4월 22일 오후 10시(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조별리그 B조 최종전 일본과의 대결에서 1-0으로 이겼다.

이 경기를 숨죽여 지켜본 축구인이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기술연구그룹(TSG) 기술위원이자 K리그2 해설위원으로 활동 중인 박건하 전 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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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프로축구연맹 기술연구그룹 기술위원이자 K리그2 해설위원으로 활동 중인 박건하 전 감독(사진 왼쪽), 한국 U-23 축구 대표팀 공격수 정상빈.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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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다투는 이강희(사진 오른쪽)와 우치노.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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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감독은 U-23 대표팀 코치로 2012 런던 올림픽에 참가해 동메달을 목에 건 지도자다. 한국 남자 축구가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한 건 이 대회가 유일하다. 박 감독은 국가대표팀 코치로 2015 AFC 아시안컵 준우승에도 이바지했다. 수원 삼성 감독 시절이었던 2020시즌엔 AFC 챔피언스리그(ACL) 8강 진출의 성과를 냈다.

MK스포츠가 박 감독에게 숙명의 라이벌 한·일전 평가와 8강전 전망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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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U-23 축구 대표팀 공격수 정상빈.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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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한국이 ‘숙적’ 일본을 제압하고 조 1위 8강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한·일전 어떻게 보셨습니까.

숨죽이며 봤죠(웃음). 이겨서 다행입니다. 경기 전 주축 선수들의 이탈로 걱정이 많았습니다. 선수 변화가 큰 상태에서 스리백이란 전술을 처음 사용했고요. 황선홍 감독님이 고민이 많으셨겠구나 싶었습니다. 짧은 시간 준비도 잘해온 듯하고요.

Q. 한국은 일본전에서 큰 폭의 로테이션을 가동했습니다. 19일 중국전 선발 명단과 비교하면 무려 10명이 바뀌었어요.

라이벌전이긴 하지만 중요한 건 2024 파리 올림픽 출전권을 거머쥐는 것입니다. 한국, 일본 모두 8강 진출을 확정한 상태에서 만났어요. 일본도 로테이션을 가동했습니다. 일본에 패하지 않는 걸 목표로 선발 라인업을 구성하지 않았나 싶어요.

Q. 한국이 로테이션을 가동한 라이벌전에서 웃었습니다.

최상의 결과죠.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큰 무대에서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전술로 상대를 잡아낸다는 게 쉽지 않거든요. 한국은 로테이션을 활용하면서 그동안 뛰지 못했던 선수들의 경기 감각과 자신감을 더했어요. 조별리그를 3전 전승 무실점으로 통과하면서 최고의 분위기로 8강에 올랐습니다. 한국은 어떤 선수가 나서든 제 몫을 할 수 있는 상태로 토너먼트에 나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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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골의 주인공 김민우.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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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선취골 허용한 일본.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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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박건하 감독께선 U-23 대표팀 코치로 2012 런던 올림픽을 경험했습니다. 국가대표팀 코치론 2014 브라질 월드컵, 2015 호주 아시안컵 등을 함께했죠. 수원 감독으론 ACL에 나섰고요. 국제대회에서 벤치 자원의 중요성은 얼마나 큰 겁니까.

축구에서 분위기는 정말 중요합니다. 꼭 국제대회가 아니어도요. 국제대회와 같은 단기전에선 분위기의 중요성이 더 커지는 거죠. 벤치 자원의 활약이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데 대단히 큰 역할을 합니다. 축구는 변수가 무궁무진한 스포츠예요. 어떤 대회든 매 경기 100% 전력으로 나서는 팀은 찾기 어렵습니다. 변수를 얼마만큼 제어하느냐가 그 팀의 운명을 결정하죠.

한국이 결승까지 향하는 데 있어서 또 어떤 변수가 생길지 아무도 몰라요. 그래서 스쿼드가 중요한 겁니다. 어떤 선수가 그라운드에 나서든 경기력의 편차가 크지 않은 팀일수록 강하거든요.

선수들은 대회에 돌입하면 알아요. 내가 주전인지 아닌지. 선수도 사람이기 때문에 경기에 나서지 못하면 자신감이 떨어지거든요. 일본전에 나선 모든 선수가 100% 이상의 경기력을 보여줬습니다. 그 선수들은 이번 대회 마지막일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거예요. 자신감이 붙었을 겁니다. 팀은 이러한 경쟁을 통해서 더 강해질 거고요.

Q. 이 선수 얘길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정상빈이 일본전에서 처음 선발 출전 기회를 잡았는데요. 정상빈은 감독께서 일찌감치 재능을 알아보고 프로에 데뷔시킨 공격수 아닙니까. 정상빈은 프로 데뷔 시즌부터 기회를 받은 덕에 국가대표팀 데뷔전을 치렀습니다. 올림픽에 도전하는 U-23 대표팀에선 에이스고요. 정상빈의 활약 어떻게 보셨습니까.

많이 성장했던데요(웃음). 저는 (정)상빈이의 어린 시절을 봤어요. 상빈이의 고등학교 시절부터였죠. 그때부터 움직임은 남달랐어요. 결정력도 있었고. 일본전을 보니 주변 동료를 활용하는 능력이 엄청나게 발전했더라고요. 넓은 시야로 주변을 살피고 동료와 공을 주고받으면서 공격을 전개해 나가는 걸 보며 ‘많이 성장했구나’ 싶었죠.

또 하나 칭찬하고 싶은 건 팀을 위한 희생이었어요. 상빈이가 최전방 공격수로 나섰음에도 수비를 아주 철저히 했어요. 초반부터 일본을 강하게 압박하면서 상대의 실수를 유발하기도 했죠. 상빈이가 자신의 강점인 스피드를 활용해서 수비에 힘을 더하는 걸 보고 흐뭇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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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다투는 이강희(사진 왼쪽)와 야마모토.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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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한·일전에서 눈에 띄진 않았지만 ‘제 역할을 정말 잘했다’ 싶은 선수도 있을까요. 일본전 숨은 주역 딱 한 명을 꼽아주신다면 누굽니까.

(이)강희. 강희도 수원에서 함께 했던 선수예요. 아무래도 그런 선수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나(웃음). 강희가 한·일전이란 부담이 큰 경기에서 주장 완장을 차고 나섰습니다. 황선홍 감독께서 강희를 얼마만큼 신뢰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죠. 강희는 팀이 처음 사용한 스리백 전술이 흔들림 없도록 중심을 잡았습니다.

몸을 아끼지 않는 수비, 팀원들을 다독이는 리더십도 보여줬고요. 강희는 부산 아이파크, 경남 FC 등에서 꾸준히 경기에 출전하고 있죠. 그러면서 자신감도 붙고 많이 성장했다는 걸 보여줬습니다. 강희를 이날 경기의 ‘언성 히어로’로 꼽고 싶습니다.

Q. 이제 토너먼트입니다. 지도자가 느끼는 조별리그와 토너먼트는 무엇이 다릅니까.

보통 아시아 대회에 나서면 토너먼트를 목표로 몸 상태를 끌어올립니다. 한국은 조별리그 3경기에서 모두 이겼어요. 실점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자신감을 더한 상태로 맞이하는 8강전이라서 기대가 커요. 선수들이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거예요.

제 경험상 코칭스태프는 이제부터 회복과 분위기 유지에 초점을 맞출 겁니다. 8강부턴 단판 승부잖아요. 우리와 상대 모두 서로가 어떤 축구를 하는지 압니다. 서로에 대한 파악은 끝났어요. 경기 당일 컨디션, 심리 상태, 자신감 등이 승부를 가를 겁니다. 한국은 일본전에서 우리가 얼마나 단단한 팀인지 보여줬어요. 자만하지 않고 우리가 준비한 걸 내보이는 데 집중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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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신태용 감독. 사진=AFPBBNews=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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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8강전 상대는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입니다. 인도네시아가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 후보 호주(1-0), 요르단(4-1)을 잇달아 따돌리고 8강에 올랐어요. 만만히 볼 수 없는 상대입니다. 인도네시아의 전력은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신태용 감독님이 한국을 잘 알잖아(웃음). 신 감독님이 어린 선수들을 일찌감치 국가대표팀에 데뷔시켜서 경험을 쌓게 했더라고요. 선수들의 몸놀림 하나하나에 자신감이 있습니다. 어떤 팀을 만나도 쉽게 물러서지 않죠. 귀화 선수가 많다는 것도 조심해야 할 부분입니다. 과거의 인도네시아라고 생각한다면 고전할 수 있어요.

인도네시아가 우승 후보들을 잇달아 제압하고 올라왔습니다. 인도네시아가 요르단전에서 넣은 골들을 보면 ‘내가 알던 인도네시아가 아니구나’ 싶더라고요. 나 때는 인도네시아가 저런 팀이 아니었는데(웃음). 한국이 자만은 경계하되, 자신감을 안고 인도네시아전에 나선다면 좋은 경기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Q. 한국이 인도네시아전에서 중점적으로 공략해야 할 부분이 있을까요.

인도네시아가 자신감을 더하지 않도록 해야죠. 초반부터 강하게 압박하고 몰아붙일 필요가 있어요. 한국이 객관적인 전력에선 인도네시아를 확실히 앞섭니다. 한국은 황선홍 감독님을 중심으로 매 경기 철저한 준비를 이어가고 있고요. 인도네시아의 빠른 역습만 잘 봉쇄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Q. 코치로 2012 런던 올림픽에 참가해 한국 남자 축구 최초로 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한국에서 올림픽은 어떤 의미가 있는 대회입니까.

저는 2012 런던 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 들어왔어요. 중간에 합류해 정신없이 일했죠(웃음). 지도자 경험이 많지 않은 때였어요. 수원에서 코치 생활을 시작해 매탄고등학교 감독을 맡았을 때니깐. 2012 런던 올림픽은 제 인생에서 잊지 못할 대회입니다. 한국 축구 역사에서도 국가대표팀 주역을 여럿 배출한 대회였고요.

기성용, 김영권, 황석호, 백성동, 지동원, 김보경, 남태희, 박종우, 구자철 등이 2012 런던 세대 아닙니까. 이 선수들이 2012 런던 올림픽에서의 경험을 발판 삼아 국가대표팀 주역으로 올라섰어요. 한국 축구의 뼈대 역할을 했죠. 올림픽은 선수들에게 한 단계 더 성장하고 더 큰 무대로 나아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우리 선수들이 2024 파리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고 본선에서 또 한 번의 역사를 써낸다면 어떨까요. 이 선수들이 국가대표팀 버팀목으로 올라서서 새로운 역사를 또다시 써내지 않겠습니까. 한국이 올림픽이란 큰 무대에 후회 없이 부딪혀 보길 바랍니다.

이근승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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