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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4 (월)

"마음 졸이셔서 밥도 못 드시고"…기특한 손자, 외할머니 팔순 선물 제대로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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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고척, 김민경 기자] "오늘(15일) 외할머니 팔순이거든요. 오늘 가족들이 그래서 다 모이느라 경기장은 안 오셨어요."

두산 베어스 우완 투수 김동주(22)는 15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올 시즌 가장 좋은 투구를 펼쳤다. 5이닝 69구 3피안타 무4사구 6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시즌 첫 무4사구 투구를 기록할 정도로 공격적이었고, 제구도 잘 됐다. 직구(28개), 슬라이더(26개), 포크볼(11개), 커브(4개)를 섞으면서 키움 타선을 요리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6㎞, 평균 구속은 143㎞를 기록했다. 동점 상황에 내려가 승리투수 요건은 갖추지 못했지만, 4-1 승리와 3연승의 발판을 마련한 호투였다.

승리 소감을 말하던 김동주는 외할머니를 향한 감사한 마음을 수줍게 표현했다. 평소 숫기가 없어 전화도 잘 못 드리는 손자지만, 이날만큼은 외할머니의 팔순을 축하하고 싶은 마음에 용기를 냈다.

김동주는 "오늘(15일) 할머니 팔순인데, 못 던졌으면 정말 마음이 아프고 가족들도 전부 침울했을 것 같다. 나 때문에 가족이 엄청 야구를 좋아한다. 외할머니는 야구의 야자도 모르셨는데, 이제는 엄청 전문가가 되셨다고 하더라"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이어 "내 경기가 있는 날에는 마음 졸이시면서 밥도 제대로 못 드신다고 하더라. 오늘 엄청 잘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평소보다 훨씬 잘했던 것 같다. 평소 숫기가 없어서 전화를 잘 드리지 못했는데, 오늘은 전화를 꼭 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이제야 풀린다는 느낌을 받을 법했다. 김동주는 올 시즌 5선발로 개막 로테이션에 합류했지만, 금방 자리를 내려놓아야 했다. 지난 4월 22일부터 지난달 1일까지 열흘, 그리고 지난달 17일부터 지난 8일까지 23일 동안 2군에 머물면서 재정비하는 시간을 보내야 할 정도로 부침을 겪었다. 김동주는 지난달까지 등판한 9경기(선발 6경기)에서 1승1패, 29⅔이닝, 평균자책점 6.37에 그쳤다. 9이닝당 볼넷이 4.55개로 너무 많은 게 문제였다.

지난달 두 번째 2군행을 통보받았을 때 김동주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훈련했다. 제구를 잡는 게 첫 번째였다. 그는 시즌 첫 무4사구 투구의 비결과 관련해 "2군에서 다듬고 올라오면서 제구를 잡은 게 컸던 것 같다. 항상 몸이 옆으로 도는 게 문제였고, 몸 쓰는 법을 많이 배우고 왔다. 너무 팔로만 던지니까. 체력도 빨리 떨어지고 그랬다. 하체를 이용하고, 몸통을 쓰는 방법을 많이 훈련하고 연습했더니 괜찮았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김동주와 이날 호흡을 맞춘 포수 김기연은 "(김)동주가 지난 등판(지난 9일 잠실 KIA 타이거즈전)에서 변화구 컨트롤이 좋았다. 그래서 경기 전 빠른 카운트를 잡고 승부하자고 얘기했다. 거기다 오늘 동주 공도 너무 좋아서 얘기한 대로 경기를 잘 풀어나갈 수 있었다. 또 빠르게 승부를 하다보니 볼넷이 없었고, 동주도 좀 더 편하게 던질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엄지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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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무4사구 경기를 해서) 정말 기분 좋다. 피안타 후 볼넷이 나오면 큰 위기 상황에 빠지게 된다. 안타를 맞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볼넷은 어떻게든 피해야 한다. 그런 상황이 없었다는 것이 의미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동주가 5이닝 투구를 마쳤을 때 투구 수는 69개에 불과했다. 투구 수만 고려했다면 김동주에게 한 이닝을 더 맡길 수도 있었지만, 박정배 투수코치는 냉정하게 불펜을 가동했다. 6회부터는 이영하(1이닝)-김강률(⅔이닝)-이병헌(1⅓이닝)-최지강(1이닝)이 무실점으로 이어 던졌다.

김동주는 "5회를 마치고 코치님께서 '여기까지 하자'고 하셨다. 교체 당시 힘이 빠졌다는 느낌은 딱히 없었다. 조금 아쉬웠는데, 내 뒤에 좋은 투수들, 선배들이랑 형들이 많으니까 믿고 내려왔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이날 호투가 곧 김동주의 자리를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최원준과 김동주가 4, 5선발 자리에 들어와 있지만, 현재 2군에는 최준호, 김민규, 김유성 등 언제든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올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는 투수들이 여럿 있다. 이중 최준호가 올 시즌 성적만 두고 보면 가장 위협적이다. 10경기에서 2승2패, 45이닝, 평균자책점 4.20을 기록했다. 올해가 1군 데뷔 시즌이라 경험이 부족해 체력이 일찍 떨어져 2군에서 재정비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좋을 때는 가장 위력적인 공을 던진 대체 선발투수였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사실 기회가 많지는 않다. 지금 (최)원준이도 잘 던지고, 이제 (김)민규도 곧 돌아올 것이고, (김)유성이도 2군에서 잘 던졌더라. (최)준호도 다음 주에 들어올 준비를 하고 있으니 기회가 많지 않다. 항상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열심히 집중해서 집중력 있는 투구를 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김동주는 5선발 경쟁이 치열한 것과 관련해 "스트레스를 안 받았다면 거짓말이다. 그래도 2군에서 더 연습해서 후반기까지 이제 얼마 안 남았으니까. 그때도 좋은 모습 보이면 되겠지 하고 연습을 열심히 했다. 나는 지금이 약이라 생각하고 있다. 당연히 더 좋은 사람이 선발 자리에 가는 것이다. 이닝도 많이 끌어주고 잘 던지는 것, 그리고 팀이 이기는 게 먼저"라고 의젓하게 답했다.

이 감독은 일단 김동주의 이날 투구에 합격점을 줬다. 이 감독은 "김동주가 69구로 5이닝을 책임지며 공격적인 운영을 했다. 비록 승리를 챙기지 못했지만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해낸 등판이었다"고 박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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