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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허재 두 아들 우승 트로피 놓고 ‘마지막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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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챔프결정전 내일 개막

조선일보

4번 만에 끝내줄게 - KCC 허웅이 지난 15일 DB와 4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골밑슛을 시도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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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아버지 아래에서 자란 두 형제 선수. 출신 학교마저 삼광초-용산중-용산고-연세대로 전부 같다. 그러나 자세히 비출수록 다른 점이 많다. 허재(59)의 첫째 아들 허웅(31·부산 KCC)은 아마추어 시절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용산고에선 후보로 뛰다가 2학년 때 주전이 됐고 3학년 졸업반이 돼서야 기량이 올랐다. 연세대 시절도 3학년 때 팀 주축으로 나섰을 뿐, 그전까지는 ‘에이스’가 아니었다. 프로에서도 마찬가지. 데뷔했던 2014-2015시즌 평균 4.8점에 그치는 평범한 선수였다. ‘허재의 아들’이라는 인식표만 달고 다닐 뿐이었다.

그러던 허웅은 프로 2년 차였던 2015-2016시즌, 초반부터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더니 7번째 경기였던 인천 전자랜드(현 대구 한국가스공사)전에서 30점을 폭발시켰다. 해당 시즌 평균 12.1점 2.9어시스트와 함께 기량 발전상을 받았다. 평균 16.7점을 넣은 2021-2022시즌부터는 리그 베스트5에 선정되면서 손꼽히는 득점원으로 한 단계 더 발돋움했다. 올 시즌까지 세 시즌 연속 평균 15점씩을 넣은 선수는 리그에서 허웅뿐이다. 전형적인 ‘대기만성’형 선수다.

동생 허훈(29·수원 KT)은 형과 달리 아마추어 시절부터 완성형 스타였다. 용산고 2·3학년 때 협회장기농구대회 최우수선수(MVP)를 2년 연속 받았다. 연세대에서도 4년 내내 팀 주축으로 활약하면서 4학년 대학농구리그 MVP를 받았다. 프로에서도 탄탄대로였다. 3년 차였던 2019-2020시즌 정규리그 MVP를 받으면서 베스트 5에 선정됐고, 그다음 시즌에는 2번 연속 정규시즌 베스트 5에 선정됐다.

성격도 반대다. 허웅은 차분하면서 불같은 열정을 갖췄다는 평가다. 평소 조용하고 다정다감한 성격이지만 코트에만 들어서면 소리를 지르고 동료들을 다그친다. ‘악동’으로 불리는 팀 동료 최준용도 허웅 지시에는 군말 없이 따른다고 한다. 승부처에서도 슛은 늘 승부사 허웅의 몫이다.

허훈은 뜨거움 속에 냉정함이 숨어 있다는 지적. 유쾌하고 장난을 잘 치면서도 공식 자리에선 작심 발언을 하는 소신파다. 공을 잡으면 코트 구석구석을 살피는 냉철한 야전사령관으로 변한다. 한 경기 평균 어시스트 7.5개(2020-2021)를 기록할 정도로 빈 공간을 찾아내는 데 능하다.

조선일보

그래픽=김성규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프로에서 한 번도 우승을 해본 적이 없다는 것. 허웅은 신인이었던 2014-2015시즌 챔피언결정전에 올라 벤치에서 출전했으나 준우승에 그쳤다. 허훈은 챔피언결정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형제간 골육상쟁(骨肉相爭)은 27일 막을 올린다. 7전4선승제 챔피언결정전 1차전이 이날 펼쳐진다. 허웅은 정규리그 5위에 그쳤던 부산 KCC와 함께 플레이오프 4강에서 1위 원주 DB를 3승1패로 꺾는 이변을 일으키면서 올라왔다. 허훈의 수원 KT(리그 3위) 역시 4강에서 2위 창원 LG를 3승2패로 제압했다. KBL 챔피언결정전에서 형제가 맞붙는 건 2013-2014시즌 문태종(LG)-문태영(현대모비스) 이후 10년 만이다.

25일 미디어데이에서 둘은 티격태격했다. 허씨 형제와 친한 전창진 KCC 감독은 “지난해 여름 둘을 데리고 고깃집을 갔는데 허웅은 싼 불고기를, 허훈은 비싼 등심을 먹더라”라며 웃었다. 허웅도 “감독님을 생각해 등심보다 3배 저렴한 불고기를 먹었는데, 훈이는 등심을 5인분이나 시켜 먹었다”고 동조했다. 이에 허훈은 “형은 전창진 감독님과 식사를 빨리 끝내고 싶어서 빨리 먹을 수 있는 불고기를 시킨 것”이라며 “벌써 전쟁이다”라고 했다.

허웅은 “형제 대결로 관심을 받으니 반갑지만, 대결은 4전 전승으로 마치고 싶다”고 했다. 허훈은 “누구보다 우승에 대한 간절함이 다르다. 한 번도 지고 싶지 않다”면서 “형과 일대일로 맞붙어도 그저 상대 선수라고 생각하겠다”고 맞받았다.

[이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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