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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김인오의 현장+] '추천'으로만 8개 대회 출전..'문제 없다'는 KPGA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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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N스포츠

올해 KPGA 선수권대회 경기 모습(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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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경기의 제 1원칙은 '페어플레이'다. 스포츠맨십을 가지고 정당하게 승부를 겨룰 때 '결과'가 '가치'로 인정 받는다.

골프 종목은 페어플레이에 '양심'이라는 척도가 더해진다. 유일하게 심판이 없는 종목으로 스스로가 상황을 판단하고 플레이를 이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 세계 골프 규칙을 관장하는 영국왕립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A)는 골프를 '명예와 진실성을 우선 가치로 한다'고 규정집을 통해 정해놨다.

"그 선수는 왜 그리 많은 대회에 추천 선수로 나오나요? 그런데 협회에서는 손 놓고 지켜만 보고 있네요. 점점 믿음이 사라지고 있어요."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선수가 격앙된 목소리로 울분에 가까운 불만을 토로했다. 공정성이 훼손된 것이라 했고, 신임 회장 등 집행부에 대한 신뢰도 완전히 무너졌다고 말했다.

내막은 이렇다.

올해 KPGA 투어 시드 순번이 200번대 이하에 있는 A선수. 참고로 시드 순번은 여러 종류의 출전 카테고리에 따라 정해진다. 영구시드권자가 1순위이고, 전년도 제네시스 포인트 순위, 상금 순위, 각 대회 우승자, 챌린지투어 상금 순위, 퀄리파잉 토너먼트(QT) 성적 우수자 등 다양한 카테고리로 나뉘어 시드 순번이 매겨진다.

시드 순번으로만 따지면 A선수는 자력으로는 단 한 개 대회에도 출전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선수는 올 시즌 치러진 10개 대회 중 8개 대회에 추천 선수 자격으로 참가했다. GS칼텍스 매경오픈은 KPGA 주관 대회가 아니기 때문에 정확히는 7개 대회다. 이는 QT 본선진출자 카테고리 첫 번째 선수인 정상인(5개 대회 출전)보다 3개 대회나 더 출전했다. KPGA 투어는 연간 8개 주관 대회까지 추천을 받아 나갈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추천 선수는 출전 선수 인원의 10% 정도 배당한다. 144명 대회일 때는 14명이 추천을 받을 수 있다. 추천 선수는 대회 스폰서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KPGA 투어가 간섭할 수 없다. 명단을 받으면 결제라인을 거쳐 확정하는 것이다. 투어 규정에는 문제가 없다."

한 선수에게 추천이 집중되는 것에 대해 설명을 요구하자 KPGA 투어는 '문제 없음'이라고 답변했다. 대회를 주최하는 스폰서들이 약속이나 한 듯 앞다퉈 A선수를 추천으로 올려도 그냥 지켜만 봤다.

맞다. 규정에 어긋나지 않고, 절차상의 하자도 없다. 골프 경기에서 선수들이 제일 경계해야 하는 부정행위(치팅)를 저지르지도 않았기에 비난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투어를 뛰고 있는 선수들은 치팅보다도 더한 '충격'이라고 하소연했다. 시드 순번이 하위권인 한 선수는 "추천 선수는 소위 '빽'이 있어야 하잖아요. 누구를 탓하겠어요. 배경이 없는 저를 원망할 수 밖에요"라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서 '특혜'를 받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특혜'는 뭘까.

KPGA 투어는 상반기 시즌이 마무리되면 리랭킹 제도를 통해 시드 순번을 재조정한다. 시드 순위 91번부터 214번 선수가 대상이다. 조정 기준은 대회 출전해서 받은 제네시스 포인트다. 하위 시드 선수도 많은 대회에 출전하고, 컷 통과를 해서 포인트를 받는다면 하반기 시즌에는 상위 시드 선수로 신분이 바뀐다. KPGA 투어는 추천 선수로 출전해도 투어 회원이면 리랭킹의 대상이 된다.

A선수는 추천 선수 한도를 거의 채워가는 동안 2개 대회에서 포인트를 획득했다. 현재 성적으로도 A선수는 리랭킹 적용 후 시드 순번이 높아진다. 따라서 하반기 시즌에는 자력으로 몇 개 대회 출전권을 받을 수 있다. 오는 27일 개막하는 비즈플레이-원더클럽 오픈이 끝난 후 리랭킹이 결정된다.

특정 선수가 상반기에만 추천 선수 출전 한도를 꽉 채운 것이 '우연'일까. 국내 남자 골프를 잘 아는 한 인사는 "A선수에 관한 얘기는 이미 많은 선수들 사이에서 공론화 됐다"며 "1년 출전 한도가 8회인데 상반기에만 집중한 것은 리랭킹 제도를 노린 것이라 볼 수 있다. 오늘도 연습장에서 땀을 흘리는 평범한 선수들, 특히 출전 기회를 잡기 위해 새벽부터 대회장에서 기다리고 있는 대기 순번 상위 선수 등은 힘이 빠질 수 밖에 없다"고 비난했다.

그렇다면 A선수 문제에 대해 협회는 책임에서 진짜 자유로울까.

김원섭 KPGA 회장은 KPGA 투어 대표까지 겸직하고 있다. '일관된 정책 수행'을 겸직 이유로 내세웠다. 올해 초 열린 취임 기자간담회에서는 "회원들의 권익을 최우선으로 열심히 뛰겠다"고 밝혔다.

추천 선수 명단을 확정하는 최종 결재자는 김 회장이다. 따라서 추천이 잦은 A선수 문제를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몰랐거나 심각한 상황임을 인지하지 못했다면 더 큰 문제다. 그래서 이번 문제에 대해 책임이 작지 않다.

게다가 KPGA 클래식과 KPGA 선수권대회는 협회가 주최하고 주관하는 대회다. 두 대회 모두 A선수가 추천 선수 명단에 올랐다. 협회가 다른 스폰서처럼 똑같이 추천했다는 얘기다. '추천 선수는 스폰서 고유권한이라 간섭할 수 없다'는 협회의 입장과는 다소 배치된다. 이 또한 김원섭 회장이 최종 결재자다.

김원섭 회장은 취임 후 여러가지 구설에 올랐다. 해외 출장을 이유로 KPGA 투어 개막전을 패싱하고, 신규 대회 스폰서 유치보다 협회 자체 예산 대회를 지난해보다 늘린 것에 대한 우려의 눈빛도 많다. 또한 회장 출마 공약이었던 류진 회장의 풍산그룹 100억원 지원에 대한 명확한 내용이 없는 것과 제네시스 챔피언십 문제(한국 선수 출전 숫자)도 회원들 사이에서 자주 도마에 오른다.

골프계 한 인사는 "회원 관리, 스폰서십, 투어 운영 등 혼자 너무 많은 짐을 지고 있는 것 같다. 더 늦기전에 전문가를 영입해 KPGA 투어 대표나 합당한 자리를 맡기는 것도 협회 발전을 위한 길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고 말했다.

사진=MHN스포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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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섭 KPGA 회장이 올해 KPGA 선수권대회 우승자 전가람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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