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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입 연 클린스만 "한국에선 누군가 책임져야 한다, 그게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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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한국 축구대표팀에서 경질된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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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르겐 클린스만(60·독일)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올해 초 카타르 아시안컵 당시 발생한 선수들간 불화설에 대해 입을 열었다. 한국 대표팀에서 경질된 지 약 2개월 만이다.

클린스만 전 감독은 22일(현지시간) 방송된 오스트리아 세르부스TV 스포츠 토크쇼에 출연해 "파리생제르맹(PSG·프랑스)에서 뛰는 젊은 선수(이강인)가 토트넘(잉글랜드) 주장인 나이 많은 선수(손흥민)에게 무례한 말을 했다. 그걸 마음에 담아둔 나머지 둘이 싸움을 벌였다. 젊은 선수가 손흥민의 손가락을 탈골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몇 명이 끼어들어 말리고 나서야 상황이 종료됐다. 이튿날도 대화했지만 모두가 충격을 받아 정신이 온전치 않았고, 그 순간 더 이상 함께가 아니라고 느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손흥민과 이강인은 지난 2월 아시안컵 4강전을 하루 앞두고 몸싸움을 벌였다. 손흥민이 이강인과 몇몇 선수들에게 “탁구를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이유였다. 팀 내 불화의 두 당사자인 손흥민과 이강인은 이튿날 요르단과의 4강전에 모두 선발 출전했지만, 무기력한 경기 끝에 패했다. 한국은 단 한 개의 유효슈팅도 기록하지 못했다. 이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안팎의 비판이 쏟아지자 이강인은 파리에서 영국 런던으로 날아가 손흥민을 만나 사과했다. 손흥민은 사과를 받아들였다. 이강인은 지난달 대표팀 소집돼 훈련을 앞두고 다시 한 번 공식 사과하며 머리를 숙였다.

당초 한국은 1960년 이후 64년 만의 우승을 목표로 아시안컵 무대에 도전장을 냈다. 하지만 한국이 졸전 끝에 아시안컵 4강에서 탈락했고, 클린스만 감독은 이 과정에서 발생한 팀 내 갈등을 제대로 봉합하지 못했다. 결국 지난 2월 16일 경질됐다. 그런데도 그는 “준결승에서 패하긴 했지만, 이는 지난 15년 간 한국이 아시안컵에서 거둔 최고의 결과였다”고 주장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허탈한 듯 웃으며 "하지만 한국 문화에선 누군가 (우승하지 못 한) 책임을 져야 했다. 선수들은 다음 대회에 나가야 하니 감독 차례였다"고 말했다. 클린스만은 "2년간 한국어를 배워 제한적이지만 단어를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선수들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는 없었다"며 "한국 문화에서는 틀렸더라도 나이 많은 쪽이 항상 옳다는 걸 배웠다"는 이야기도 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 지휘봉을 잡은 뒤 대부분 시간을 외국에서 보내면서 검증된 유럽파 위주로만 관찰했다. K리그에서 유망주를 발굴하는 데는 소홀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대해 클린스만 감독은 "1년 중 하루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의 1년은 경험과 배움 면에서 환상적이었다. 한국이 월드컵 8강을 뛰어넘는 실력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계속 나아가고 싶었다"며 오히려 아쉬움을 드러냈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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