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4 (토)

이슈 스포츠계 사건·사고 소식

쇼트트랙 박지원, 3번 넘어트린 황대헌 사과 받아들였다…'팀킬 논란' 일단락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엑스포츠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쇼트트랙 세계랭킹 1위 박지원(서울시청)이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 등에서 자신에게 여러 차례 반칙을 범해 메달을 무산시킨 황대헌(강원도청)의 사과를 받았다.

박지원 소속사는 23일 입장문을 내고 "전날 박지원과 황대헌이 만나 그동안 하지 못했던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며 "서로 이해하고 공감하는 시간을 가졌고, 지난 상황들에 대해 황대헌이 박지원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고 밝혔다.

앞서 박지원은 지난 11~12일 서울 양천구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24-2025시즌 쇼트트랙 국가대표 2차 선발전에서 남자 1500m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열린 남자 500m에선 예선탈락했으나 마지막 종목이었던 남자 1000m 결승 파이널B에서 1위에 올라 랭킹 포인트 3점을 추가했다. 1, 2차 선발전 최종 총점 92점으로 전체 1위에 올라 새 시즌 대표팀에 승선했다.

선발전에선 남자부에서 총 8명의 대표가 뽑혔다. 이 중 1~3위가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과 월드컵, 4대륙선수권, 그리고 내년 2월 중국 하얼빈에서 열리는 동계아시안게임 개인전 우선 출전권을 거머쥔다. 박지원은 3개 시즌 연속 국제대회 개인전에 나설 수 있는 기회를 잡은 셈이다.

엑스포츠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반면 2023-2024시즌 세계선수권 남자 1500m와 1000m 결승에서 연달아 박지원에게 반칙을 저질러 페널티를 받고 실격당해 파문을 일으킨 2022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황대헌(강원도청)은 랭킹 포인트 13점으로 최종 11위에 머물며 차기 시즌 대표팀 승선에 실패했다.

박지원 입장에선 가슴 졸이며 펼친 대표 선발전을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하게 됐다. 아울러 반칙 없이 실력대로 경쟁하면 누구도 이길 수 있음을 다시 증명한 한 판이 됐다. 많은 쇼트트랙 팬들과 국민들의 지지를 얻은 것도 소득이었다.

박지원과 황대헌의 악연은 지난해 가을부터 시작됐다.

박지원은 지난해 3월 서울에서 열린 2023 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에서 남자 1000m와 1500m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2관왕에 오르면서 한국 쇼트트랙의 자존심을 지켰다. 세계선수권 금메달리스트 중 가장 성적이 좋은 선수 한 명에 돌아가는 2023-2024시즌 쇼트트랙 국가대표 자동선발권까지 획득했다.

그러나 2023-2024시즌엔 다른 나라 선수도 아닌, 같은 한국 대표 황대헌의 국제대회 세 차례 반칙으로 시즌을 망쳐버렸다.

엑스포츠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황대헌은 우선 지난해 10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ISU 월드컵 1차 대회 1000m 2차 레이스 결승에서 박지원을 밀쳐 페널티는 물론 옐로카드까지 받고 랭킹 포인트 몰수 조치를 당했다.

이후 잠잠하던 두 선수들의 충돌은 한 해 가장 중요한 대회인 세계선수권에서 다시 불거졌다. 사실 충돌이라기보다는 황대헌의 반칙에 박지원이 일방적으로 당하고, 결승선조차 통과하지 못한 경우였다.

지난달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남자 1500m 결승에서 맨 먼저 결승선을 통과해 포효하던 황대헌은 레이스 도중 박지원에 반칙을 한 것이 드러나 실격당했다. 이어 다음 날 열린 1000m 결승에서도 같은 짓을 저질렀다. 황대헌이 박지원의 몸을 밀면서 박지원이 그대로 넘어졌다. 이번에도 심판들은 황대헌에게 페널티를 줬다. 세계선수권에서의 두 차례 사고는 앞서 달리던 박지원을 황대헌이 추월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이 장면을 본 국민들과 쇼트트랙 팬들은 혀를 끌끌 찼다. '서로 몸싸움이 불가피한 쇼트트랙의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한국 선수들끼리 국제대회에서 서로를 견제하고 같이 죽는 이른바 팀 킬(team kill)'이 아니었느냐는 견해였다.

엑스포츠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 선수들끼리 충돌하면서 메달은 외국 선수들이 어부지리로 획득했다. 이 경기를 본 쇼트트랙 팬들과 국민들은 들끓었고 박지원은 정신적 충격까지 겹쳐 목에 깁스를 한 채 귀국했다.

이후 대한빙상경기연맹이 조사에 나서 "황대헌이 고의적인 반칙을 한 것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황대헌 역시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느닷 없이 놓치고 대표 선발전 준비를 위해 일본에서 훈련 중인 박지원을 향해 일방적으로 "사과하겠다"는 말을 남겼다.

하지만 팬들과 국민들의 마음은 안 그래도 각종 사건사고로 얼룩진 쇼트트랙 종목 자체에 대한 반감으로 번졌다. 황대헌의 사과 의지와 달리 이번 선발전에서도 둘 사이엔 눈도 마주치지 않을 만큼 냉랭한 기류가 흘렀다.

박지원은 이달 선발전에서도 1차 대회 남자500m에서 황대헌과 부딪혀 탈락하는 불운을 겪었으나 주종목인 1000m와 1500m에서 발군의 기량을 과시하며 순위표 맨 위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일부 쇼트트랙 팬들은 선발전을 통해 정의구현이 이뤄졌다는 평가를 내렸다.

특히 박지원은 이번에 국가대표로 선발로 인해 내년 2월 중국 하얼빈에서 열리는 동계아시안게임에 출전할 길을 열었다. 아직 군입대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면 병역 특례 대상이 되고,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출전도 가능하다.

엑스포츠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엑스포츠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세계선수권에서 아픔이 있었지만 공정한 경쟁만 이뤄지면 충분히 다시 태극마크를 달 수 있다는 자신감을 박지원이 갖고 있었다는 후문이다.

그의 소속팀은 서울시청 빙상팀 관계자는 "박지원이 세계선수권에서 1500m와 1000m 결승에서 모두 자신이 잘못한 게 없는데도 결승선을 통과하지 못했다. 결승선이라고 제대로 통과했다면 어떤 순위도 받아들였을 텐데 그걸 굉장히 마음 아프게 생각했다"며 "하지만 흔들리지 않고 선발전에서 보란 듯이 실력 발휘해 대견하다"고 했다.

아시안게임 등 다음 시즌 국제대회에선 일단 황대헌이 없기 때문에 심적 부담을 털고 레이스 펼칠 수 있게 됐다.

박지원은 12일 선발전 직후 인터뷰에서 대회 기간 황대헌에게 사과받았는지 묻는 말엔 "특별하게 들은 것이 없다"면서도 "세계선수권 대회 이후 몸과 마음이 불안해서 선발전 준비에만 집중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회에만 집중하다 보니 사소한 것을 놓칠 수 있었을 텐데 이제 차근차근 해결하겠다"며 의젓한 모습을 드러냈다. '황대헌이 사과하면 받아주겠나'라는 질문에는 "충분하게 생각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열흘 만에 둘의 만남이 이뤄져 박지원이 황대헌 사과를 받아들였다.

박지원 측은 "박지원과 황대헌은 쇼트트랙 팬과 국민 성원에 보답하고 쇼트트랙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며 "두 선수가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서로 응원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소속사는 박지원과 황대헌이 나란히 서서 함께 찍은 사진도 공개했다. 둘 다 편한 복장을 하고 밝은 표정을 지었다.

엑스포츠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넥스트 크리에이티브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