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건전한 문화 조성에 앞장"…광주 김경민에게도 먼저 사과
텅 빈 인천 유나이티드 홈 응원석 |
(인천=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건전한 응원 문화를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25일 오후 프로축구 인천 유나이티드와 광주FC의 하나은행 K리그1 2024 14라운드 경기가 열리는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의 홈팀 관중석은 텅 비어 있었다.
4천600석가량의 홈 응원석 가운데 보통은 3천석 이상이 찬다. 인천 구단을 사랑하는 홈팬들이 여기서 열렬한 응원을 펼치곤 했다.
홈팬들이 사라진 응원석에는 구단이 준비한 현수막 2개가 걸려 있었다.
하나는 '건전한 응원 문화'를 만들겠다고 공언한 걸개였다. 인천은 또 다른 걸개에는 'RE: United, 다시 인천'이라는 문구를 담아 분위기 반전을 약속했다.
지난 11일 열린 FC서울과 12라운드 홈 경기에서 인천 팬들이 상대 선수들을 향해 물병을 대거 투척해 큰 파문이 일었다.
124명의 팬이 물병 투척 사실을 신고했고, 인천은 이들에게 경기장 출입을 무기한 금지하는 징계를 내렸다.
다만 구단이 지정한 봉사활동을 100시간 이수할 경우 징계는 해제된다.
이날 광주전은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물어 인천에 부과한 홈 5경기 응원석 폐쇄 징계가 적용되는 첫 경기다.
인천 서포터스가 내던진 물병 |
텅 빈 응원석을 걸개로 채운 인천 관계자는 "징계도 징계지만 구단이 여러 캠페인을 통해 앞으로 이런 일이 절대 일어나지 않도록 방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모든 인천 구단 구성원이 K리그의 건전한 팬 문화 조성에 앞장설 수 있도록 바라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징계 기간, 팬들이 홈 응원석에 접근할 수 없을뿐더러 집단 응원도 금지된다.
인천 선수들은 평소 열성적인 것으로 유명한 홈팬들의 성원이 사라진 상태에서 상대 팀과 맞서 싸워야 한다.
조성환 인천 감독은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나 "팬들이 없어 아쉽지만, 한편으로 위안이 되는 건 완전히 무관중은 아니라는 점"이라며 "그동안 (응원 문화가)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했는데…"라고 아쉬워했다.
조 감독은 인천 구단 관계자, 선수단, 팬들이 한마음으로 이번 사태에 대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연맹에서 부과한 벌금을 (전달수) 대표이사님이 자비로 부담하신다는 이야기도 들었다"며 "이 팀이 아직은 건강한 것 같다. (팬과 구단이) 서로를 위하고, 서로의 탓을 하지 않는 걸 보면 충분히 반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프로축구연맹, '물병 투척' 관련 상벌위원회 개최 |
프로축구연맹이 안전과 질서 유지 책임을 물어 구단에 부과한 제재금 2천만원은 자진신고자의 모금으로 납부하되, 부족한 금액은 구단 총책임자인 전 대표이사가 충당한다.
직전 인천과 맞대결에서 광주의 골키퍼 김경민이 경기 중 퇴장당했다. 당시 일부 인천 팬이 김경민을 향해 조롱과 모욕적 언사를 한 걸로 전해진다.
광주의 이정효 감독은 "오늘 경기 전에 좋은 일이 있었다. 인천과 홈 경기 때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는데 임중용 (인천) 단장님과 (인천) 서포터스 두 분이 오셔서 김경민 선수한테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와 코칭스태프에도 사과하셨고, 임 단장님께서도 선수, 코칭스태프에 사과의 뜻을 전하셨다"며 "상당히 좋은 분위기였다. 나도 '건전한 문화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서포터스 분들께 당부했다"고 덧붙였다.
텅 빈 인천 유나이티드 홈 응원석 |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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