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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검증구역' 권성민 PD "가장 인상 깊은 출연자? 임현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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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프로그램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의 연출을 맡은 권성민 PD가 프로그램 비하인드 스토리를 밝혔다.

웨이브 오리지널 예능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이하 '사상검증구역')의 연출을 맡은 권성민 PD가 인터뷰를 통해 작품에 담긴 비하인드 스토리를 직접 밝혔다. '사상검증구역'은 양극화된 가치관을 지닌 출연자들이 서로의 사상을 검증하고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벌이는 이념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이다.

권 PD는 말 그대로 고유한 존재인 사상에 대해 극단에 서 있는 인물들을 데려와 서바이벌 예능을 구성했다. 한국 사회에서 볼 수 없는 파격적인 소재를 다루며 우려했던 점에 대해 그는 "출연자들의 보호 문제다. 대부분 직업 연예인이 아닌 분들이 예민한 문제들에 대해 자기 입장을 서슴없이 말하는 기획인 만큼 어떤 반응에 노출될지 예측할 수 없었다. 그래서 각각의 의견들을 파편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맥락과 이해의 여지가 드러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사실 여기 등장한 출연자 대부분은 그렇게 극단적인 분들은 아니다. 온라인상에는 훨씬 더 극단적인 사람들이 아주 많다. 다만 어떤 가치관은 아주 극단까지 가지 않더라도 그 반대 가치관과 양립하기가 쉽지 않고 '더 커뮤니티'의 출연자들은 공개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는 점에서 프로그램을 이끌고 갈 수 있는 갈등의 동력은 충분히 존재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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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PD는 출연자를 뽑았던 기준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의견을 부담 없이 드러낼 수 있고 맥락과 매력을 가진 사람을 찾고자 했다. 섭외를 함께 고민한 작가님들께 매번 ‘저 사람이랑 같이 맥주 한잔하고 싶은가요?’를 묻기도 했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초반에는 방송 경험이 전무한, 소위 ‘일반인’이라고 부르는 평범한 사람들 위주로 미팅을 시작했다. 그런데 미팅을 하다 보니 확실히 방송 경험이나 그 밖의 다양한 채널로 자기 생각을 드러내 본 경험이 있는 분들이 언어도 정리되어 있고 잘 다듬어진 매력도 있더라. 그래서 최종적으로는 대부분 방송이나 그 밖의 매체 경험이 있는 출연진들 위주로 섭외가 이뤄졌다. 직업 연예인이 아닌데 이런 경험이 있다는 것은 자기 직업에서 어떤 식으로는 눈에 띄는 성과가 있다는 뜻이라 평균 연봉이 상당히 상향 평준화되는 등의 예상치 못한 부수 작용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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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검증구역'은 시청자들이 이때까지 보지 못했던 다양한 미션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에 대해 권 PD는 "내가 서바이벌 예능, 스포츠 경기 시청을 즐기지 않는 이유는 ‘구경꾼에 머무르는 감각’ 때문이다. 선수들의 현란한 퍼포먼스를 구경하는 것이 주요한 콘텐츠인데 이 장르의 팬이 아닌 이상 감정적으로나 인지적으로 보는 사람이 이입하거나 투사할 여지가 적다"라며 "물론 스포츠가 가진 드라마나 서사, 매력은 적극적으로 활용하되 구성상 반드시 필요한 미션들에서 어떻게 하면 ‘구경’의 요소를 최대한 줄이고 시청자를 이입하게 만들 것인가를 고민했다"고 밝혔다.

권 PD는 미션 중 등장한 주제들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미션을 비롯한 익명 채팅의 주제들은 대부분 ‘이 분야에 대해 잘 모르는 시청자도 한 마디 하고 싶어지는’ 것으로 구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페르미 추정’이 대표적인데, 문제를 보는 순간 누구나 정확한 숫자는 모르더라도 자기 경험에 비추어 감으로 때려 맞혀보고 싶은 욕심이 든다. 방송에서 많이 활용된 ‘멘사’ 스타일의 퀴즈나 창의력 테스트처럼 시청자 대부분을 소외시키는 문제가 아니었으면 했다"고 말했다.

이어 "좀 더 정교하거나 전문적인 주제를 정했다면 방송상 토론의 질은 올라갔을 수도 있겠지만 해당 주제를 잘 모르는 시청자들은 하고 싶은 말없이 구경꾼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주제가 좀 허술하면서 논쟁적이면 누구나 한마디씩 얹고 싶어지는 게 사람 심리다. 가끔 인터넷에 어떻게 플레이해야 하는지 뻔히 보이는데 어이없는 플레이를 보여줘서 ‘답답해서 내가 하고 싶다’는 욕심이 들게 만드는 게임 광고들이 있지 않나. 구멍이 뚫려 있는 이야기를 보면 메꾸고 싶어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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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PD는 미션들 중 가장 큰 활약을 보여준 인상 깊은 출연자로 벤자민(임현서)를 뽑았다. 그는 "단연 ‘국민참여재판’ 미션의 벤자민(임현서)다. 변호사의 비밀유지권에 대한 논쟁을 탁월한 방식으로 설득해냈다. 법은 사람들의 일상에 개입하면서도 일상의 언어와는 다른 문법의 언어를 사용한다. ‘법 감정’이란 말이 나오기도 하는 것처럼 법리의 눈으로 보면 합리적인 것도 일상의 감각과 괴리가 생기는 경우가 많고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재판도 자꾸 나온다"라고 짚었다.

이어 "벤자민은 '이미 전문가들이 오랜 시간 숙의를 거쳐 결정한 것은 많은 경우 다시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고 방송 중에 말하지만 법조인이 아닌 대부분의 사람들은 숙의의 과정은 못 보고 결과만 만난다. 그 결과가 직관적인 감각과 괴리가 있을 때는 앞선 과정부터 다시 밟아가며 이해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국민참여재판’ 미션은 ‘숙의의 과정’에 잠시 참여하고 그래서 그 결과에 대해 깊이 이해해 보는 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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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검증구역'은 역주행 이후 여러 연예인들에게 공적으로 '샤라웃(Shout out, 존경의 마음을 표현하는 행위)'을 받았다. 이에 대해 권 PD는 "유명 연예인이 등장하는 프로그램도 아니고 다루는 내용도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사상검증구역'의 유의미한 성과는 입소문 덕이다. 지금 시대는 콘텐츠가 범람해 작품을 다 보는 것이 불가능하다. 좋은 작품, 좋은 콘텐츠를 만났을 때 적극적으로 서로 소문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권 PD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유의미한' 예능을 만들어갈 계획이다. 그는 "기존 예능에서 다뤄지지 않은 주제를 다뤄지지 않은 방식으로 다뤄보고 싶다. '더 커뮤니티'는 개론 수준의 사회학 일반을 다뤘다면 그 밖의 여러 사회학, 심리학적인 소재들, 앞서 언급했던 법 감정, 소외에 대한 문제, 문학과 과학 주제들 등 다뤄보고 싶은 것들이 많다. 이런 소재로 제작비 받기는 힘들다는 평가를 받아왔는데 '더 커뮤니티'가 좋은 평가를 받았으니 앞으로는 좀 더 기회가 생기길 기대해 본다. 잘할 수 있다. 시켜만 주시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권성민 PD의 참신한 시도가 빛난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는 웨이브에서 만나볼 수 있다.

정지은 기자 je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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