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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20년 현역 생활 마침표' 박석민 "선동열 감독님께 가장 감사…최정 선수도 고마워" [현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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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창원, 최원영 기자) 20년 동안 걸어온 길을 돌아보니, 감사한 사람이 참 많다.

박석민은 11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에서 은퇴식을 치렀다.

대구고를 거쳐 2004년 삼성의 1차 지명을 받은 박석민은 그해 프로에 첫선을 보였다. 꾸준히 활약하다 2015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FA) 자격을 얻어 NC로 이적했다. 4년 총액 96억원에 FA 계약을 맺었다. 2020시즌을 마치고 다시 FA가 돼 2+1년 최대 34억원에 NC 잔류를 택했다.

현역 시절 리그 대표 3루수로 활약했다. 통산 1697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7, 1537안타, 269홈런, 1041타점 등을 만들었다. 2020년엔 NC의 창단 첫 우승에 공헌했다.

2017년엔 WBC 대표팀에 승선해 태극마크를 달았다. 2020년에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사회공헌도가 가장 높은 야구선수에게 수여하는 '사랑의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더불어 박석민은 NC 연고 지역 초·중·고교 야구선수들과 유소년야구재단에 6억원을 후원하고, 양산 밧줄 추락사 유가족과 강원도 산불 피해 성금으로 각각 1억원을 기부하는 등 프로야구 선수로서 솔선수범했다.

은퇴 후 현재 일본프로야구(NPB)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육성코치로 활동 중이다.

오랜만에 창원 NC파크를 찾은 박석민은 경기 전 팬 사인회에 나섰다. 경기 개시를 약 10분가량 앞두곤 은퇴식 기념행사에 임했다. 그라운드에서 꽃다발과 기념 액자 등을 받았다. 은퇴 기념 영상을 보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은퇴사를 읽는 동안에는 감정을 추스르기 위해 말을 멈추는 등 벅찬 감정을 드러냈다.

이날 NC 선수단은 모두 박석민의 현역 시절 등 번호인 18번을 달았다. 박석민의 은퇴사 후 NC 선수단이 그라운드로 나와 박석민과 기념촬영을 진행했다. 선수들은 뒤를 돌아 18번이 보이게끔 했고, 박석민의 현역 시절 트레이드 마크였던 '엄지 키스' 세리머니를 추억하며 오른손 엄지를 위로 치켜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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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삼성 선수단도 모두 그라운드로 나와 NC 선수단과 다 함께 사진 촬영에 나섰다. 1985년생으로 박석민과 동갑내기 친구인 강민호는 박석민 바로 옆에 서서 곁을 지켰다. 베테랑 투수 오승환은 박석민과 두 차례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박석민은 북일고에서 투수로 뛰고 있는 아들 박준현 군과 함께 시구 및 시타에 나섰다. 박준현 군은 멋진 시구로 경기의 문을 열었다.

경기 전 인터뷰에 임한 박석민은 "NC에서 너무 큰 배려를 해주셔서 이렇게 은퇴식을 하게 됐다. 정말 영광이다. 구단에 감사한 마음뿐이다"며 "만약 은퇴식을 하게 되면 삼성전에서 하고 싶다고 생각해 왔다. 구단에서 신경 써주신 덕분에 정말 의미 있는 은퇴식이 됐다"고 입을 열었다.

여러 얼굴을 떠올렸다. 박석민은 "선동열 감독님께 가장 감사하다. 군에서 전역한 뒤 아무것도 아닌 선수였는데 감독님이 기회를 주신 덕에 FA 계약을 두 번이나 하는 선수가 됐다. 다른 감독님들께도 항상 감사하다"며 "(SSG 랜더스 3루수) 최정 선수에게도 고맙다. 최정 선수가 있었기에 나 또한 더 노력하며 발전하려 했다. 동기부여가 됐다. 통산 홈런 500개, 600개를 칠 때까지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후배들이 '제2의 박석민'이 아닌 '제2의 최정'이 됐으면 한다. 우리 (서)호철(NC)이는 너무나 성실하고 열심히 하는 선수다. 진짜, 진짜 최고가 됐으면 좋겠다"며 "김도영(KIA 타이거즈) 선수도 정말 대단하더라. 앞으로 더 잘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석민은 "팬들에겐 죄송하다. 좋은 모습만 보여드렸어야 하는데 안 좋은 모습도 보여드린 것 같다. 정말 죄송하다"며 "팬들에게 유쾌한 옆집 형, 동네 사람 등 푸근한 이미지로 기억되고 싶다"고 바람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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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박석민과의 일문일답.

-은퇴식 소감부터 듣고 싶다.
▲NC에서 너무 큰 배려를 해주셔서 이렇게 은퇴식을 하게 됐다. 무척 영광이다. 구단에 감사한 마음뿐이다.

-은퇴식을 삼성전에서 한다는 것도 의미 있다.
▲당연하다. 사실 만약 은퇴식을 한다면 삼성전에서 했으면 좋겠다고 내심 생각했다. 구단에서 배려해 주셔서 의미 있는 은퇴식이 됐다.

-선수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
▲여러 가지 있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여섯 번 했는데 다 기억에 남는다. 개인적으론 정규시즌 때 부산 사직에서 9타점 경기(2015년 9월 20일 롯데 자이언츠전 4타수 3안타 3홈런 9타점)를 했던 게 제일 많이 기억에 남는다.

-리그 대표 3루수였다. NC 서호철과 삼성 김영웅 등 후배 3루수들을 보면 어떤가.
▲둘 다 생각보다 너무 잘하고 있다. 더 잘할 것 같다. 성장 가능성이 무척 큰 선수들이다. (김)영웅이는 잘 모르지만 우리 (서)호철이는 너무나 성실하고 훈련도 정말 많이 한다. 진짜 잘 됐으면 좋겠다. 물론 영웅이도 잘했으면 한다. 근데 호철이는 가까이서 본 바로는 예의 바르고 정말 열심히 한다. 진짜, 진짜 최고가 됐으면 좋겠다.

-은퇴 후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요즘엔 어떻게 지내나.
▲2월 말 일본으로 넘어가 3월 2일부터 요미우리에 출근했다. 요미우리에서의 직함은 육성코치다. 대부분 2군에 머문다. 홈경기가 있을 땐 1군에 가기도 한다.

-지도자 연수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어릴 때부터 일본 야구를 좋아했다. '일본은 왜 이렇게 야구를 잘할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지도자를 하게 된다면 일본에 가 먼저 공부를 해보고 싶었다. 지금도 '일본에 정말 잘 갔구나' 하는 마음이 많이 든다. 한편으론 일본 야구를 보면서 한국과 격차가 벌어지는 느낌이라 마음이 안 좋기도 했다.

-일본에서 지내며 느낀 점을 더 들려달라.
▲일본 선수들은 어릴 때부터 그렇게 배웠는지 기본기가 정말 탄탄하다. 솔직히 한국에선 공만 던질 줄 아는 듯한 느낌의 어린 투수들을 많이 봤다. 견제나 PFP(Pitchers Fielding Practice) 등을 다 잘해야 좋은 투수라 생각하는데 아직 그런 부분이 부족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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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시절 기본기가 가장 좋은 선수는 누구였나.
▲나였던 것 같다(웃음). 어릴 때 감독님들이 항상 기본기를 강조하셨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내 기본기가 탄탄했다고 본다.

-경기 전 삼성, NC 선수들과 만나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선수들이 '살쪘네'라고 하더라. 살쪘다는 사람이 반이고, 살 빠졌다는 사람이 반이었다. 다들 일본에 간 뒤 얼굴이 더 좋아졌다고 한다. 인사를 나눌 시간이 별로 없어 그런 이야기만 했다. 나중에 다시 대화하려 한다.

-현역 시절 기부 등 선행도 많이 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에 기쁨과 행복감을 느꼈다. 약간 중독인 것 같다. 그런 것에서 희열을 느꼈다. 강요하면 안 되지만, 앞으로 우리 후배들이 어려운 사람들을 더 도우며 살면 어떨까 싶다.

-밖에서 바라본 야구는 어떤가.
▲일본에선 한국 야구를 챙겨볼 시간이 없다. 집에 가 요미우리 구단의 1군, 2군 경기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한국 야구는 잘 못 봤다. 하지만 NC와 삼성이 잘하고 있는 것은 알았다. 짜임새가 대단한 것 같았다.

-아들이 야구선수로 활약 중인데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
▲잘하고 있는 듯하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앞으로 그 가능성을 잘 풀어나가고, 생활 면에서도 반듯하게 잘 커야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잘 커주고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항상 야구는 못해도 된다고, 대신 인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아들에겐 잔소리로 들릴 수도 있지만 난 매일 그 부분을 강조한다.

-현역으로 뛰고 있는 후배들에게 선배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
▲옛날에 어릴 때, 은퇴하시는 선배들이 항상 '유니폼 벗으면 힘들다. 벽에 똥칠할 때까지 야구 해라'라고 말씀하셨다. 그땐 와닿지 않았다. 지금 돌아보니 정말 선수로 뛸 때가 가장 행복했다. 그걸 많이 느낀다. 안 아픈 게 최고다.

-강민호 등 동갑내기 선수들이 현역으로 뛰고 있다.
▲일주일 전 (강)민호에게 전화가 왔다. '야 니 은퇴식할 때 울지마래이. 울 게 뭐 있노. 그냥 소감 말하고 나오면 되지'라고 하더라. 친구지만 민호를 보면 참 대단하다. 포수로서 오랫동안 활약하는 게 멋지다.

-은퇴식을 앞두고 생각나는 사람들도 있었을 것 같다.
▲많다. 딱 한 명 꼽기 힘들다. 오늘(11일) 아마추어 때 감독님들은 다 현장에 오셨다. 프로 감독님들은 안 오셨다. 부담스럽게 생각하실까 봐 전부 다 연락을 못 드렸다.

프로에서 기억에 남는 감독님을 딱 한 분만 고르자면 선동열 감독님이다. 군대에서 제대한 뒤 아무것도 아닌 선수였는데 감독님이 기회를 주신 덕에 FA 계약을 두 번이나 하는 선수가 됐다. 다른 감독님들께도 항상 감사하지만 선 감독님께는 특별히 더 감사하다. 표현을 잘 못했는데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

선 감독님께는 새해나 스승의 날 등에만 연락을 드리고 있다. 감독님이 옛날보다 많이 부드러워지셨다. 옛날엔 내가 어려 감독님이 무서웠다. 꾸지람도 많이 들었다. 그때는 잘 몰랐는데 지나고 보니 감독님의 관심과 사랑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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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에게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나.
▲팬들에겐 죄송하다. 좋은 모습만 보여드렸어야 하는데 안 좋은 모습도 보여드린 것 같다. 정말 죄송하다. 그래도 팬들에겐 유쾌한 옆집 형, 동네 사람 등 푸근한 이미지로 기억되고 싶다. 그러면 만족스러울 듯하다.

-제2의 박석민으로 눈여겨본 선수가 있나.
▲제2의 박석민이 되면 안 된다. 제2의 최정이 돼야 한다. 요즘 보니 김도영(KIA 타이거즈) 선수가 엄청 잘하더라. 진짜 대단한 것 같다. 과거의 난 저런 활약을 상상도 못 했다. 앞으로도 정말 잘할 것 같다.

이 자리를 빌려 최정 선수에게도 한마디 해주고 싶다. 최정 선수가 있었기에 나 또한 더 노력하며 발전하려 했던 것 같다. 동기부여가 됐다. 통산 홈런 500개, 600개를 칠 때까지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해줬으면 좋겠다.

-앞으로 어떤 지도자가 되고 싶나.
▲유례없는 지도자가 한 번 돼보고 싶다. 선수가 스스럼 없이 다가올 수 있는 그런 지도자다. 선배들이 막상 지도자를 하면 그렇게 안 된다고 하는데 난 될 것 같다. 진짜 친구처럼 선수들을 편하게 해주고 싶다. 그게 좋은 지도자라 생각한다. 그렇게 되고 싶다.

-지도자로서 롤모델도 있나.
▲딱 한 명을 꼽아도 될까. 다른 감독님들이 서운해하실 것 같다. 사실 난 김기태 감독님을 좋아한다. 남자답고 멋있는 분이다. 거기에 나만의 스타일을 입힐 수 있다면 좋을 듯하다. 여러 감독님들을 모셔봤으니 그분들의 장점만 뽑아낸 지도자가 되고자 한다. 아, 당장 감독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한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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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엑스포츠뉴스 DB, NC 다이노스​​​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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