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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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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V토크] 위기의 한국 배구, 외인 감독들이 구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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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5일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사나예 라미레스 남자 대표팀 감독(왼쪽)과 페르난도 모랄레스 여자 대표팀 감독.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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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국 배구가 살아날 수 있을까. 구원투수로 영입된 이사나예 라미레스(41·브라질) 남자 대표팀 감독과 페르난도 모랄레스(42·푸에르토리코) 여자 대표팀 감독이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대한배구협회는 25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대한민국 배구 국가대표팀 신임감독 기자회견을 열었다. 협회는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남녀 동반 노메달에 그친 뒤 지난달 감독 공모를 통해 라미레스, 모랄레스 감독 선임을 발표했다. 여자 대표팀은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과 세자르 에르난데스 감독에 이어 또다시 외인 감독을 선임했다. 남자 대표팀은 첫 외인 사령탑이다. 두 사람은 한국말로 인사를 하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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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나예 라미레스 남자 배구 대표팀 감독.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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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미레스 감독은 "한국 대표팀을 맡게 돼 영광이다. 최선을 다해서 남자 배구가 세계 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라미레스 감독은 바레인과 파키스탄을 지도했다. 특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파키스탄을 이끌고 한국에 3-0 승리를 거뒀다.

라미레스 감독은 "상대 팀 감독으로 한국을 3년 동안 주시했다. 한국 남자배구는 미들 블로커 수준을 올려야 한다. 세계 무대에서 통할 수 있는 미들블로커를 경쟁을 통해 키워내야 한다. 아시아 선수는 체격이 부족한데, 꾸준한 훈련을 통해 기량을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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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난도 모랄레스 여자 배구 대표팀 감독.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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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랄레스 감독 역시 푸에르토리코를 이끌며 한국 팀을 지켜봤다. 그는 "한국 여자배구가 세계에서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했는지 안다. 여자 대표팀이 과거 좋은 성적을 냈던 자리로 돌아가도록 노력하겠다. 과거의 영광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선수 열정만 있으면 된다"고 했다.

두 팀은 한국 배구의 단조로운 공격 패턴을 바꿔놓을 생각이다. 라미레스 감독은 "한국은 좋은 기술을 가져서 까다로운 팀이다. 하지만 현대 배구는 미들 블로커와 파이프(중앙 후위) 공격이 중요한데, 한국이 많이 쓰지 않았다. 하이볼(리시브가 안 돼 오픈 공격을 해야 하는) 상황도 어려워해 이를 공략했다"고 말했다. 모랄레스 감독은 "한 가지만을 문제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전술과 전략적으로 보완하겠다"고 했다.

여자 대표팀은 열흘 정도 소집 훈련을 진행했다. 부상으로 인해 대표팀 선수들이 일부 교체됐지만, 구단 및 선수들과 소통을 통해 향후 재합류할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전임자 세자르 에르난데스 감독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모랄레스 감독은 팀 문화가 중요하다며 "선수들이 대표팀에 오고 싶어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다음달 3일엔 프로팀 지도자들이 진천을 방문해 훈련을 지켜볼 예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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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나예 라미레스 남자 배구 대표팀 감독.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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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모랄레스 감독에겐 시간이 부족하다. 5월 15일부터 브라질, 미국, 일본에서 열리는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 출전한다. 2년 연속 전패를 당한 우리로선 중요한 경기다. 모랄레스 감독은 "세계랭킹이 40위까지 떨어졌다. 어울리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랭킹을 끌어올려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등에서 더 유리한 자리를 차지하겠다"고 말했다.

1일 소집되는 남자 대표팀은 올해도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출전권이 없다. 내년 시즌 티켓을 따내기 위해선 아시아 챌린지컵(6월 3~10일·바레인)에서 우승해야 한다. 이어 7월부터 충북 제천에서 열리는 2024 코리아컵 국제배구대회(대한민국, 중국, 일본, 이집트, 호주)에 출전한다. 라미레스 감독은 "올해 챌린지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게 단기 목표"라고 했다.

남자 대표팀도, 여자 대표팀도 공통의 화제는 세대교체다. 라미레스 감독은 청소년 대표팀 4강 멤버로 고교 졸업 후 이탈리아 1부 리그에 직행한 이우진(베로 발리 몬차)과 인하대 1학년인 미들 블로커 최준혁을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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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난도 모랄레스 여자 배구 대표팀 감독.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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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미레스 감독은 "협회에서 V리그에서 뛰지 않는 영상도 제공해줬다. 최준혁은 미들 블로커로서 풋워크가 무척 좋다. 세계 무대에서 통하려면 신장이 중요한데, 205㎝라는 신체 조건과 잠재력을 보고 선발했다. 이우진은 개인적으로 친분 있는 이탈리아 코치와 브라질 출신인 소속팀 세터(페르난도 크렐링)에게 물어봤는데, 1군 스쿼드에는 못 들어가도 열심히 연습하고 수준도 높다고 하더라. 직접 보고 싶은 마음에 불렀다"고 설명했다.

모랄레스 감독은 리빌딩 경험이 있다. 2020 도쿄올림픽 출전권을 놓친 푸에르토리코를 맡아 세계랭킹 16위까지 끌어올린 김연경(흥국생명)과 양효진(현대건설) 등 황금세대가 떠난 우리 대표팀에게 적합한 지도자란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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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사나예 라미레스 남자 대표팀 감독(왼쪽)과 페르난도 모랄레스 여자 대표팀 감독.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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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김연경을 비롯한 한국 여자배구 황금세대가 떠나고 못 한 건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세대교체 시기에는 과도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두 시즌을 치렀고, 이제는 세대교체를 완성할 준비가 됐다. 40점 이상 올려줄 스타플레이어는 없지만 팀으로 채우겠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대표팀에서 지도했던 선수들이 V리그에서 뛰었다. 라미레스 감독은 파키스탄에서 지도한 무라드 칸이 지난 시즌 대한항공에서, 모랄레스 감독은 푸에르토리코에서 에이스였던 브리트니 아베크롬비가 IBK기업은행에서 뛰었다. 두 사람은 "한국 배구의 뛰어난 시스템과 선수들의 성격, 리그 성향 등에 대해 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주목하고 있는 선수에 대한 질문을 받은 라미레스 감독은 "상대 팀으로 맞서면서 허수봉과 정지석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걸 알았다. 이우진은 성인 대표팀에서 어떻게 활약할지 지켜보고 싶다. 배구는 팀 스포츠라 실제로 와서 어떻게 하는지 결과를 보고 싶었다"고 했다.

모랄레스 감독은 "한 선수를 꼽긴 어렵지만, 최고참 선수인 박정아와 표승주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가장 많이 이야기하고 있다. 감독이 바뀐 상황에서 최선참 도움 없이 리빌딩이 어렵다. 코트 외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도 많아, 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김다인, 정지윤, 이다현은 현대건설 통합 우승하고 합류했는데 좋은 기운들을 훈련장에 가져와주고 있다"고 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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