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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안타 나오겠지 하는 것도 정도가 있지"…27살 첫 주전 타이틀, 상상보다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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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안타 나오겠지 나오겠지 하는 것도 조금 정도가 있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안 나오다 보니까 힘들긴 했어요. 야구하면서 이렇게 안 맞았던 적이 처음이니까."

두산 베어스 내야수 박준영(27)은 올해 생애 처음으로 '주전' 타이틀을 달았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지난 시즌을 마치자마자 올해 주전 유격수로 박준영을 일찍이 낙점하고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도록 했다. 박준영이 NC 다이노스 시절인 2020년 처음 투수에서 내야수로 전향했을 때부터 가장 편한 포지션은 3루수였다. 두산은 팀 사정상 차세대 유격수가 더 급한 상황이었고, 지난 시즌 박준영을 유격수로 기용하며 가능성을 시험한 뒤 합격점을 줬다.

박준영은 지난 시즌을 앞두고 NC로 FA 이적한 포수 박세혁(34)의 보상선수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두산이 지명할 당시 어깨 수술을 받아 지난해 7월에야 처음 1군 경기에 나섰는데, 51경기에서 타율 0.228(127타수 29안타), 출루율 0.290, 장타율 0.417, 4홈런, 17타점을 기록하면서 눈도장을 찍었다. 타율 대비 득점권 기회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호쾌한 타격을 자주 펼쳤다. 이 감독이 박준영을 주전 유격수로 고려했을 때 방망이는 걱정의 대상이 아니었다. 얼마나 안정적으로 수비를 펼칠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다.

올해 개막하고 나서 박준영은 안정적인 수비를 펼쳤다. 1일 현재까지 유격수로 256이닝을 뛰면서 실책은 2개밖에 저지르지 않았다. 예상외로 타격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박준영은 3월까지 타율 0.130(23타수 3안타), 3타점에 머물면서 점점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4월 들어서는 그나마 타격감이 올라왔다. 타율 0.227(75타수 17안타), 4홈런, 11타점을 기록했다. 2루타는 5개였다. 타율 자체는 높다고 볼 수 없지만, 장타율이 0.453로 양석환(0.535), 강승호(0.515), 김재환(0.471)에 이어 팀 내 4위에 올랐다.

이 감독은 지난달 30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박)준영이는 사실 가진 능력이 정말 좋다. 근데 스스로 본인을 조금 힘들게 하는 성격인 것 같다. 자기를 힘들게 하는 성격이라서 조금 더 편하게 하라는 그 정도 말밖에 할 수 없다. 성격도 조금 내성적인 것 같다"며 지금은 박준영이 조금 더 반등할 수 있도록 묵묵히 기다려 줄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실 생각 없이 하는 야구도 때로는 좋을 때가 있다. 생각이 너무 많다 보면 상대와 싸워야 하는데 본인과 싸우면서 질 수 있다. 그런 점은 준영이가 많은 경기에 풀타임으로 나갔던 선수가 아니라서 경험이 부족해 그럴 수 있다. 지금은 경기도 매일 나가고, 최근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그런 모습이 계속 나오면서 본인도 편하게 되면 좋은 성적이 나고 있다. 준영이에게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고 힘을 실어줬다.

박준영은 첫 풀타임 시즌의 성장통으로 여기며 스스로 돌파구를 찾아 나가고 있다. 물론 답답할 때가 많긴 하다. 박준영은 "두산에 와서가 아니라 야구를 하면서 이렇게 안 맞은 적이 처음이다. 감독님께서 경기를 계속 내보내 주시고 기회를 주시겠다고 한 게 처음이다 보니까 나 스스로 조금 계속 결과도 안 나오고 해서 조급했던 게 사실이다. 그럴 때마다 감독님과 코치님들, 또 선배님들이 항상 좋은 말씀을 많이 해 주시고 옆에서 좋은 기운도 계속 주신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안타가 나오겠지, 나오겠지 하는 것도 정도가 있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안 나오다 보니까 힘들긴 했다. 그리고 해답을 못 찾겠어서 조금 어려웠던 것 같다. 그래서 여러 명한테 도움을 조금 구하기도 했고, 그러면서 조금은 괜찮아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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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들은 첫 풀타임 시즌부터 잘하려 하지 말라는 말로 박준영을 위로했다. 박준영은 "다들 비슷한 말을 해 주셨다. 이제 시즌 초반이고, 내가 선발 라인업에서 가장 어린 편이다 보니까. 내가 그렇게 방망이가 안 맞더라도 조금 밝게 해야 하는데, 밝게 즐기면서 해야 안타가 안 나올 것도 나오는데 나는 그게 조금 부족했던 것 같다. 선배들이 그런 쪽으로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던 것 같다"며 동료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박준영은 '주전' 타이틀을 달고 있으나 스스로 주전이라 생각하진 않는다. 단 타이틀을 유지하기 위해 욕심은 내야 한다고 다짐한다. 그는 "지금도 주전이라 생각하면서 경기를 뛰지도 않고, 그렇게 준비하지도 않았다. 그냥 나에게 남들보다 조금 먼저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고 그 기회를 잡고 싶은 욕심은 많았다. 그 욕심에 이런 결과가 나왔던 것 같은데, 이제는 조금 즐기면서 해보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격수 수비는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었다. 박준영은 "타구마다 조금 어려운 타구든 쉬운 타구든 잘 처리가 되다 보니까 조금 자신감이 붙는다. 실책이 나오면 또 자신감이 떨어지곤 하지만, 계속 한결같이 유지할 수 있게 하려 한다. 실책을 하든 좋은 플레이가 나오든 멘탈이 흔들리지 않게 그것을 먼저 준비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힘줘 말했다.

이 감독은 박준영이 시즌 초반 방망이가 너무 안 맞을 때는 "머리 한번 식히고 가자"며 선발 라인업에서 한번씩 제외했다. 박준영은 "좋게 말하면 그렇지만, 내가 경기에 안 나가는 게 보탬이 되는 상황이라 그렇지 않았겠나(웃음). 감독님과 코치님께서 '못해서 잘린 거 아니다'라고 하시면 '아닙니다. 못해서 잘린 거니까 내일 나갈 때 더 잘하겠습니다' 그렇게 답하곤 했다. 결과가 꾸준히 좋았던 게 아닌데도 믿고 내보내 주시는 게 감사하고, 그만큼 내가 보답을 드려야 하니까 매일 최선을 다해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박준영은 2016년 1차지명으로 NC에 입단했지만, 야수로 전향한 지는 이제 5년차가 됐다. 첫 풀타임 시즌을 치르면서 경험을 더 쌓아야 하는 선수고, 이 감독은 흔히 말하는 '세금'을 낸다는 생각으로 꾸준히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박준영은 최근 4경기 연속 안타를 때리는 등 점점 타격에서도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베테랑 유격수 김재호(39) 다음 세대를 꾸준히 찾아 헤맸던 두산은 오랫동안 풀지 못했던 고민을 해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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