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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한국에 온 시라카와, 일본에 갔던 한두솔… SSG에 피어난 브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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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SSG 한두솔(오른쪽)과 시라카와. 두 사람은 다른 나라에서 뛴 적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대구=김효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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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리그 출신 일본인 투수와 일본 사회인 리그를 경험한 투수가 만났다. SSG 랜더스 시라카와 게이쇼(23)와 한두솔(27)의 브로맨스가 팬들의 눈길을 모으고 있다.

SSG는 로에니스 엘리아스의 일시 대체 외국인 선수로 시라카와를 영입했다. 시코쿠 아일랜드리그 도쿠마 인디고삭스에서 뛰던 시라카와는 KBO리그 데뷔전인 지난 1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5이닝 3피안타 무실점해 승리를 따냈다. 7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에선 1과 3분의 1이닝 8실점으로 무너졌지만, 13일 KIA 타이거즈전에선 5이닝 3피안타 1실점하고 시즌 2승을 거뒀다.

시라카와는 순박한 시골 청년 같은 이미지다. 실제로 인구 13만 정도인 도쿠시마현 미요시군 출신이다. 여권도 한국에 오기 위해 처음 만들었고, 대도시도 처음이다. 19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을 앞두고 만난 그는 "시골 출신이 맞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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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오른손 투수 시라카와 게이쇼. 사진 SSG 랜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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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팬들은 시라카와의 모습을 보고 '감자'란 별명을 붙이며 응원하고 있다. 시라카와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 구단 동영상에 달린 댓글이 한글이라 잘 몰랐는데, 도쿠시마 인디고삭스의 한국인 동료(장현진)가 번역을 해주고 '감자'라고 놀렸다. 한국에서는 귀엽다는 의미가 있어서 좋다"고 웃었다.

한국의 모든 게 낯선 시라카와는 일본어 통역인 금강산 파트너의 도움이 절실하다. 와타나베 마사토 수비코치도 있다. 한국 선수 중에서도 그를 돕는 이가 있다. 왼손 구원투수 한두솔이다. 광주일고를 졸업한 한두솔은 2015년 드래프트에서 미지명되자 일본 리세이샤 의료 전문학교에 입학했다. 학업을 하면서 사회인 야구에서 뛴 그는 2018년 KT 위즈 육성선수로 어렵게 프로 유니폼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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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왼손투수 한두솔. 사진 SSG 랜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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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경험을 했던 한두솔에게 시라카와는 '도와주고 싶은 동생'이다. 한두솔은 "올해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같이 등판한 적이 있다"며 "시라카와를 보면서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고 했다. 그는 "일본에 간 첫 해가 제일 힘들었다. 말이 안 통하니까 핸드폰 어플리케이션으로 번역해서 알아들었다. 오전에 야구를 하고, 오후엔 일본어 수업을 들으면서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떠올렸다. 최근엔 "나를 시라카와로 알아본 팬도 있었다"고 웃었다.

일본 생활 덕분에 한두솔은 일본어를 편하게 말하고 듣는다. "일본 생활 1년이 지나니 말이 통했다"던 한두솔은 "조언보다는 필요한 게 있으면 도와주고, 식사를 한 번이라도 더 같이 먹으려고 한다"고 했다. 반면 시라카와는 아직 한국말이 서툴다. 그는 "감자"라는 말밖에 못한다고 웃으며 "전혀 늘지 않았다"고 웃었다. 김광현을 비롯한 동료들과 같이 밥을 먹으면 친해졌다.

시라카와는 '펑키한 유형'의 투수다. 키는 1m72㎝로 크지 않지만, 높은 타점에서 공을 뿌린다. 직구 수직 무브먼트는 50.2㎝로 최상위권이다. 구속도 최고 시속 150㎞로 빠르다. 타자 입장에선 일반적인 궤적보다 공이 덜 떨어지기 때문에 떠오르는 느낌이 든다. 박찬호가 전성기 시절 던지던 이른바 '라이징 패스트볼'과 비슷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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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오른손 투수 시라카와 게이쇼. 사진 SSG 랜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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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등판에서 무너졌다 반등한 시라카와에게 힘을 실어 준 건 최고참 추신수였다. 시라카와는 "기술적인 훈련보다는 멘털적인 면을 바로잡으려 했다. 추신수가 많은 이야기를 해줬는데, '네가 해온 것들이 맞으니 자신있게 하라'고 했다. 그때부터 모자에 믿을 신(信)자를 썼다. 그걸 보면서 마음을 되새긴다"고 했다.

두 사람이 쉬는 날 함께 홍대를 찾아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시라카와가 좋아하는 스포츠 매장에 가 한두솔이 티셔츠를 선물하기도 했다. 시라카와는 "한두솔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즐겁다"고 했다.

SSG 관계자는 한두솔이 '성실왕'이라고 귀띔했다. 야구장에 일찍 나와 늦게까지 훈련하는 선수다. KT 입단 이후 방출의 아픔을 겪고 다시 SSG에서 기회를 잡는 힘든 과정을 거친 그이기 때문이다. 한두솔은 "지금까지 연습해온 걸 꾸준히 할뿐이다. 프로니까 사명감을 갖고 노력한다"며 "힘들다고 생각한 적 없다. 마운드에 오르는 것도 즐겁다. 재밌게 팀을 위해서 던지고 싶다. (노)경은 선배님이 불펜투수의 루틴을 많이 알려주셔서 매일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두솔에겐 '노래왕' 이미지도 생겼다. 지난달 15일 홈 경기가 우천취소되자 팬들을 위해 마이크를 잡고 노래 실력을 뽐냈다. 임재범의 '사랑'을 열창한 그에게 팬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한두솔은 "그날 이후로 팬들이 많이 알아봐주셔서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기회가 생긴다면 우승을 하고 무조건 다시 서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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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왼손투수 한두솔. 사진 SSG 랜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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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외국인 선수가 뛸 수 있는 기간은 최대 6주다. 시라카와에게 남은 시간이 길지 않다는 뜻이다. 그는 "남은 기한 동안 팀이 최대한 이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고 했다. 데뷔 이후 처음으로 풀타임 1군 선수가 된 한두솔 역시 같은 생각이다. 한두솔은 "최대한 많은 경기에 나가고 싶다"고 했다.

대구=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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