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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뉴진스 눈칫밥 먹게 만든 민희진의 ‘그 말’[연예기자2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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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투데이

어도어 민희진 대표. 사진l스타투데이DB


“뉴진스와 저는 여러분이 생각하는 관계 이상이에요. ‘진짜 죽어야 되나’하는 순간에 애들이 전화가 와서는...(오열)”

실명 거론은 기본, 욕설과 비속어에 미소와 오열이 뒤섞인 역대급 기자회견. 너무 솔직하고 거침없는 논스톱 2시간에 어도어 민희진 대표를 향한 분위기는 반전됐다. 왜곡된 모성일지언정, 지독하게 깊은 모성은 맞는 것 같다는 분위기다. 다만, ‘마음 따로 몸 따로’ 현실에 놓인 뉴진스 멤버들의 입장은, 또 (‘하이브’ 내) 입지는 난처해졌다.

민희진 대표는 지난 25일 하이브가 주장한 ‘경영권 찬탈 사태’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정면 돌파를 택했다. 아쉬운건 감정 과다의 상태로.

민 대표는 이 자리에서 “(어도어 경영권 찬탈은) 의도한 적도, 기획한 적도, 실행한 적도 없다. 직장생활 하면서 푸념한 거다. 부대표와 내 캐릭터를 모르면 우리의 대화가 진지한지 웃긴 건지 알 수 없지 않나. 우리의 대화를 다 짜깁기해서 프레임을 씌운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하이브에 다니면서 매일 사측과 싸움의 연속이었다. 비상식을 요구했다”며 그간 하이브와 여러 차례 갈등을 빚었다고 밝혔다.

당초 뉴진스를 ‘하이브의 1호 걸그룹’으로 데뷔시키기로 약속했지만 하이브가 그 약속을 깼고, 뉴진스 홍보에 훼방을 놨으며 뉴진스가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 올라갔을 때 방시혁 의장이 “즐거우세요?”라는 메시지를 보냈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서로에 대한 감정이 안 좋은 상황에서 아일릿의 ‘뉴진스 카피’가 트리거가 돼 회사와 완전히 척을 지게 됐다고 했다. “솔직히 말하면 뉴진스를 죽이려고 하는 줄 알았다. 그래서 어머니의 마음으로 우리 애들 살리려고 문제 제기를 했다”라고 격분한 민 대표는 하이브 방시혁 의장, 박지원 CEO를 향해 ‘X저씨’, ‘X랄’ 등 욕설도 서슴지 않았다.

정장도, 대본도 없이 날 것 그 자체였던, 이 각본 없는 드라마 같던 기자회견은 (당초 예상과 달리) 민희진 대표에게 ‘신의 한 수’가 됐다. 기자회견 전까지 집중포화를 맞던 그는 단 번에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물론 모든 대중의 공감을 얻은 것은 아니지만, 여론은 민 대표를 지지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적어도 감정적으론 ‘공감’과 ‘연민’을 이끌어냈다.

민 대표의 숨길 수 없는 ‘뉴진스 사랑’ 때문이다. 하이브 경영진을 향해 막말을 쏟아내다가도 “민지는 지금보다 어렸을 때 훨씬 예뻤다”, “하니는 보자마자 너무 귀엽고 재능이 넘쳤다”라며 미소를 띠는 모습에 누리꾼들은 “저 미소는 연기일 수가 없다”면서 그의 진정성에 힘을 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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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 사진l어도어


그렇지만 선을 넘은 게 있었다. 뉴진스 멤버들이 자신을 지지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부분이다. 그의 주장대로 행여 쌍방일지라도 지금 뉴진스 멤버들이 처한 상황을 좀 더 이성적으로, 프로답게, ‘엄마의 마음’으로 헤아렸다면 자신의 진정성만 전하면 되는 거였다. 그걸로도 충분했다.

민희진 대표는 “뉴진스와 저는 여러분이 생각하는 관계 이상이다. 어제 하니가 ‘대표님 너무 힘드시죠. 계시는데 제가 갈게요’라고 하더라. 또 해린이가 오밤중에 영상 통화를 걸어왔다. 원래 말도 없는 애가 ‘대표님 제가 문자 보내고 싶었는데 말이 안 나왔다. 목소리 듣고 싶어서 전화했다’고 하더라. 자기가 힘들 때 대표님이 도와줬는데, 대표님이 힘들 때 못 도와줘서 미안하다고 했다”라고 끈끈함을 드러냈다.

뉴진스 멤버 중 한 명의 어머니와 나눈 문자 메시지도 공개하며 “오늘 제가 기자회견 한다고 하니까 ‘뉴진스 탄생 배경도 알리실 수 있으면 알리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더라. 제가 얼마나 불쌍하면 이런 이야기를 하겠나. 어머니들도 제가 하이브에 제 얘들을 놓고 나오는 게 속상해서 그런다”라고 멤버들뿐만 아니라 어머니들과도 라포(신뢰와 친근감으로 이뤄진 인간관계)를 형성했음을 밝혔다.

민희진 대표는 이번 사태가 뉴진스와 관련이 없는 것이 아니기에 멤버들을 언급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하지만 그 수위와 내용은 좀 더 신중했어야 했다. 자신의 말처럼 멤버들의 진심은 절망의 순간 힘을 내일어서게 해준 동력으로만 삼아야했다. 쌍방이 되는 순간, 하이브라는 모기업 산하에 있는 뉴진스는 여러모로 눈칫밥을 먹을 수밖에 없게 됐다.

한편, 하이브는 어도어 이사진을 상대로 주주총회를 소집하고 민 대표의 사임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민 대표와 측근들이 장악한 이사회가 주총 소집을 거부하면 법원에 주총 소집을 청구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이 경우 주총 소집까지는 약 2개월이 걸리지만, 주총이 열리기만 한다면 민 대표의 경영권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뉴진스가 어도어 경영권을 잃은 민 대표와 함께 가려면 하이브가 뉴진스에게 부당한 대우를 했다는 것을 증명하거나, 막대한 위약금을 지불하고 따로 나가 회사를 차려야 한다. 하이브에 남는 것을 선택한다고 해도 이전과 같이 전폭적인 지원 하에 자신들만의 독보적인 콘셉트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데뷔와 동시에 ‘어텐션(Attention)’, ‘하이프 보이(Hype Boy)’, ‘디토(Ditto)’, ‘OMG’ 등 발매하는 모든 곡을 히트시키며 K팝 씬의 판도를 바꿔놓은 뉴진스. 하이브와 어도어 민희진 대표의 분쟁 속 이들의 운명이 궁금해진다. 부디 어른답게 프로답게 책임감 있게, 소속 아티스트를 지켜주길 바란다. 부부의 파경과 별개로 그것만은 모두의 공통된 바람이다.

[이다겸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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