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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진짜 포기 상태로 들어가, 죽어도 맞히자 생각만…” 연장 혈투 끝낸 KIA 4번 타자 더는 낡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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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타이거즈 부동의 4번 타자 베테랑 최형우가 연장 혈투를 끝낸 적시타를 날려 팀 승리를 이끌었다. 최근 타격 부진에 빠졌던 최형우는 이날도 연장 타석 직전까지 무안타 침묵에 빠져 있었다. 어떻게든 공을 방망이에 맞히자는 생각으로 건드린 게 결정적인 장면으로 연결됐다.

최형우는 4월 23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5타수 1안타 2타점 2삼진을 기록했다.

이날 KIA는 1회 초 김도영의 선제 솔로 홈런으로 리드를 잡았다. 이후 2회부터 4회까지 3연속 삼자범퇴로 힘없이 물러난 가운데 5회 초 1사 1, 3루 기회에서 한준수의 희생 뜬공으로 귀중한 추가 득점을 만들었다.

매일경제

사진(고척)=김영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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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득점 기회를 놓친 게 결국 화를 불렀다. KIA는 2대 0으로 앞선 8회 초 1사 만루 기회를 맞이했다. 중심 타선으로 연결됐지만, 김도영과 최형우가 연이어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단 한 점도 못 뽑았다.

결국, KIA는 8회 말 주성원에게 동점 2점 홈런을 맞았다. 연장전으로 흐른 가운데 KIA는 10회 초 2사 만루 기회를 얻었다. 역전 기회에서 타석에 들어선 최형우는 상대 투수 조상우와 맞붙었다. 최형우는 7구 승부 끝에 130km/h 슬라이더를 툭 갖다 대는 감각적인 타격 기술로 2타점 중전 적시타를 날렸다.

기세를 탄 KIA는 후속타자 소크라테스의 1타점 적시타로 추가 득점을 만들면서 5대 2까지 달아났다. KIA는 10회 말 마무리 투수 정해영을 올려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날 승리로 KIA는 시즌 18승 7패로 단독 선두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2위 NC 다이노스와 경기 차도 3경기로 벌어졌다.

KIA 이범호 감독은 “베테랑의 진가가 드러난 경기였다. 경기 후반 동점을 허용하면서 어려운 경기 흐름이었는데 10회 초 2사 만루에서 최형우가 상태 투수와 끈질긴 승부를 펼친 끝에 천금 같은 2타점 결승 적시타를 때려줬다. 그야말로 승부를 결정짓는 안타였다. 그리고 계속된 찬스에서 소크라테스가 추가 타점을 올려주면서 확실한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이어 이 감독은 “선발 크로우가 많은 투구수로 5이닝 만에 교체됐지만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줬다. 이후 불펜진에서 실점이 나오긴 했지만,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시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정해영이 오늘도 든든하게 승리를 잘 지켜줬다. 주중 첫 경기라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은 했는데 정말로 힘든 경기를 했다. 오늘과 같은 경기에서 승리하면 팀은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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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회 결승타로 수훈 선수가 된 최형우는 경기 뒤 취재진과 만나 “최근 타격감이 말도 안 되게 안 좋았다. 진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당황할 정도로 오늘도 타격감이 떨어진 상태였다. 앞선 타석에서도 안 좋아서 짜증이 크게 났었다. 마지막 타석도 진짜 거의 포기 상태로 들어갔다. 2스트라이크까지 몰려서 죽어도 어떻게든 맞히자는 생각으로 콘택트에만 집중했는데 공이 날아와 방망이에 맞은 느낌”이라며 고갤 끄덕였다.

최형우는 올 시즌 25경기에 출전해 타율 0.250/ 23안타/ 3홈런/ 20타점/ 출루율 0.340/ 장타율 0.424를 기록했다. ‘최악’이라고 표현할 정도는 아니지만, 최형우는 아직도 4번 타자를 맡아야 하는 자신에게 전혀 만족하지 못하고 있었다.

최형우는 “중심 타자로서 책임감을 심하게 느끼고 있긴 하다. 팀이 이기면 상관이 없다. 오늘도 2대 0으로 이겼다면 내일 잘 치자 했을 텐데 2대 2 동점이 되니까 중심 타선에서 뭐했지 라는 생각에 데미지가 있더라. 그나마 내가 못해도 다른 후배들이 잘해주니까 그건 좋다. 나도 빨리 타격감을 올려야 하는데 젊었을 때는 바로 올라왔겠지만, 지금은 언제 그럴지 모르겠다. 그냥 얼른 그 시기가 왔으면 한다”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최형우는 2017년 KIA 입단 뒤 오랜 기간 팀 4번 타자 자리를 지켰다. 1983년생인 최형우는 불혹을 넘어선 나이에도 팀 중심 타선에 위치해 있다. KIA 팬들의 마음은 ‘최형우가 낡지 말았으면’하는 바람이 크지만, 다가오는 세월을 완전히 거스를 수는 없다. 그래도 최형우는 책임감을 느끼고 어떻게든 팀 승리를 마지막 순간 이끌었다. 왜 자신이 타이거즈 리빙 레전드이자 부동의 4번 타자인지를 다시 한 번 스스로 증명한 최형우의 하루였다.

고척(서울)=김근한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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