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 감독 / 사진=팽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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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한 황선홍 한국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 감독이 "책임을 통감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다만 대회 기간 중 A대표팀 관련 면담을 했다는 루머에 대해서는 "말도 안되는 소리다. 내가 그렇게 비겁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3 대표팀은 2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을 통해 귀국했다.

황선홍호는 26일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8강전에서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와 맞대결을 펼쳤지만 연장전까지 2-2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고,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10-11로 졌다.

이번 대회에는 3.5장의 2024 파리 올림픽 본선 티켓이 걸려 있다. 최소 4강에 진출해야 올림픽 티켓을 바라볼 수 있지만, 8강에서 탈락한 한국은 10회 연속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 축구가 올림픽 본선 무대에 오르지 못한 것은 지난 1984 LA 올림픽 이후 40년 만이다. 한국은 1988 서울 올림픽부터 2020 도쿄 올림픽까지 9회 연속 본선 무대를 밟았지만, 이번에는 예선에서 도전을 마감했다.

귀국 후 취재진과 만난 황선홍 감독은 "늦은 시간까지 성원해 준 모든 분들과 우리 선수들에게 죄송하고 미안하다. 이런 결과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감독인 나에게 있다. 책임을 통감한다. 다시 한번 죄송스럽다"고 고개를 숙였다.

다만 "우리 선수들은 앞으로 많이 성장해야 하고, 또 어려운 가운데서 최선을 다해줬다고 생각한다. 비난보다는 격려를 많이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선수들에 대한 응원을 부탁했다.

일각에서는 황선홍호의 실패에, 지난 3월 황선홍 감독이 A대표팀 임시 사령탑을 겸임한 영향이 컸다고 분석한다.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U-23 대표팀을 떠나 A대표팀을 이끈 것이 이번 대회에 악수가 됐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황선홍 감독은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큰 영향을 미쳤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결과에 대한 책임은 나에게 있는 것"이라면서 "마음 한편으로 굉장히 무겁고 죄송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전했다.

황선홍 감독은 이번 올림픽 예선 탈락 전까지만 하더라도 차기 국가대표팀 감독 유력 후보로 꼽혀왔다. 그러나 올림픽 본선 진출 실패로 국가대표팀 감독직에서 멀어질 것으로 보인다. 황 감독은 "내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많이 지쳐 있다. 조금 쉬고,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카타르에서 차기 감독과 관련 면담이 있었다는 루머에 대해서는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말도 안되는 소리다. 내가 그렇게 비겁하지 않다"며 "내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할 뿐이지, 다음을 생각하고 뒤에서 작업을 하지 않는다. 그건 분명하다"고 강하게 말했다.

선수 선발 과정에 대한 의문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황선홍 감독은 대회 전 엔트리에 김지수(브렌트포드), 양현준(셀틱), 배준호(스토크시티)를 포함시켰지만, 이들은 결국 소속팀 차출 거부로 이번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국내파 선수들을 대체 발탁했지만, 중앙 수비 자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황 감독은 "해외파 세 선수는 내가 직접 구단을 방문해서 협조를 받고 차출하기로 약속을 받은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4월 시즌 막바지에 순위 경쟁이 벌어지면서 (구단들이) 차출을 거부했다"며 "대체 발탁한 선수들은 거부됐을 때를 대비해서 미리 다 결정을 해놓은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왜 중앙 수비수를 안 뽑았느냐는 말이 있는데, 지금 국내 중앙 수비 (자원 중) 경기에 참여하는 선수가 없다. 때문에 기존 선수들을 중앙으로 돌리고, 미드필드를 보강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조별리그에서 2경기 3골을 넣었던 이영준을 8강전에서 선발이 아닌 교체로 활용한 것에 대해서는 "이영준은 2차전이 끝나고 스포츠 헤르니아(탈장) 증상이 있었다. 60분 이상을 소화하게 되면 또 다른 부상을 야기할 수 있었다"며 "전반에 뛰게 할 것인지, 후반에 뛰게 할 것인지 판단을 해야 했고, 우리가 판단하기에는 후반에 뛰는 것이 이롭다고 판단해서 결정한 것"이라고 전했다.

U-23 대표팀을 이끌고 느낀 고언도 전했다. 황 감독은 "핑계 같을 수 있겠지만, 지금 연령대 대표팀의 운영 구조와 시스템은 절대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2년 동안 느낀 점은 이 구조와 시스템이면 격차는 더 벌어지고, 좁아 질 것"이라며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다 같이 노력해서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sports@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