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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전창진 원팀마법, 마침내 ‘슈퍼 KCC’를 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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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부산 케이씨씨의 전창진 감독이 5일 수원 케이티 소닉붐아레나에서 열린 2023∼2024시즌 남자 프로농구 수원 케이티와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시리즈 우승을 확정 지은 뒤 선수들의 헹가래를 받고 있다.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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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16년 만이다. ‘베테랑 감독’에게도 참 기나긴 세월이었다. 2007~2008시즌 이후 첫 우승. 39살(2002~2003시즌) 때 역대 최연소 우승 감독 기록을 세운 그는 60살 때 기어이 역대 최고령 우승 감독 기록도 갈아치웠다. 전창진 부산 케이씨씨(KCC) 감독이 그렇다.



케이씨씨는 5일 끝난 2023∼2024 남자프로농구(KBL) 챔피언결정전(챔프전·7전4선승제)에서 수원 케이티를 4승1패로 꺾고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정규리그 5위 팀이 챔프전까지 오르고 우승까지 한 것은 1997년 KBL 출범 이후 케이씨씨가 처음이다. 단기전의 마법사, 전창진 감독의 승부수가 통했다.



2023~2024시즌 케이씨씨는 “다른 9개 구단의 시기와 질투를 살 만큼 과감한 투자로”(전창진 감독) ‘슈퍼팀’을 구축했다. 허웅, 이승현, 라건아 등 팀에 원래 몸담았던 수준급 선수들에 더해, 비시즌 자유계약(FA) 시장에서 ‘리그 간판 포워드’ 최준용을 영입했다. 또 2020∼2021시즌 국내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던 송교창도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왔다.



그러나 정규리그가 시작된 뒤 주전 선수들의 부상이 잇따랐다. 전창진 감독이 시즌 중반 기자들과 만나 “선수들 사이 합이 잘 맞지 않는다”고 한탄할 정도로 정규리그 대부분 경기에서 ‘완전체’의 모습이 좀처럼 나오지 않으며 부진했다. 팬들은 ‘트럭 시위’까지 벌이며 성적 부진에 항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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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케이씨씨의 허웅이 5일 수원 케이티 소닉붐아레나에서 열린 2023∼2024시즌 남자 프로농구 수원 케이티와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시리즈 우승을 확정지은 뒤 그물을 자르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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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팀 면모는 3년 만에 가까스로 진출한 플레이오프에서 드디어 드러났다. 주축들이 시즌 막바지에 모두 복귀하며 완전체를 이루더니, 6강과 4강에서 4위 서울 에스케이(SK)와 1위 원주 디비(DB)를 차례로 꺾었다. 전창진 감독은 “선수들이 이타적으로 경기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주문했는데, 선수들은 개인 기록에 욕심을 내기보다 팀과 동료를 우선하는 모습을 보이며 화답했다.



특히 챔프전 매 경기 전반에 무리해서 공격을 펼치기보다 허훈, 패리스 배스 등 상대 팀 에이스를 막는 데 집중한 뒤, 점수 차가 어느 정도 벌어지고 난 후반에 본격적인 공세로 승리를 만들어내는 전략이 거듭 먹혀들어갔다.



이상윤 농구 해설위원은 “케이티가 허훈, 배스 등에 지나치게 의존한 데 비해 케이씨씨 선수들은 자신이 공격할 수 있는 타이밍에도 동료에게 양보하며 일단 팀플레이가 돌아가도록 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높이를 활용한 조직적인 수비로 허훈, 배스를 제외한 다른 선수들의 득점을 잘 막아낸 점도 승리 요인의 하나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정규리그에서는 라건아, 존슨, 허웅 등이 동료들이 패스하지 않으면 소리를 지르는 등 한데 묶이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전창진 감독이 어려운 시기에 개인보다 팀이 우선이라는 것을 잘 보여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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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케이씨씨의 전창진 감독이 5일 수원 케이티 소닉붐아레나에서 열린 2023∼2024시즌 남자 프로농구 수원 케이티와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시리즈 우승을 확정 지은 뒤 그물을 자르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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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을 앞두고 체육관 신축 문제로 지자체와 갈등을 빚다가 전주에서 부산으로 연고지를 옮긴 케이씨씨는 부산에 연고를 둔 프로 스포츠 구단의 ‘21세기 첫 우승’을 만들기도 했다. 부산 연고 프로팀들은 1997년 프로농구 기아(현 울산 현대모비스), 프로축구 대우(현 부산 아이파크) 이후 27년 동안 단 한 차례도 우승하지 못했다.



슈퍼팀이 써내려간 반전 드라마는 침체됐던 농구판이 다시금 활기를 띄게 했다. 특히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챔프 3·4차전에는 각각 1만496명, 1만1217명이 들어차 이번 시즌 최다 관중 기록을 연달아 새롭게 썼다. 프로농구 경기에 1만명이 넘는 일일 관중이 집계된 것은 무려 12년 만이다.



정인선 기자 r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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