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5 (일)

이슈 끊이지 않는 학교 폭력

초등 1~2학년에 놀이 아닌 진짜 ‘체육’ 돌려줘야 한다 [김창금의 무회전 킥]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초등학교 1학년 통합교과서의 ‘태풍놀이’ 예시. 블로그 갈무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의 1~2학년에는 ‘체육’ 교과가 없다. 선진국에서는 거의 유일하다. 유례가 없는 교육체제는 아이들의 본능인 움직임 욕구를 제약하고 있다. 부자연스럽고, 우악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40년 넘게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1982년 교육부의 4차 교육과정 개정으로 초등학교 체육은 ‘즐거운 생활’로 통합됐다. 음악과 미술, 체육은 한 과목으로 융합됐고, 통합교육이라는 이념 아래 신체교육(체육)의 영역은 미미해졌다. 가장 최근인 2022 개정 교육과정은 극점에 이른 체육 소외의 단면이다.



이는 생활세계의 경험과도 어긋난다. 사람들은 누구나 운동의 좋은 효과를 얘기한다. 몸으로 느끼고 안다. 학계에서는 평생 운동의 기초를 다지는 시점을 유치원 학령부터 보고 있다. 기본움직임기술(FMS)의 습득은 이때부터 이뤄지고, 초등 1~2학년 때는 소근육뿐 아니라 던지기, 달리기, 공 몰기 등 큰 근육을 사용하는 활동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교육과정은 동떨어져 있다. 한 초등교사는 과거 한겨레 인터뷰에서 “통합교과여서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계절에 맞춰 수업하라고 하는데, 바람을 주제로 ‘태풍놀이’라고 억지로 수업을 구성할 수는 있지만, 결국 술래잡기 정도의 체육활동을 넘어서기 힘들다”라고 말한 바 있다. 종이비행기를 접어(미술), “떴다 떴다 비행기”라는 노래를 부르며(음악), 뛰어놀면(체육) 통합교육이라고 말하는 것은 매우 형식적이다.



장경환 서울교대 교수는 “통합 교과에서 놀이와 신체활동의 경계는 모호하다. 하지만 놀이는 큰 범주이고, 신체활동은 평생운동의 자산으로 축적되는 부분이다. 자전거 타는 법을 한번 배우면 잊지 않듯이, 어린 시절 신체활동의 경험은 평생 스포츠 활동 참여의 중요한 밑거름으로 작용한다”라고 말했다.



초등 1~2학년 통합교육이 40년 동안 시행됐지만 성과는 명확하지 않다. 반면 교육부 통계를 보면, 초중고 학생의 비만율은 2017년 23.9%에서 2022년 30.5%로 늘어났고, 청소년 운동량 미충족 비율(94.2%)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사회·경제적 측면에서도 통합교육의 이념이 스포츠 불평등이라는 역설과 닿아 있다. 중산층 가정에서는 아이들을 스포츠 클럽에 보내 운동 경험의 기회를 줄 수 있지만, 경제적 여유가 없는 가정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공교육에서 최소한의 체육 활동을 보장하지 못하면서, 사교육 시장에서 스포츠 빈익빈부익부는 심화된다.



아이들은 직관적이어서 통합적인 사고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통합교육을 명목으로 아이들의 신체활동을 제약하는 것은 특정 관점이 빚은 폭력이 될 수 있다. 연관성도 없는 음악과 미술, 체육을 한군데 모아놓고 통합형 교육을 한다고 얘기하는 것도 논리의 비약이다.



3~5살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부 누리과정에서도 신체활동·운동이 다뤄지고 있는데, 초등 1~2학년에서 체육 공백이 발생하고, 3~6학년으로 이어지는 체육교과와 연계되지 못한다면 그것도 문제다.



정현우 서울대 교수는 “대부분의 교육 선진국에서 초등 1~2학년의 체육을 독립된 교과로 체계적으로 가르치고 있는데 이유가 있다. 초등 1~2학년 교과 독립은 학생의 건강한 발달과 교육적 성장을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중대한 과제다”라고 했다.



국가교육위원회는 26일 초등 1~2학년 체육교과 독립 방안을 놓고 의결한다. 아이들에게 체육을 돌려주는 일이 안건이 된다는 자체가 기괴하지만, 이게 한국의 체육교육 현실이다. 미래의 주인인 아이들의 운명이 어른들의 욕심으로 좌지우지돼서는 안 된다. 마음껏 뛰고 싶은 초등 1~2학년 아이들에게 체육시간을 돌려줘야 한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권력에 타협하지 않는 언론, 한겨레 [후원하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기획] 누구나 한번은 1인가구가 된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