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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형님들의 질주 "나 아직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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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단독 선두에 자리한 이태희. K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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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54세에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최고령 우승 기록을 세운 최경주에게 자극받은 것일까. KPGA 투어 KB금융 리브챔피언십 리더보드 상단을 이태희(40)와 황인춘(50) 등 베테랑 선수들이 점령했다.

24일 경기 이천시 블랙스톤 골프클럽에서 열린 대회 2라운드. 5언더파를 몰아친 이태희는 중간합계 8언더파 136타를 만들며 단독 선두에 자리했다. 이날까지 5언더파 139타를 기록한 황인춘은 공동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대회 출전 선수 144명 중 40·50대 선수들은 12명밖에 없다. 이 선수들이 아들·조카뻘 후배들과의 맞대결에서도 밀리지 않는 경기력을 선보인 비결은 철저한 자기관리다. 잠을 자고 일어나면 컨디션이 회복됐던 과거와 다르게 사소한 것 하나하나까지 신경 써야 하는 만큼 베테랑 선수들은 "마사지는 기본이고 회복 운동, 얼음 찜질 등을 해야 하는 만큼 라운드를 마친 뒤가 더 바쁘다. 여기에 술, 탄산 음료 등을 멀리하고 몸에 좋은 음식을 찾아 먹어야 하기 때문에 신경 쓸 게 정말 많다"고 웃으며 말했다.

버디 9개와 보기 2개, 더블 보기 1개를 묶어 이날 5타를 줄인 이태희는 2006년부터 KPGA 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태희가 선택한 건 10년 전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운동하는 것이었다. 그는 "2013년부터 1년 365일 중 365일 운동하고 있는데 올해로 벌써 11년째다.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에게 밀리지 않는 비법은 노력하는 것밖에 없다"며 "드라이버샷 거리가 줄어드는 것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 대신 그린 주변 어프로치와 퍼트 등 나만의 무기가 있는 만큼 지금도 우승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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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5위에 포진한 황인춘. K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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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생으로 올해 만 50세가 된 황인춘은 지금도 300야드를 가볍게 날리는 장타자다. 둘째 날까지 상위권에 자리하며 우승 기회를 잡은 황인춘은 "거리로 후배들에게 밀린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지금도 퍼트만 잘 들어간다면 매 대회 상위권에 이름을 올릴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며 "박상현과 이태희, 문경준처럼 함께 경쟁할 수 있는 베테랑이 있어 행복하다. 경험과 코스 공략 등이 골프에서는 중요한 만큼 더 많은 40·50대 선수들이 KPGA 투어를 누비면 좋겠다"고 말했다.

50대에 접어든 뒤에도 정규투어에서 활약하기 위해 황인춘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남다른 노력을 하고 있다. 그가 각별히 신경 쓰는 건 라운드 전과 후에 하는 스트레칭이다. 20·30대 때와 다르게 부상당할 확률이 높은 만큼 황인춘은 요가매트, 폼롤러를 갖고 다니면서 매일 1시간 이상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황인춘은 "가장 중요한 건 회복이다. 딱 하루 성적으로 순위를 정한다고 하면 젊은 선수들보다 베테랑이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경기에 집중할 수 있는 몸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예년과 비교해 올해 컨디션이 좋은 만큼 1승 이상을 노려보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주 최고령 우승 드라마를 쓴 최경주는 이 선수들에게 엄청난 동기부여가 됐다. 이태희는 "1970년생인 최경주 선배가 우승하는 것을 보고 나이가 많아서 힘들다는 말을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며 "드라이버샷 거리가 적게 나가면 롱아이언, 유틸리티로 두 번째 샷을 하면 된다. 그린을 놓쳤을 때는 웨지샷으로 파를 잡는 것을 보고 현재 상황을 탓하기보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게 중요한 것을 깨닫게 됐다"고 설명했다.

황인춘은 최경주가 갖고 있는 KPGA 투어 최고령 우승 기록을 경신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그는 "최경주 선배가 SK텔레콤 오픈에서 우승하기 전부터 꼭 갖고 싶은 기록이 KPGA 투어 최고령 우승 기록이었는데, 어쩔 수 없이 투어 생활을 5년이나 더 해야 할 것 같다"며 "최경주 선배처럼 한국 골프팬들에게 큰 감동을 안길 수 있도록 마지막 불씨를 태워보겠다"고 다짐했다.

둘째 날 40대 골퍼인 문경준(42)과 최진호(40)도 각각 6언더파, 3언더파를 몰아치며 순위를 끌어올렸다. 첫날 모두 오버파를 적어내며 컷 탈락 위기에 놓였던 두 선수는 이날 타수를 줄이며 주말에 톱10 이상을 노려볼 발판을 마련했다.

[이천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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